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가 되면 조심스러워집니다. 아이들이 깰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이집 방학인 요즘에는 아이들이 더 잠을 청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제가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그랬습니다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립니다. 낯선 번호였습니다. 수화기를 귀에 대니 ‘실례합니다’라며 낯선 남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행 주차해둔 제 차를 빼달라고 합니다. 기어가 P 단은 아닌 것 같은데 차가 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바로 가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범인은 아내였습니다. 아내가 어제 늦게까지 차를 썼으니 말입니다. 제가 겨울에는 야외에 주차하지 말고 평행 주차해도 좋으니 주차장에 넣으라고도 했습니다.
주차장에 내려가니 제게 전화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 전화를 걸어보니 맞은편에 주차한 차량이었고 몇 번 시도해 보니 차를 뺄 수 있을 만큼 각도가 나와 그냥 나갔다고 하더군요. 어찌 되었건 불편을 드린 건 사실이니 죄송하다고 전하고 제 차에 올랐습니다. 기어는 N 단에 있었지만, 주차 브레이크가 걸려있었습니다. 전자식 브레이크다 보니 차에서 내리면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게 되는데 아내도 그랬나 봅니다.
문제는 또 있었었습니다. 저는 평행 주차를 할 때 최대한 주차라인에 들어선 차에 붙이듯이 댑니다. 그리고 내려서 밀어보면서 차량 간섭이 생길지 아닐지도 파악해 둡니다. 그렇게 해야 통행하는 차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 차는 그렇게 주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붙어 있지도 않았고 비스듬히 서 있었죠. 길게 밀면 통로를 완전히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순간 한숨이 나왔습니다. 부아가 치밀기도 했지요. 차를 빈 주차라인에 다시 넣고 집으로 올라오며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이것 좀 챙겨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나는 똑바로 했는가 말입니다. 저도 사람이니 똑바로 했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나 할법한 실수를 가지고 아내에게 화를 부려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요 괜한 감정 소모를 할 것이 뻔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일어나 나왔습니다. 평행 주차 때문에 나갔다 왔고 밑에서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사실을 전하는데 ‘감정’을 섞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에는 잘 대겠다고 답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제법 나이를 먹은 뒤에도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거나 후회할 일을 생길 때는 같았습니다. ‘감정’에만 집중했었지요. 분노와 짜증에만 집중하면 일을 슬기롭게 해결하지도 못하고 평판만 나빠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지인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화가 날 때는 메일을 쓰지도 말고 말을 섞지도 말아, 충분히 숙고하고 감정은 변기로 내려보낸 다음에 이야기를 나눠”라고 말입니다.
조언의 무게를 되새긴 아침이었습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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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191788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곧장 화내지 않고 차분히 설명하시는 모습
대단하십니다
이중주차 절대 안하고..
자동세차장도 골라서 갑니다..ㅜ.ㅜ
아니요..ㅋㅋ
제가 차를 15년만에 바꿔서..
이전에 없던 첨단? 장치가 넘 많아요.
그리고 실천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마음
배우고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여자친구, 혹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끔 화도 나고 감정이 올라와도 최대한 내려보낸 뒤,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때때로 짜증과 답답한 마음이 내 말에 함께 쏟아져 나오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결국 서로 기분이 상하고
안 좋은 것들이 많다는 걸 느낀 이후로 최대한 더 자제 하고 있는데, 좋은 글 써주셔서 다시한번 다짐하고 갑니다.
24년에 24살이 되는 만큼 더욱 성장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