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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너랑 이야기하면 답답해서 말이 안 통해. 7

5
2024-01-11 10:09:27 수정일 : 2024-01-11 10:17:27 210.♡.200.35
Darthvader


통하지 않으면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통하지 앞에 '사람'이 빠졌고 뒤의 '통'은 고통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사람과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사람끼리 소통해야 한다는 말은 지겨울 만큼 듣고 삽니다. 그러나 정작 소통은 힘듭니다. 막히지 않고 통하라,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의미만 생각하면 무엇이 어려운 걸까요?


제 아버지는 소처럼 일만 하는 분입니다. 경찰이었던 과거에도 퇴직하고 용달차를 몰면서도 농부로 변신한 지금도 정말 과할 만큼 일만 합니다. 해외여행을 일흔이 가까워져서야 처음 경험해 보셨지요. 아버지에게 이젠 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시라고 말해도 그렇게 돈 벌어서 나 주려거든 더 열심히 일하시라고 말씀드려도 아버지는 일만 하십니다. 아이고 허리야 관절이야 하면서도 밭으로 나가고 모은 돈을 가지고 이양기를 삽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근면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제 경험에서 나온 삶을 즐길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그럴 때마다 가당치도 않는다는 아버지의 태도는 그의 마음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소통의 공감을 필요로 합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입장에 공감해야 소통이 되기 시작하죠. 이심전심 그러니까 그 사람 입장이 돼보는 겁니다. 문제는 공감은 본능적인 영역에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학습에 가깝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올해로 네 살입니다. 이제 제법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공감은 아직입니다. 사람의 공감 능력은 4세 이후부터 길러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모인 제 처지를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공감하기 시작한다는 거지요. 그러니 '아빠가 난처한 상황이니 조금 기다려달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공감이 자라기 전 아이들의 본능에는 '자기중심주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입니다. 생존본능과 같죠 배고프다고 울어야 젖을 물릴 테니까요. 인간은 모든 행동과 생각 속이 '자신'이 먼저 있습니다. 자신의 기준과 관념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대화합니다. 아버지와 제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버지를 위한답시고 말씀을 드리지만 그것은 제 생활방식일 뿐입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죠. 어른 말을 잘 들어야 된다고 강조하지만, 그건 아버지 가치관에서 비롯된 말일뿐이니 저는 귓등으로 듣게 됩니다. 


저희 아버지는 베이비 붐 세대이고 생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해야만 했던 사회를 해쳐 나오셨습니다. 공직생활에 계셨고 보수적 성향이시다 보니 해외여행이나 고급차는 사치라고 여겼던 분입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밭에다 뭐라도 심고 기를 때가 행복한 시간이었던 겁니다. 이런 삶을 부정하는 듯한 말투와 태도로 말해본들 골만 깊어질 뿐입니다. 아버지에게 권하고 싶은 삶은 제 기준에 비췄을 때 좋은 것이었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미지의 세계에 있는 것이니 다가가기 어려울 겁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애써야 합니다.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할지 단편적인 모습만 가지고 판단하기보다 그 배경부터 짚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렇게 자기중심적 사고는 벗기가 힘든 일입니다. 아기들이 자기 입부터 챙기는 것처럼 본능의 영역에 있으니 말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으려는 존재입니다. 생각에는 열량이 필요하고 열량을 채우려면 노동을 해야 하죠. 가능하면 효율적으로 살려면 생각은 줄이고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게 사람입니다. 이렇게 소통이 어려우니 상대를 내 틀에서만 판단을 해버리고 적이나 섞일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아버지랑은 말이 안 통해, 너하고는 답답해서 말이 안 통해'라며 대화를 끊는 것은 결국 상대가 내 뜻대로 안 되니, 나처럼 만들려는 의식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족: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도 노력의 한 형태입니다. 저 역시 지독한 자기중심주의적 인간이기 때문에 저에 대한 통제권을 제대로 쥐고 싶어 객관화 시각화를 해보는 겁니다. 글로 쓰면 제 생각이 눈으로 보이고 정리도 되고 객관화가 된 것 같은 착각도 생깁니다. 이윽고 자기 효능감도 쌓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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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hvader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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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내래이션 전문 성우. 기업행사, 프로모션, 웨딩 전문 MC. CJ오쇼핑 전문게스트 출신 쇼호스트.
동기부여, 스피치, 리더십, 직무능력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강사. 지금은 딸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빠

삶의 목적이 있다면 행복이다. 행복의 정의를 내린다면 가족과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정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만번 말해보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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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hvader
IP 210.♡.200.35
01-11 2024-01-11 10:26:24
·
@우주시민님 인간사가 어리석은 일의 반복으로 점철된 이유겠지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우월한 존재라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zaiiix
IP 223.♡.204.134
01-11 2024-01-11 10:22:22
·
‘참 말 안통하네’
‘이해가 안되네’
이런 말이 경우에 따라 욕보다 더 심한 말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말을 쉽게 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Darthvader
IP 210.♡.200.35
01-11 2024-01-11 10:27:12
·
@zaiiix님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성격 차이'가 차지하는데, 서로를 받아들일(인정)할 수 없다는 결과죠.
andre518
IP 14.♡.232.37
01-11 2024-01-11 10:38:04
·
그래서 얘길 나눌 때 초반 공감이 중요하더라구요.
소통을 하기 위해서 먼저 그 상대의 감정의 문을 한 번 두드리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공감을 하는 순간 그 상대도 내게 공감할 준비를 하고 서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Darthvader
IP 210.♡.200.35
01-11 2024-01-11 10:48:02
·
@andre518님 어떤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해 주더군요 '이해와 공감을 내 의견을 포기하는 패배로 인식'하기에 주저한다고 말입니다. 이해와 공감하지만 내 입장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데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표현을 내 입장을 포기한다로 여기는데서 온다고요. 그 둘은 다른 것이라고 말입니다. 많이 공감되는 설명이었습니다.
andre518
IP 14.♡.232.37
01-11 2024-01-11 10:52:15
·
@Darthvader님 그 의견도 일리가 있네요. 확실히 사람이 내 주장을 개진할 때 더 큰 쾌감과 행복을 느끼는 것인데, 내 감정이 아닌 이상 100% 공감이란게 있을 수 없을테고, 내 욕구까지 통제해 가면서 타인에게 공감이라는 선물을 주는 게 그런 점에서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반대로 그렇기에 공감이 더 사람 관계에서 중요한가 봅니다. 그만큼 이타적인 노력이 가미되어야 하니까요.
Darthvader
IP 210.♡.200.35
01-11 2024-01-11 10:53:57
·
@andre518님 제가 저 설명에 크게 공감한 이유는 남의 말에 공감하기 위해 그 말을 듣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지 '내 생각'을 하고 있던 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내 생각'은 상대의 의견과 달랐고요. 결국 저는 상대 말을 '안 듣고'있던거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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