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 동안 무빙을 13화까지 시청했습니다.
20회 짜리 장편(?) 드라마긴 하지만 회당 4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다 몰아볼 수 있었을 텐데 아시안게임도 있고 손흥민도 있고 연달아 볼 시간을 내기
쉽지 않더군요.
본문 제목과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무빙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13화까지만 보고 어떻게 알아? 라고 하실 수도 있긴 한데 그동안 웹툰에서 보여준
강풀의 스타일(무빙 원작은 안 봤습니다)을 생각하니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됐고 그 장단점도 함께 예측이 가능하더군요.
무엇보다 클리앙이나 인터넷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10화, 11화 역시 그 장단점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걸 보고 바로 후기를 적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슬램덩크 극장판과 재벌집 막내아들
무빙을 보면서 내내 떠올랐던 두 작품이었습니다. 하나는 미시적 관점(?) 다른 하나는
거시적 관점에서요.
슬램덩크 극장판 보신 분들은 아마도 열에 일곱 정도는 이런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경기에 몰입하려고 하면-과거 회상-다시 경기에 몰입하려고 하면-과거 회상
아 이거 경기만 따로 모아서 편집판 내주면 안 되나요??
제가 무빙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딱 이랬습니다. 잔잔한 일상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뭔가 나타날 듯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다음 화에서는 갑자기 원점. 다시 마지막에는 뭔가
또 나타날 것처럼 해 놓고 다음 화에서는 또 원점.
시청자들인 한껏 끌어올린 고양감을 가지고 다음 화로 넘어갔는데 갑자기 그 상황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랑말랑한 일상 로맨스가 등장합니다.
결국 고양감은 해소되지 못하고 찌꺼기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걸 '매화'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합니다.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짜증나는데 뭔가 보여줄 듯 약만 잔뜩 올려놓고 다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합니다. 제가 13화까지 봤으니까 무려 8시간 동안이나요.
시청자들은 봉석-희수, 두식-미현, 주원-지희의 비슷비슷한 일상 로맨스를 필요 이상으로
길게 반복해서 봐야 합니다. 심지어 이 커플들은 어딘가 사랑에 서툰 남자-당차고 자신에
솔직한 여자로 구성마저 똑같아서 그냥 데자뷰를 보는 것 같습니다.
결말에서는 프랭크나 안기부가 뭔가 할 것처럼 폼 잡는 걸 반복해서 봐야 하죠. 장주원이
프랭크 때려잡아서 그렇지 안 그러면 민차장은 등장도 못할 뻔했습니다.
남산 돈까스나 영웅문이나 소품만 다를 뿐 기능은 똑같습니다. 안기부나 깡패들도 사람만
다를 뿐 기능은 똑같죠. 조금 더 줄이고 집중했어야 됩니다.
여기서 두 번째 작품이 떠오르죠.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
3. 원작에 대한 존중과 과도한 재현 그 어디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무빙 원작을 안 봤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이 어느 정도로 묘사된
건지 잘 모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좀 더 과감하게 쳐내야 했습니다.
웹툰을 드라마로 옮길 때 원작을 다듬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입니다. 방대한 원작을
한정된 시간과 예산에 구겨 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또 하나의 다른 중요한 이유는 웹툰과 드라마의 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고
소비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웹툰의 경우 독자는 자신의 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별로 안 중요한 부분은 휘리릭
넘길 수도 있고, 한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보면서 음미할 수도 있습니다. 휘리릭 넘겼던
장면이 알고 보니 중요한 복선이었다면 스크롤을 다시 위로 올려서 아니 이게 복선이었어?
라면서 감탄할 수도 있죠.
그런데 시청자는 (아무리 OTT라도) 그게 쉽지 않습니다. 웹툰에서는 1초 만에 넘길 수 있는
연애 장면도 드라마에서는 5분을 넘게 봐야 하고, 장면을 허투루 넘기면 어디부터 감아보기를
다시 해야 할 지도 헷갈립니다.
그런 측면에서 드라마화 된 웹툰은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과감히 스킵할 수 있어야 하고, 중요한 장면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가급적 압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미현이 두식에게 자신은 감각이 좋다며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는 장면은 이미 앞에서
희수가 봉식에게 자신이 다치치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과 대구를 이루는 아주 멋진 장면인데,
앞에서 이런저런 서론이 너무 길고 그 와중에 시청자들이 이미 미현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서 아무런 임팩트가 없이 표현되고 맙니다.
특히 서론에서 민 차장이 '아직도 두식이의 비밀을 모올라?'라면서 쓰잘데기 없이 썰까지 푸는
바람에 두식이의 날으는 돈까스도 김이 왕창 빠져버렸고, 덩달아 미현의 비밀도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죠. 둘은 서로 깜짝 놀라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시청자는 어 알았구나(심드렁) 상태인 거죠.
재벌집 막내아들이 원작에 대한 존중과 이해 없이 과도한 집중과 생략을 통해 드라마의 본질
자체를 '국밥집 막내아들'로 바꿔버렸다면 무빙은 원작자가 극본까지 맡으면서 원작의 의도를
지나치게 친절하게 뼈까지 발라주는 바람에 시청자의 역할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기는 두 사람이 만나서 연애하면서 이런 감정이 생기는 장면이고 저기는 이제 반전이 생기는
부분이고 어쩌고저쩌고...드라마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명충이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말았죠.
무빙이 오징어게임만큼 폭발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건 단순한 플랫폼 차이가 아니라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흡입력의 차이일 거고 그건 드라마화에 최적화되지 못했던 각본 때문일 겁니다.
만약 무빙의 뒤를 이은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때는 원작을 잘 알고 존중하는 각본가를 데려오거나
최소한 각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4. 결론
그래서 무빙이 엄청 별로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아요. 로맨스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이런
감성을 더 좋아하실 수도 있죠. 사실 로맨스가 메인에 초능력이 양념이다라고 생각하면 훨씬 더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슬램덩크 송태섭의 서사가 마지막의 '그 드리블'을 위한 것처럼
강풀의 빌드업도 결말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하겠죠. 저도 남은 7회를 기대하고는 있습니다.
길게 썼지만 웹툰과 드라마는 다르다.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라는 게 무빙에 대한
제 감상평 한 줄 요약이네요.
연령대를 높게 봐준덕에 스토리 진행과 떡밥을 과하게 끌어올리기만하고 끊어먹는
전형적인 그런 연출 기법을 줄여서 시청자로 하여금 덜 피곤하게 해준거 같아요.
시청자가 심드렁한 상태라는건 .. 이미 그러한 방식의 연출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이겠죠.
영웅문도 남산돈까스도 .. 모두 연령 때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편안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과하게 집중하지도 너무 피곤하지 않게 작은 일상을 반복하게 해주죠.
그덕분에 너무 긴 서사가 필요 없고 시청자로 하여금 캐릭터에 더 몰입하고 이해할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고 봅니다.
이런점은 오히려 일반 각본가를 썼다면 납득 시키기 어려운 부분이겠죠.
원작자과 각본가가 같음으로서 서사를 이끌어 감에 있어서 편안하게 진행할수 있었던거 같아요.
오히려 연결되는 부분에서 끊어져있지만 이어지는 느낌을 잘 살렸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후반 학교씬에서는 좀 지치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못 받은건 강풀 작가 특유의 감성과 호흡을 구현하지 못해서라서 이번 작품은 강풀 작가가 아니었으면 이런 반응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원작 웹툰은 연재중인데, 원작 그대로 갔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는 18~20화는 대규모 전투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내용이다 보니 서사 중심의 연출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 아쉬웠네요;; 인물들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데 북한군 사연도 같이 계속 보여주니 극의 긴장감과 흐름이 자꾸 끊기더라구요ㅋ
그래도 정말 간만에 잼나게 본 드라마입니다. 시즌 2 기대됩니다~ㅎㅎ
지희/희수 닮은꼴 모녀의 캐릭터가 어떻게 스스로와 상대를 구원하는지 보여주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해요.
13회까지 보셨다니까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희수는 나중에 엄마와 비슷한 상황에서 긿을 잃은 남자 하나를 구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원이 말했듯 이건 능력물이 아니라 멜로물이라고 봐서, 그 인간애, 특히 가족애라는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여러 능력자들이 가족을 위해 희생해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줬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속도담을 일부 희생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속도감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답답해하실 수는 있겠습니다.
저도 무빙의 마지막은 좀 별로였습니다. 액션과 서스펜스인 메인스토리 부분에 자꾸 플래시백이 되는 장면이 나오니, 흐름이 너무 끊기더라구요.
그리고 웹툰일 떄는 괜찮았던 대사들이 영상이 되면서 좀 오글거리는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매번 그런건 아니고, 가끔 그랬어요.
전개를 위해 나아가고 싶으신 느낌을 받고 싶으시면 웹툰 원작을 보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웹툰 보시고 드라마 보시면 오히려 드라마가 원작 초월 이라는걸 아시게 될겁니다...
무빙의 경우는 반대 입니다.
원작 분량이 많지 않고 심심하게 흘러가다 보니 영상화를 위해서 원작에 없던 캐릭터를 추가하고 스케일을 키웠어요. 전 이 추가된 부분들이 다 별로 였습니다. (특히 번개맨) 그냥 원작처럼 소소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것 같네요.
원작을 안보고 웹툰 원작을 잘 살렸네 못 살렸네 이야기 하시 보다 원작을 한번 보시고 판단 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캐릭터 각각에 다 서사를 부여한 부분이
굉장히 좋았었는데
역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군요
같이 본 친구는 6화까진 좀 지루해하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게 맞는 거 같아요.
툭하면 과거 회상씬에 맥이 너무 끊기더라구요.
각 인물에 서사를 부여할 거면 아예 예전 얘기부터 시작하던가...
뒤로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