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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요리 레시피 찾아보지 않는 사람. 22

4
2023-12-06 15:15:24 수정일 : 2023-12-06 15:28:41 125.♡.75.228
Darthvader

2005년 여름 즈음에 자취를 시작하고 2016년에 결혼을 했으니 혼자 밥을 차려 먹은 시간이 한 11년 즈음 됩니다. 11년 동안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 횟수를 헤아리면 양손과 양발 정도를 채울 정도가 됩니다. 요즘 같은 배달의 시대를 역행하는 기록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본가에서 보내온 식재료들을 해치우려면 해먹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특히 때가 되면 집 앞에 놓인 쌀 한 가마니를 쌀벌레가 파티를 벌이기 전에 없애려면 꼬박꼬박 밥을 해먹어야 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해먹으며 몇 가지 배운 사실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가 끓인 콩나물 김칫국이 먹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였던 국의 생김새와 맛을 떠올려보며 비슷한 재료는 다 넣어 봤습니다. 콩나물은 다듬질 않아 콩 껍질을 떼지도 않고 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화자찬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해봤습니다. 재료를 넣는 순서를 바꿔보거나, 조리하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제법 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일정한 맛을 제법 빨리 만들기도 되었습니다. 집을 찾아준 손님에게 대접해 보니 맛이 제법 좋다며 먹었습니다. 칭찬을 받으니 신이 나서 더 해봤습니다. 해보다가 모양새도 신경 써봤습니다. 모양새를 신경 쓰려니 그릇도 세심하게 고르기도 해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요리법을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 검색은커녕 해보기를 즐겼습니다.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들여다만 봐도, 대강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조리하면 어떤 맛이 나올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습니다. 때로는 실패도 했습니다. 그만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았습니다. 가끔은 얼토당토 않은 재료를 조합했는데도 괜찮은 맛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조합은 저만의 방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해먹으며 제가 알게 된 사실은 첫째. 먹고 싶은 맛(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둘째. 먹고 싶은 맛을 얻어내려면 해봐야 한다는 것. 셋째. 해보는 과정에서 과감성이 다른 좋은 결과도 가져온 다는 것. 넷째. 실패를 두려워 하면 배우지 못한다는 것. 이 경험을 반복할수록, 식재료와 조리 방법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레시피 같은 걸 찾아보면 참고는 될지언정 그 지식이 제 것은 되지 못했습니다. 제 손끝을 움직여 직접 해봐야만 체득되었습니다. 백종원 씨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지요.


나이가 들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세상 대부분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방법을 배우거나, 꿀팁을 찾아보는 등의 행동은 정말 ‘앎’을 이루는데 단초가 될지 모르지만, 통찰력을 얻기란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이 사업이든, 자기 계발이든, 말하기든 간에 말입니다. 공자님도 말씀하셨죠. 해본 것은 이해한다고.

오늘도 생각을 더듬어 수육을 만들었습니다. 맛있다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오늘도 맛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크린샷 2023-12-06 오후 3.14.56.png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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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내래이션 전문 성우. 기업행사, 프로모션, 웨딩 전문 MC. CJ오쇼핑 전문게스트 출신 쇼호스트.
동기부여, 스피치, 리더십, 직무능력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강사. 지금은 딸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빠

삶의 목적이 있다면 행복이다. 행복의 정의를 내린다면 가족과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정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만번 말해보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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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2]
강멘
IP 182.♡.40.130
12-06 2023-12-06 15:17:47
·
맞아요. 직접 해보는게 장땡입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8:31
·
@강멘님 그래야 그 '앎'이 머리에 새겨지죠. 심지어 이건 뇌과학 측면에서 봐도 합당한 방법입니다. 인간은 맥락정보를 훨씬 더 오래 깊게 기억한다는 사실 말이죠.
desert
IP 121.♡.138.165
12-06 2023-12-06 15:18:02
·
어머니의 맛(미ㅇ..)이 들어가야.... ㄷㄷ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29:16
·
@desert님 저희 어머니는 암환자라 합성 조미료를 쓰지 않으십니다.
삭제 되었습니다.
uwobj
IP 112.♡.97.184
12-06 2023-12-06 15:22:54 / 수정일: 2023-12-06 15:23:18
·
반대로 타고난 감각으로 대충 만드는데 적당히 맛을 낼줄 아는 분들이 그거 믿고 레시피 무시하면 발전이 없더군요. 딱히 울 마눌을 두고 한말은 아닙니다. 흠흠.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2:45
·
@RetroBoy님 요리는 소재였을 뿐 하고자 하는 말은 '해보기의 미덕'입니다. 해보지 않으면 그 진의를 깨우칠 수 없다는 소리를 하고 싶었네요.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도(저는 재능을 믿지 않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말씀같은 사례가 나오지요.
nariyada
IP 1.♡.209.117
12-06 2023-12-06 15:29:55
·
요리에 재능이 있으셔서 잘 풀리면 좋은데

대부분 요리 못하는 분들의 문제점이 레시피에서 하라는데로 안하는겁니다.

재료 준비하라는데로 하고 다듬으라는데로 다듬고 불 조절, 시간조절. 양념조절만 하면 괜찮게 나오는데
거기서 불필요한 창의성을 발휘해서 요리를 망쳐요.

사실 요즘 요리는 불필요하게 모험할 필요 없어보입니다.
레시피 제대로 찾아서(웹에는 본인도 망친 레시피 공개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하라는데로만 해도 기본이상은 다 합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6:30
·
@nariyada님 제가 하고 싶은 말 중 하나가, 실패를 해봐야 알 수 있다였습니다. 성공하면 하나를 배우고 실패하면 전부를 배운다는 말처럼요.

제가 현업에서 보면 사업이든, 운동이든, 요리든, 말하기든, 투자든 많은 사람들은 남의 지식을 '공부만'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그 분야를 이뤄 내는 사람들은 '남의 지식을 공부해서 내 식으로 소화해 내 방법을 만들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이들은 실패하건 말건 모험에 뛰어들지요.

오늘 수육 삶다가 다시 상기하게 되서 써봤습니다.

불필요하게 모험이란 말씀.. 저는 해보라고 하고 싶네요. 그 불필요함이 필요하니까요.
nariyada
IP 1.♡.209.117
12-06 2023-12-06 15:39:14
·
@Darthvader님 저도 괴식에 가까운 저만의 레시피인데 꽤 맛있는거 많이 만들었는데 그게 다 불필요한게 요즘은 맛이 보장된 레시피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업상 메뉴를 개발하는게 아니라면 음식 망칠 각오를 하고 추가로 뭔가를 해서 얻을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42:35 / 수정일: 2023-12-06 15:42:46
·
@nariyada님 선생님과 제가 가치관이 다르니 제 방법을 '효율'성이 나쁘다고 하시겠지만, 효율을 등한시하고 도전하는 자세로 얻는 것을 말씀 드리자면 '깨닳음'입니다.

연애를 책으로 공부하기보다 직접 상대해봐야 깊은 통찰력에 도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Smashed Pie
IP 121.♡.145.125
12-06 2023-12-06 15:30:53
·
음...지금 뭐 끓이시는건가요?;;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3:10
·
@Smashed Pie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Smashed Pie
IP 121.♡.145.125
12-06 2023-12-06 15:34:03 / 수정일: 2023-12-06 15:34:37
·
@Darthvader님 수육이라곤 하시는데... 음..정말 상상하지 못할 재료들이 있어서요 저게 그사진 맞는건가 싶어서 댓글달았습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7:27
·
@Smashed Pie님 보통 수육 삶는데, 대파, 마늘, 통양파를 베이스로 삶는데 요즘에는 여기다 월계수 잎과 통후추 등도 넣습니다. 저는 사과 반쪽을 넣고요.
The심이
IP 218.♡.158.97
12-06 2023-12-06 15:31:37
·
요즘 다시.레시피 보는게..
제가 내는 맛이 똑같은데
좀 더 다른 맛을 내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똑같.....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37:54
·
@The심이님 자기계발서가 대게 비슷한 이유과 같다고 봅니다. 보통 그 성공 방적식은 비슷하거든요.
The심이
IP 218.♡.158.97
12-06 2023-12-06 16:17:37
·
@Darthvader님 요즘엔 간마늘보다는 생강가루가 좋더군요.
그리고 요리를 넘어...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누아즈를 몇번 시도 해봤는데.
촉촉한 느낌을 만들기가 어렵더군요.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6:24:13
·
@The심이님 어려우니 그걸 넘어가면 그만큼 성취감도 높겠군요!
전가복
IP 211.♡.3.117
12-06 2023-12-06 15:35:02
·
실패시 짬처리를 본인이 한다면 인정입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43:20
·
@전가복님 당연하죠. 배움에는 실패에 대한 수습도 포함이니까요.
hink
IP 211.♡.71.105
12-06 2023-12-06 15:38:07 / 수정일: 2023-12-06 15:39:13
·
레시피를 안보는 단계는 이미 맛을 머릿속으로 그리실수 있다는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계까지 가기위해 많은 레시피를 보면서 재료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학습을 해야죠 ^^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도 해야하고요.
저는 예전에 쌀국수 육수내다가 새우젓을 조금 넣어볼까 하고 실천에 옮겼다가 육수 다 버린적 있네요.
ㅎㅎㅎ
Darthvader
IP 125.♡.75.228
12-06 2023-12-06 15:40:06 / 수정일: 2023-12-06 15:50:13
·
@hink님 글 첫머리에 써둔 것처럼.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실패를 거듭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바리에이션도 쉽고 양을 늘리기도 쉽습니다. 레시피만으로 요리하는 분들 중에는 양을 늘려서는 못하는 경우도 있더군요(3인분 레시피만 봐서 3인분만 만들 수 있는 등의)

회사 일도 그렇죠. 사업도 그렇고 장사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심지어 제 분야인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남의 방법 공부해봐야 단초 정도만 되지 정말 몸으로 옮길 그 앎이 되진 못하더군요. 마치 남 앞에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살고서는 단 한번에 말을 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랄까요? (20년 동안 말을 업으로 삼은 사람도 힘든데 그게 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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