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니카라과 출신의 Sheynnis Palacios라는 여성이 2023년 미스유니버스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여성은 2021년에도 미스 유니버스에 한번 도전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2023년 미스 유니버스에 니카라과 여성이 1등을 차지해서 중미의 빈국인 니카라과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였습니다?
왜 현재는 축제 분위기가 아닌지.. 설명을 드리는게 이 글의 요지입니다.
2023 미스 유니버스 우승을 니카라과 여성이 차지하니,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고 거리 가두행진을 수 년간 금지하였던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허용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왜 금지 시켰었냐면..
2018년 IMF가 니카라과에게 국가 재정 경고를 했습니다.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관련 비용을 개선하지 않으면 곧 문제가 터질거다..
그래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5월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실시합니다.
2018년 5월 18일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반대했던 시민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반정부 시위를 합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이때 니카라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니카라과 교육부 미팅을 마치고 퇴근길에 갑자기 시민들이 길거리에 불을 지르고 차량 통행을 막아서 데모가 일어났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습니다.
시위 첫날은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왔고 바로 TV를 켜보니 니카라과 전국에서 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시위 진압을 위해서 경찰들이 투입되었고, 반정부 시위를 하는 시민들과 경찰들 간의 무력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시위가 한창일 때.. 니카라과 길거리에는 벽돌로 포장된 길이 많은데, 니카라과 사람들이 벽돌을 뜯어서 길거리 곳곳에 벽을 세웠습니다.
왜 이렇게 벽을 세웠냐면..
경찰들이 총을 쏘니 이 벽을 총알 방패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경찰이 투입되었으니 시위가 금방 진압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격렬한 시위는 굉장히 오래갔습니다.
시위가 오래 지속될 수록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로 거리에 사람이 사라졌으며, 물류가 멈추고 경제가 나빠졌습니다.
마트에 약탈이 시작되고 거리는 점점 위험해졌습니다.
길거리에 전소된 차량들도 많이 생겨났구요..
길거리에 왜 전소된 차들이 이렇게 많냐고 물어보니..
니카라과 국민들이 대통령 지지세력인 산디니스타 세력과 시위를 하고 있는 청색 연합(Unidad Azul)으로 세력이 나뉘어졌고..
산디니스타 세력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청색 연합 소속 사람의 차가 지나가면 세워서 차에 불을 지르고 그 사람에게 해코지 한다고 하더군요.
그 반대로 청색 연합의 세력이 많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산디니스타 소속 사람의 차가 지나가면 마찬가지로 차를 세워 불지르고 해코지 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2018년 5월 연금 및 사회보장개혁을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약 2천5백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생겼고, 수만명의 부상자가 생겼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 실종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취재를 나온 미국 기자가 산디니스타에게 잡혀 사망한 일도 있었고, 특히 청색 연합에는 대학생과 같은 젊은 청년들과 지성인들이 많았는데..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대학교에 몰래 잠입해서 대학교에서 시위하던 학생과 교수들이 사망하거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통령이 소속된 산디니스타 정당과 적대적인 정치인들은 추방되었고, 산디니스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도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일간지나 잡지를 발간하지 못하도록 종이의 수입을 금지하고 인터넷과 전기를 끊어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미국에서는 니카라과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자금 동결과 적색 수배를 내렸고, 니카라과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였습니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 때문에 제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어, 프로젝트 예산도 송금 못받고, VISA와 마스터카드 결제가 안되서 프로젝트 운영에 차질이 생겨 스트레스 엄청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ㅜㅜ
아무튼 말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이때 전국적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때문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길거리 행진을 지금까지 금지시켰는데, 니카라과 여성이 2023 미스 유니버스에 우승하니 임시로 축하 행진은 할 수 있도록 거리 행진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니카라과 전국이 축제 분위기로 행복해 지려나 싶었는데..
2023 미스 유니버스의 가족과 미스 유니버스 그녀가 과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니카라과 정부는 미스 유니버스의 니카라과 입국을 금지 시키고, 가족들을 긴급 체포하여 구금하였습니다.
물론 임시로 풀어준 거리 행진도 금지시켰구요..
이 뿐만이 아니라 미스 유니버스 대회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다 체포하였는데, 죄명은 반역죄라고 합니다.
과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을 도와준건 정부에 대한 반역죄에 해당된다고, 미용실 원장이나 디렉터, 코디네이터 등등 모두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2023 미스 유니버스는 현재 뉴욕에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당시에 저도 정부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대통령실과 그 측근, 장관과 여러 산디니스타 측 인사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는데..
항상 긴장 속에 살았던게 기억나네요.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사람들은 참 좋았는데..
아무튼 저의 일을 도와주던 현지인 직원들은 청색 연합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생각난 김에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무탈한지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당시에 저는 이미 현지 직원들이 반정부 지지자들인건 알고 있었고..
제 프로젝트가 끝날 때.. 이 친구들이 약간 걱정되서 우리나라의 다른 기관으로 소개시켜줘서 취업을 했는데..
아마 그 기관이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어서 아마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글 쓰다보니 한가지 더 기억나는게..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해서 논문을 써야겠다고 현장으로 날아오신 교수님도 계셨네요..
이게 참 슬프죠.
독재자를 몰어내도 후임이 똑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란거...
이 글과는 관련있는거 같아서 예전에 KBS 세계는 지금에서 본적 있던게 생각나는데 최근에 이런일도 있었군요.
게다가 2018년 시위는 심지어 비슷한 사건을 과거에 같은 날짜에 겪은 우리로서 더 마음도 아프네요.
막연한 생각입니다만 21세기가 은근 빡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