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루 중 꼭 얼마동안의 시간을 미국 뉴스를 보고 듣고 읽는데 씁니다.
일어나서 저는 먼저 공중파 NBC Today 쇼를 틀어놓고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하고 옷을 입고,
출근할 때는 자동차에서 NPR (National Public Radio) 앱을 켜고 아침 조간 브리핑과 쟁점 뉴스를 듣고,
직장에서 일 하면서는 간간히 그러나 매일마다 반드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더 힐, 로이터, Associated Press의 순서로 거기 중심이 되는 기사들을 온라인으로 읽어봅니다.
간간히 경제 뉴스 관련해서 야후 파이낸스, 블룸버그, 마켓와치 등을 보거나 읽고,
저녁에 돌아올 때 다시 차에서 NPR을 틀어놓고
짐에서 운동할 때는 거기서 틀어주는 FOX News/CNN/MSNBC 를 보고 들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공중파 ABC (David Muir)나 NBC (Lester Holt)의 뉴스를 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Reddit을 자세히 읽습니다.
폭스나 CNN, 월스트리트 저널처럼 이념적 성향이 노골적인 매체가 아닌 한 미국 언론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생각보다 미국 언론들은 꽤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보입니다.
이 중 제가 가장 신뢰하는 뉴스 미디어 기구는 단연 NPR입니다.
저는 학자로서 이론적으로 "객관" "사실" 혹은 "중립"이라는 개념을 지지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뉴스에서 "성찰적인 균형" (reflective balance)을 추구합니다.
기계적이거나 산술적인 평균(median)도 아니고 어떤 사태에서 대한 전달자의 입장의 결여나 공백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전달자 자신이 미리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한 자성과 비판 속에서 눈 앞에 벌어진 사태와 그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전달자 자신의 해석과 판단의 균형감을 확보하고자 하는 주체적이고 공감적인 노력과 결단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혹은 우리가 지지하지 않는 저 사람, 저 집단의 저 행동에는 내가 꼭 알아야 할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가. 저들의 문제는 언제나 잘못이고 틀렸다고 하기 전에, 또 내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저 사람, 저 집단의 행동를 틀린 것으로 규정하기 전에, 그 입장을 한번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다시 그 시선에서 나의 입장을 바라보는 것. 나아가 내가 지닌 이전의 입장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보다 더 보편적으로 용납 가능한 이해로 발전시키는 것이 성찰적으로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없는 언론은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자기 절대화하는 경향을 필연적으로 내보이게 되고
당연히 그런 미디어의 입장과 반대되는 독자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되죠.
제가 아는 한 한국의 거의 모든 미디어 조직들이 사태의 전달자로서 독자/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조직의 정치/경제적 조건에서 생겨나는 편견에 대한 반성 없이 스스로 사태에 대한 판관을 자임하는 오만하며 독선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회 체제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position)이라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 혹은 그 조직의 정치적 경제적 조건/기반에 의한다는 막시스트들의 통찰을 저는 지지합니다. 또한 그 입장은 장기적으로 정치 경제적 맥락에 따라 변화한다는 니체나 푸코 같은 역사주의자들의 주장도 지지합니다.
그렇기에 누가 어떤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판단하는지는 결코 칸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처럼 보편 타당한 합리적인 오성과 감각적 경험의 적절한 결합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 혹은 그 사회 공동체가 이미 전제하고 있는 수많은 사전적 전제들, 개념들, 담론들에 의해서 조건지어지고 그런 전제들, 개념들, 담론들은 다시 그것들이 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내 안의 균형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반성하지 않는 어떤 언명도 종국적으로 자신의 인식과 판단을 과신하는 오만과 독선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뉴스가 돈이 되는 자본주의에서 미디어 조직이 자기 반성적으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고상하고 요원하게 들립니다. 당장 사람들이 더 많이 방문해서 더 많이 클릭하고 읽고 그래서 사이트의 가치도 높이고 광고 단가도 높여야 하는 압박 속에서 무엇이 실체적으로 더 나은 보도인지 더 나은 해설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탁상공론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한국 언론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너무나 노골적인 당파적인 색이 짙은 기사들로 도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NPR을 권할 때 그 이유는 NPR이 다른 매체에 비해서 가지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나은 "균형"이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NPR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독립적인 영세 지역/전국 라디오 네트워크 연합이라는 독특한 구조와 연관이 있으며, 본질적으로 청취자들의 자발적인 기부금, 그리고 법으로 보장된 국고 혹은 지방 정부의 지속적인 보조라는 재정 독립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NPR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며 더욱 더 균형감 있습니다. 저처럼 수많은 미국 사람들이 매일 NPR 앱을 열어 NPR의 보도를 듣습니다.
미국 메이저 언론을 보고 있으면 참 답이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나마 NPR 같은 자정 노력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노력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이 없지는 않다고 자위하기도 합니다.
물론 NPR이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최근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균형 잃은 NPR의 이스라엘 옹호적인 보도 태도에 몹시 화가 났고, 걸핏하면 북한,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NPR의 태도에 매번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NPR도 미국이라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조건을 떠날 수가 없을 것이고 미국인들을 위한 방송이니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방송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좀 더 믿고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전국 채널을 하나 가진 것만도 귀하디 귀한 것이라, 한국의 사례를 보며 깨닫습니다.
혹시 미국 언론으로 영어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께 NPR 앱을 다운 받아 매일 조금씩 들어보시길 추천하겠습니다.
덫붙혀 웹사이트 하나 추천드릴게요. 각 미디어들의 치우침 정도를 보여주는 사이트입니다.
https://www.allsides.com/media-bias/ratings
/Vollago
Al Jazeera 국제 뉴스의 공정성에 관한 정평은 다들 아실테고 미국 시사에 관해서도 미국인은 말하지 않는 시사점을 보여주는 보도가 많습니다.
한 때 친서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내세우는 보도준칙을 이만큼 준수하는 언론사가 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