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약자들을 보호하여 떨어뜨리지 않고 같이 간다."라는 슬로건. 그런데 상금타러 온 경쟁에서 무슨 웬 약자 보호?! 뭐...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그의 우산 밑에 몸을 가리는 자들도 과연 궤도의 가치관을 같이 할까? 궤도의 공리주의에 공감하고 연합하는 걸까? 여기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없이 연합이 되죠. 결국 삐걱거리다가 땅따먹기(5바이5만드는) 게임에서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라?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궤도는 명석한 분석가으로서의 자질은 충분해도 협상가로서의 기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움을 묻지 않고 주다보니 선한 태도로 끌어주니 이 사람은 내가 막 대해도 된다.라는 인식이 조금씩 심어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궤도 옆에 붙는 사람들은 위의 물음에 혹은 궤도의 가치관에 공감하여 온 것이 아닌, 오로지 자기의 생존이 중요해서 온 것일 뿐인데... 즉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할 거 같이 느끼는(한마디로 게임에 겁을 내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라 자신이 위기에 처하거나 혹은 궤도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궤도가 기대하는 결정을 할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사실 인생을 살면서 부모에게서 또 학교에서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응당 그래야 한다라는 가치관을 배웁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사회이고 사람답다라고 배우죠. 그런데 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이 다 맞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는 두 가지 가정 내지 생각을 했습니다.
1) 궤도가 (가령 사회화가 덜 되어서)타인과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찾는 의사결정 과정이 자연스레 부재했을런지 모른다.
(타인의 의도와 감정에 소홀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연우부터 살리자는 둥... )
2) 당연히 나의 가치관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게 남들 보기엔 말도 안되 보이긴 하지만, 전략 상 그리했다.
(이는 약자들을 보호하는 척 하며, 마치 체스의 말 처럼 부릴 수 있는 연합을 자연스레 만듬)
보면서 궤도란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보다보니 머리 속이 복잡했습니다. 1)인 거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매 문제마다 적절한 솔루션을 내는 걸 보면 머리가 비상한 거 같은데 사회화는 아이큐랑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봐서 1)과 같은 사고 과정은 궤도의 나이와 지능 수준이면 이미 깨우쳤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점차 2)인거 같다라는 느낌도 들구요.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4인 3목에선 저는 일부러 트롤링을 했다고 봤습니다. 그 장면에서 빨>노>초로 순서대로 연합하여 막게 되면 4인의 5블럭이 모두 필드에 나오는 상황이라 누가 이길지 모르게 되는, 게임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 옵니다. 그래서 1,3라운드 우승자가 하석진이다라는 것을 가정해보고 50%이상의 도박을 해보는 것도 꽤 좋은 방법으로 여겼다고 생각됩니다. 여튼 1)과 2) 계속 생각하면서 봤는데 결론은 어느 한쪽이 아닌 정도의 차이라고 답을 내렸는 데, 경쟁 서바이벌에서 참 특이하고 재밌는 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똑똑한 사람들에게 바라고 있는 올바른 가치관(홍익인간의 정신, 공리주의, 정의..?)을 그가 온전히 지닌 것인데도 제가 끝까지 의심하면서 그를 관찰한 게 아닌 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의사소통 부재나 자신의 철학을 강요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매 게임 빠르게 솔루션을 찾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인지 충분히 잘 알 사람이죠. 피디 깡소주 많이 마셨을듯.
궤도가 협상가로서 기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신것에 동감하고.. 아마도 대놓고 티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본인이 대단하다는 것을 내면 깊숙히 깔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자신감, 자존감?) 생각했습니다.
동재를 별로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변칙플레이와 포커페이스를 통해 상대방을 농락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인데 말이죠.
하석진의 오목은 난이도 조정이 들어간 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궤도가 양면적으로 팬과 안티를 모두 모을 수 있는 캐릭터라... 하석진까지 떨어졌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결말이 욕 좀 먹지 않을 까 염려되서 조치를 취한 것 같다는 의심이...
게임 전체적으로 개인능력보다 연합(말그대로 쪽 수)으로 풀어가면 유리한 게임들이 많다 보니... 환경적으로 그렇게 조장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