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생 입맛이었습니다. 제법 나이를 먹을 때까지도 나물 먹기를 꺼려 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시금치무침에는 젓가락을 가볍게 대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던 반찬이 있었습니다. 가지입니다. 상에 놓인 가지는 언제나 징그러웠습니다. 분명 야채인데 입맛을 추락하게 만드는 색과 흐물 거리는 모습, 축축한 그 무엇이 떨어지는 생김새는 정말 싫었지요. 이거 먹으면 맛있는 간식 준다던 어머니의 말에도 거절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30대 중반 즈음이었을 겁니다. 모처럼 본가를 찾은 제게 어머니가 자랑하듯이 음식을 주셨습니다. 가지 찜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던 가지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내었고 그 안에는 다진 소고기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나를 집에 들어 베어 물으니 소고기의 맛과 가지의 식감과 향이 어우러졌습니다.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우고 더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말씀드렸지요.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냐고’ 말입니다.
그 뒤로 가지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가지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지 탕수는 새로운 맛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지금도 화교 음식점을 찾으면 잊지 않고 주문을 합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숨겨진 폭신한 살결을 입에 담고 싶어서 말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식재료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질색하던 야채를 없어서 못 먹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어릴 적 싫어했던 거지 무침도 잘 먹게 되었습니다. 가지의 본모습을 알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성별과 나이 성격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대중적인 그 무엇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대중적인 방법을 강요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가치관에서 소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득이 그렇습니다. 내가 합리적이다 생각하는 가치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 가치를 다루고 소화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상대방 방식과 가치관을 탐색하기가 설득을 성공하는데 첫 번째 관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의 니즈 파악이겠습니다.
내 식대로 먹이기보다, 상대방이 좋아할 방법으로 조리해 먹이기,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지요. 다만, 어려우니 성취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를 더 잘 이해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드니까요. 사람들이 내 말에 설득이 안 된다면, 내 식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겠습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
지난글 보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191788
가지 볶음 하나면 밥 2공기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 하더군요.
가끔 가지 받아서. 가지 튀김, 찜, 볶음 다 해봤는데.
저 빼고는 저희 가족 누구도 먹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취향대로 양념장 만들어 슥샥 비벼 보세요
그냥 가지 파프리카 사과 등등 구워 소스만 뿌려도 매력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