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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범사회부처 협업 전략’을 발표했다. 인구·소득 등 데이터를 연계하고 범부처 정책 협력을 통해 취약계층 발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이다. 지난해 8월에 발생했던 비극적인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은 과거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마찬가지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극심한 생계난을 견디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다.
쥐꼬리만한 복지혜택도 못 받게 만든 빚의 지독함
이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복지혜택이 비껴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빚’의 지독함이다.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생을 마감한 세 모녀의 주민등록상 실주소는 화성시였다. 빚독촉을 피하느라 전입신고를 할 수 없었던 사정이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매일 걸려오는 빚독촉 전화, 빚독촉 방문, 월급 압류와 살림살이 압류, 우편함을 가득 채운 압류 통지서들. 이러한 추심의 공포를 피해 복지의 사각지대로 숨어버리게 된다.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불법 추심만이 문제가 아니다. 채권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채권 회수 절차들은 빚돌려막기조차 막혀버린 다중채무자들에게는 공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20여년 간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는 원인으로 빚의 위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줘야 한다며, 사금융을 제도화해 빚내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었다. 정작 저소득층은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다. 이렇게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부채 상환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하는 불편한 시선이 덮친다. 이 가운데 채무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 채무자들의 고통을 취재하는 것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불편한 금융사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더 열심인 언론들이 부정여론을 크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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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채권 헐값에 파는 금융사는 피해자?
지난해 정부가 소상공인 취약 차주들을 위해 새출발기금 대책을 내놓았다. 새출발기금에 대한 언론보도 방향은 금융사의 거센 반발을 대변한다. 쏟아지는 기사들의 제목만 봐도 금융권의 반발을 짐작할 수 있다. ‘빚 최대 90% 탕감, 새출발기금 도덕적 해이 논란’ ‘이자 잘 갚으면 바보되나’ ‘은행권 금융시장 왜곡’ ‘2금융권, 새출발기금 대상 제한해야, 일부러 연체 늘릴 수도’ 등의 기사 제목들로 도배된다. 제목만 봐도 화가 난다. 게다가 기사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고의로 빚을 연체해 채무조정을 신청할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은 앉아서 도둑질 당하는 것처럼 피해자로 묘사하고 채무자들은 정부의 선의에 기대 도둑질 하고 도망가는 사람처럼 부도덕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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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는 듯이 금융정책 당국은 한 발 물러서는 수정 정책안을 발표한다. 원금 감면 심사를 강화하거나 채권을 매입할 때 금융권과 충분히 조율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금융사들의 부도덕한 맨얼굴이 숨겨진다. 부실채권은 이미 금융사들이 헐값에 매도처리하고 있다. 헐값에 매도하기 전 금융사는 채권자로서 채권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빚독촉 전화, 월급 압류, 자산 압류, 살림살이 압류, 자산 경매처분 등 채권자의 모든 법적 권리를 행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저소득층은 그 모든 채권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에도 상환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다. 갚을 능력이 됨에도 고의로 상환을 회피하는 일은 소액의 대출로 급전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왜 감당하지 못할 돈을 빌리게 되었는가이다. 이 또한 대부업법까지 만들어 저소득층들이 돈을 빌리기 쉬운 환경을 만든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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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행복기금’으로 둔갑한 국민행복기금
최선을 다해 추심했음에도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금융회사들은 헐값에 매각한다. 여기서 금융회사들이 일부 손실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은 금융회사들이 매각하는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채무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채권 추심회사들에게 추심 위탁을 하기 때문에 채무자 입장에서는 채무조정보다는 추심 압박에 가깝다. 이렇게 채무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추심을 하고 나면 초과 회수이익이 발생한다. 이 회수이익을 어떻게 쓰느냐를 결정하는데 금융사들의 여론전이 영향을 미친다. 금융사의 반발을 중계하며 언론이 쏟아내는 부정여론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결국 채무조정프로그램을 통한 이익을 금융사에게 나눠주게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현 정부의 새출발기금과 같은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했다. 2013년에 주식회사 형태로 출발한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300만 명이 넘는 신용유의자를 구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사들의 부실채권을 평균 5.5%에 매입해 추심을 한 뒤 금융사에게 2016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4천 5백억 이상의 배당금을 안겨주었다. 사실상의 금융사행복기금이었던 셈이다.
이를 바로잡은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주식회사 국민행복기금의 현금흐름이 좋은 채권 일부를 캠코로 매각해 배당을 중단하고 채무조정을 통해 초과 회수된 이익을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금융사들이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금융사의 일상적인 부실채권 처리 관행이며, 그에 따른 손실은 금융사의 몫이다. 따라서 정부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초과 회수된 이익을 금융사에게 배당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바로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새출발기금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시작부터 금융회사에 백기를 들고 금융회사의 손실을 대신 끌어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정부의 새출발기금에 관한 운영계획서는 금융회사의 손실을 정부가 전부 보전해 준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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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금융사 책임을 강화하는 선진국의 채무조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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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진국은 전혀 다르다. 사적 채무조정을 법제도화 함으로써 채무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 헐값에 매각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가령 영국은 「Consumer Credit Act」를 통해 연체 발생 시 처리절차, 분쟁 해결절차 등을 법으로 규율하고 있고, 호주에서는 「National Consumer Credit Act」에서 ‘Credit hardship variation’(채무조정)이라는 제도를 명시함으로써 사적 채무조정이 법적으로 강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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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게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대한민국은 금융사들의 천국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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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다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탓, 금융사 쪽의 입장을 더 대변하는 듯한 다수 뉴스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공유합니다.
#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부추기는 윤석열 정부
# 윤석열 탄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