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정치적 뿌리가 커뮤니티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준석의 정치 토양은 박근혜 키즈로 출발해서 보리적 합수를 표방하다가, 트럼프로부터 영향을 받아 코리안 트럼피가 됐습니다. 이런 변화의 궤적은 고스란히 일베/디씨/펨코적 마인드를 따라갑니다. 일례로 일베가 그들이 '우좀화'라고 부르는 노인계층의 유입 이후 노잼화되고, 일베의 상대적 젊은 유저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집니다. (제 가설은 좀 젊은 세대는 펨코로, 좀 나이든 세대는 엠팍같은 커뮤니티로 흘러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주로 흩어진 커뮤니티 중 하나는 일베의 어머니인 디씨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 노무현 갤러리가 있습니다.
일베가 이명박 때 생겼고 일베의 패륜적 이미지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생겼지만, 그들에게 모독당한 딱 한 명을 꼽으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이하 노무현). 노무현의 기일을 중X절이라고 부르고 MC무현을 만들어 합성/음악을 만들고 맘껏 조롱하던 게 일베였습니다. 그들끼리 신나게 씹고 뜯고 놀다보니 지들끼리 재밌는 '밈'이 됐고, 이것을 가지고 외부로 나가기 시작하고 여기 저기 커뮤니티 침략을 감행하면서 일베유저들의 이미지는 바닥을 칩니다. 어떤 누가 사자를 모독하는, 그것도 억울하게 정치적으로 수사를 받고 벼랑 끝에 몰렸던 인물의 죽음을 모독하는데 좋아하겠습니까.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런 과거 때문에 그들에게 노무현은 지워지지 않는 전과와 같은 것입니다. 일베에서 탈출했고 이미 일베의 이미지는 이미 바닥이었기에 일베유저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 새로운 인터넷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닉 세탁'의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으나 그들이 맘껏 사자모독을 했던 노무현을 긍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캡쳐화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본디 수구정당과 정부가 긍정했던 커뮤니티이기에 그 정체성을 버릴 순 없습니다. 이명박을 사랑하죠. (박근혜는 싫어할 겁니다. 그때문에 수구 정권이 무너지고 일베에서 쫓겨났으니까요) 그런데 일반적 인식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그들이 노무현을 긍정한다는 겁니다. 스스로 친노를 자처합니다. 물론 노무현이 실행했던 모든 정책과 (한국 정치 지형에서) 진보적 움직임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이 가지고 있는 (정상 정치 구조에서) 보수성과 친서민적 이미지를 사랑합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유희를 위해서 즐기던 컨텐츠로써의 노무현은, 이제 그들이 좋아하는 '인간 노무현'이 됐습니다. 어떻게 봐도 모순적이지만 인간 노무현을 사랑하는 그들은 여전히 노무현을 이용해서 말도 안 되는 망상글(노무현+문학=노문학)을 쓰고, 합성필수 요소로써 노무현을 활용합니다(MC무현). 일단 표면적으로 노무현을 즐기는 이유가 약간은 변화한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싫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을 증오합니다. 그래서 노무현과 문재인을 분리합니다. 노무현은 문재인이 자신의 친구임을 자랑했고,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을 계승했던 정부였지만 이를 부정합니다. 그들에게 문재인은 철저히 노무현을 이용하는 정치인이고 정치적 자산으로써 활용하는 인물일 뿐입니다. 실상은 그들이 노무현을 이용해서 여전히 씹고 뜯고 즐기는 패륜적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세탁하는데 있습니다. 더불어 정치적 자산으로써 활용도 있습니다. 노무현은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고자 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수구정당에는 이런 인물이 없습니다. 불의와 기울어진 지형에 저항했던 정치인, 그리고 그가 가진 친서민의 이미지. 수구정당을 지지하는 놈들이 가지지 못했고 가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건 이준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하고 아버지 친구 버스타고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전설의 2시간 짤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정치적 어머니를 배신했고, 새로운 이미지--보리적 합수--를 챙겨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심리적으로 착 붙어있는 디씨/펨코 유저들이 갑자기 사랑하기 시작한 정치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노무현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런 적이 없지만) 수구 정당 내에서 소수자 입장이라고 생각한 그는 노무현에게 자신을 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노무현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갑자기 디씨적 친노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감성과 선택은 디씨/펨코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감탄고토. 그저 필요하다고 생각되니 노무현을 택해서 맘대로 이용해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험지(?) 노원 병을 떠나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대구에 출마하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싸우는(???) 선택을 은연 중에 내비치는 겁니다.
그저 역겹습니다. 분명 노무현 정신은 살아있고 시대의 조류가 된 지 오래이고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살았었지만, 그걸 비웃고 능욕하던 인간들이 그걸 가져다가 정치 자산으로 쓰려고 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토악질만 나옵니다.
당신은 어디까지 역겨울 수 있습니까, 이준석씨. 그걸 계속 해내는 당신이 더욱 혐오스럽네요.
고맙습니다.
전 이준석이 노무현 정신 운운할때마다 본인의 주 지지층에서 노무현을 여전히 희화화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더군요.
사람들이 싸가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어쩐다라고하면서 싸가지라는 단어를 굳이 쓰더군요.
내 주변에서도 이씨는 싸가지 없다는게 정설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약간 다르게 생각합니다.
탁월한 분석에 감탄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