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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설득이 안 되서 답답하다면... 7

2
2024-01-19 09:29:04 수정일 : 2024-01-19 10:02:21 210.♡.200.35
Darthvader

후광이 비치는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제가 대학 때의 일입니다. 활동하던 통기타 동아리에 특이한 후배가 한 명 있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를 다루는 동아리에서 마치 로커처럼 가죽점퍼에 두건을 쓰고 다니고, 남들 다 의자에 앉아 공연할 때 무대를 장악하며 뛰어다니던 후배였습니다. 제가 군대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왔을 때 그 후배는 없었습니다. 군대에 갔겠거니 했습니다만,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학교로 편입학을 했던 겁니다. 그것도 신학대학으로 말입니다. 


제가 복학하고 1년 뒤에 동아리 겨울 MT에서 그 후배를 다시 만났습니다. MT 장소는 한산한 휴양림이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쓸 수 있는 운동장이 있었지요. 동기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XXX이 온다'라고 누가 말했습니다. 신학대학으로 편입한 그 후배가 놀러 온 것이었죠. 운동장 저 편에서 그 후배가 손을 흔들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후배 몸 전체에 마치 따뜻한 기운이 앉아있어 보였습니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있는 천사들 그림처럼 말입니다. 이윽고 마주한 후배의 표정에는 온화함이 앉아있었습니다. 별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정말 '좋은 사람'티가 뿜어져 나왔다고 해야겠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무엇이 이 친구를 변하게 만들었을지 말이죠. 종교의 힘인지, 믿음의 힘인지 아니면 자기 성찰의 결과인지 궁금했습니다. 믿음을 가졌다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고 종교에 잠시 관심을 가진 때도 있었지만, 후배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제게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강하게 이끌렸고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비슷한 경우를 살면서 종종 겪었습니다. 한 가지에 푹 빠진 채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그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지 궁금한 나머지 다가가게 되었죠. 무엇이 저 사람이 저것에 몰입하는 걸까? 와 같은 궁금증에 물어보는 과정에서 저도 그들처럼 되기도 했습니다. 상대는 가만히 있었는데 제가 끌려버린 셈입니다.


설득에 관해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요하지 말고 초대하라' 그러니까 내가 가진 생각이 옳다고만 보고 상대에게 강요 어린 충고를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설득이란 게 그렇습니다. 설득은 '상대를 내 이야기를 따르도록 깨우치도록 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상대가 '틀렸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강요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강요는 '충고'처럼 들립니다. 강요인 충고를 듣는 이가 마음의 벽을 내린 채 경청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마음 저편에서 더 깊은 혜자와 벽을 쌓습니다. 반발심이죠. 저처럼 애플 제품을 주로 쓰는 사람이 애플 제품이야 말로 세계 최고이며 윈도나 안드로이드는 아류작일 뿐이라고 편협한 시각으로 주장해 봤자 '저런 사람들 때문에 애플이 싫다'라는 사람을 낳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자라면서 지금까지 강요와 충고 같은 설득에는 단 한 번도 설득된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몇 마디 말로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진짜 설득은 그렇게 되지도 않고 '설득 당했다'라는 심리를 남기게 됩니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강요하지 말고 초대하라는 말은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내 생각도 좋은 것임을 보여줘라는 정도에서 그치라는 뜻도 됩니다. 한 번도 자신의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종교에 관심을 갖게 만들던 후배의 후광처럼 말이죠. 한편으로 설득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우러나게 만드는 말을 합니다. 상대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 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족으로 초대하는 길은 어려우니 숙고의 시간보다는 내가 옳다는 태도로 충고를 하게 되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어울리기가 편할 겁니다. 결국 끼리끼리 모이게 되고 통하지 않겠지요. 함부로 설득하려다간 적만 만들게 될 겁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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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hvader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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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내래이션 전문 성우. 기업행사, 프로모션, 웨딩 전문 MC. CJ오쇼핑 전문게스트 출신 쇼호스트.
동기부여, 스피치, 리더십, 직무능력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강사. 지금은 딸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빠

삶의 목적이 있다면 행복이다. 행복의 정의를 내린다면 가족과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정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만번 말해보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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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7]
physalis
IP 142.♡.241.26
01-19 2024-01-19 09:48:43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스스로가 잠길정도로 넉넉해야 다른사람도 포용할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우칩니다.
Darthvader
IP 210.♡.200.35
01-19 2024-01-19 09:56:45
·
@physalis님 참 힘든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가치가 있고요.
노랑비행기
IP 121.♡.46.240
01-19 2024-01-19 09:50:30
·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Darthvader
IP 210.♡.200.35
01-19 2024-01-19 10:00:51
·
@노랑비행기님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_^
님님
IP 210.♡.60.19
01-19 2024-01-19 09:58:48
·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 보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__)!
Darthvader
IP 210.♡.200.35
01-19 2024-01-19 10:01:16
·
@님님님 제 주변에 좋은 이들은 대부분 본문과 같았습니다. 강요하지 않고 존중해주셨지요.
삭제 되었습니다.
Darthvader
IP 210.♡.200.35
01-19 2024-01-19 10:01:27
·
@낭고님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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