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평범한 한 시민입니다. 정당에 적을 두거나 노조에 가입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한 적도 없습니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중도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을 이념의 틀 안에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진보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때론 보수적일 때도 있고 때론 판단이 아예 안 설 때도 있습니다. 그런 평범하디 평범한 한 시민인데 어쩌면 그 평범한 시민 중에서도 좀 게으른 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생업을 핑계로 촛불집회에 지금껏 나가본 적도 없고 이태원참사 때에도 마음으로만 추모한 정도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그럴 것처럼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류덕분이죠. 또 우리나라는 객관적으로도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빠른 인터넷, 신속한 은행업무나 행정, 깨끗한 물, 훌륭한 의료보험 제도와 병원을 가지고 있고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남의 물건을 잘 건드리지 않는 양심과 시민의식을, 어디든 빠르게 배달하는 택배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 성향을 떠나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 편입니다. 기꺼이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긍심을 가질만한 우리나라가 아시다시피 지금 많이 절망스럽고 어지럽습니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고,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고, 경제를, 힘들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람을 100%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가져다 준 씁쓸한 교훈이지요. 윤석열 검사도 한 때 내가 신뢰하고 응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진중권 교수는 내가 한 때 좋아했던 논객이었습니다. 배우 유인촌은 전원일기 때 이미지가 제일 좋았습니다. 국회의원 안철수는 김제동씨와 토크콘서트를 다녔을 때가 가장 참신했었습니다. 그리고 박지현씨는 불꽃이었을 때 가장 빛났습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사람이 꾸준히 온전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쯤 되면 이 말은 이렇게 바꿔 말해도 될 듯 합니다. “10년이면 진중권 변희재되고, 변희재 진중권된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변희재 진중권되고 진중권 진중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