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덧말 : 원자 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은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맨하튼 프로젝트에 종사한 전 과학자들이 창간 및 설립한 시카고 원자 과학자 회보에서 이어온 비영리 학술단체입니다. 또한 원자 과학자 회보는 인간이 만든 세계적 재앙으로 인해 지구 멸망의 시간을 가능성으로 표현한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을 제안한 단체이기도 합니다. 본 컬럼을 작성한 스즈키 타츠지로 박사는 원자 과학자 회보의 정회원이며 그의 의견은 원자력 과학자 회보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원자력 과학자 회보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배출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의견이나 주장도 전체 회원의 총의를 모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스즈키 타츠지로(Tatsujiro Suzuki)
일본 도쿄대학교 원자력 공학 박사 학위 취득
일본 나가사키 대학교 정교수 / 현재 나가사키 대학교 핵무기 폐지 연구 센터 부국장
현재 일본 국회 원자력 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ion Authority/原子力規制委員会) 전 부위원장
왜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을 중단해야 하는가?

2023년 8월 24일, 일본 전력발전기업인 지주회사 도쿄전력(TEPCO)은 손상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이른바 '처리수'와 '희석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처리수" 방류에 대한 논란의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과 정치의 결합, 그리고 일본 안팎에서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길고 머나먼 장기적인 투쟁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도쿄전력의 결정과 이 작업이 왜 그렇게 큰 논란을 일으켰는지 이해하려면 방출되는 '처리수'가 무엇인지, 이 작업에 대한 과학적 논쟁과 근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설명해야 합니다.
"처리수" 또는 "오염수"??
강우를 포함한 지하수가 손상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통과하여 원자로 내부의 녹은 연료 파편을 냉각하는 데 이 과정에서 세슘과 스트론튬을 포함한 많은 유해 방사성 핵종뿐만 아니라 기름으로 오염됩니다. '오염수'의 발생은 하부 배수구를 통해 물을 끌어올리고 불투수성 육상 동결벽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조치로 인해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그림 1 참조). 도쿄전력에 따르면 오염수 발생량은 2014년 하루 540평방미터에서 2022년 하루 90평방미터로 감소했습니다.
(그림 1. 처리 전 후쿠시마 제1원전을 통과하는 지하수 흐름. 출처: IAEA)
현재 물을 오염시키는 방사성 물질의 일부는 "고급 액체 처리 시스템/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s"(ALPS)이라는 다중 핵종 제거 장비로 제거되고 있는데, 유럽 알프스 산맥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담수의 본고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이름입니다. 알프스 시스템으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처리된 물은 탱크에 저장됩니다(그림 2 참조). 알프스 프로세스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핵종의 농도를 규제 기준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3월 31일 기준으로 약 130만 입방미터의 처리수 중 약 1/3만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나머지 2/3는 재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2.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처리하는 이른바 ALPS 알프스 공정의 모습. 출처: IAEA)
"처리수"에는 소량이지만 다른 방사성 핵종이 여전히 포함되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처리수"가 "삼중수소수"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부정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처리수"와 다른 원자력 발전소의 정상 가동 중에 방출되는 다른 "삼중수소수"를 비교하는 것은 후자가 다른 방사성 핵종에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부릅니다.
도쿄전력은 "처리수"가 바다로 방출되기 전에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정화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처리된 물"을 다량의 해수로 희석하여 허용 농도인 리터당 1,500 베크렐 (Bq)보다 훨씬 낮은 리터당 190 베크렐 (Bq)의 삼중 수소 농도로 만드는 계획을 시행중입니다.
첫 번째 방류는 17일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총 7,800톤의 처리수가 바다로 방출되었습니다. 도쿄전력은 2023년에 세 차례 더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며, 2024년 3월 말까지 총 삼중수소 배출량은 약 5조 Bq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설정한 연간 배출 목표인 22조 베크렐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외에도 다른 모든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규제 기준 이하임을 보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도쿄전력은 규제 기준 대비 각 방사성 핵종(삼중수소 제외)의 농도 비율의 합에 해당하는 단순화 지수를 사용합니다. 이 비율이 1 미만이면 다른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규제 기준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쿄전력은 첫 번째 기간 동안 방류되는 물의 지수가 0.28로 측정되어 규제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도쿄전력은 모든 "처리된 물"을 방류하기 위해 최소 30년 동안 배출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적 논쟁.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전체 운영이 일본 규제 기준과 국제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ALPS 처리수 방출의 안전성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2023년 7월 4일, IAEA는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여 ALPS 프로세스가 "관련 국제 안전 표준에 부합"하며 "도쿄전력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처리수의 해양 방류는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과학적 주장이 있습니다.
태평양 제도 섬나라 포럼은 2023년 1월 성명을 통해 현재의 국제 기준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출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을 처리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포럼이 설립한 독립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의 지침 준수 계획에는 특정 프로세스의 이점이 개인과 사회에 대한 피해보다 클 것을 요구하는 일반 안전 가이드 8호(GSG-8)의 IAEA 지침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또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대신 건설 산업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대체 방법을 권장했습니다. 이 대안은 방사성 핵종을 물질에 고정시킴으로써 인간 접촉 가능성을 낮추고 국경을 넘는 영향을 피할 수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에서 인용한 패널 중 한 명인 하와이 대학교 케왈로 해양 연구소 소장 로버트 리치몬드는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한 사건이며 방출이 태평양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 주립대학교 케왈로 해양연구소 소장 -
대중의 신뢰 부족.
도쿄전력의 ALPS 처리수 문제는 과학적 논쟁 외에도 사회적,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의 발단은 2013년 9월 7일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연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후쿠시마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상황은 통제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는 도쿄에 피해를 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아베 신조 일본 내각 총리 대신 -
아베 총리의 연설 이후 정부는 오염수 관리 책임을 넘겨받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든 폐로 작업은 여전히 도쿄전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처리수에 대한 모든 정책 결정은 일본 정부가 내렸고 도쿄전력은 정부를 따르는 역할에 그쳤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해졌습니다.
2015년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역 어민들에게 "이해 당사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역 대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기술적 방안을 논의하고 수년간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며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쌓았습니다. 따라서 2021년 8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을 때 지역 어민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배신감으로 느꼈습니다. 2023년 6월 일본 수협 마사노부 사카모토 대표는 처리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해양 방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수 없다. 해양 방류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며, 이 경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 마사노부 사카모토 일본 수산 어민 협회 회장 -
도쿄전력과 일본 경제산업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 부족은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2018년 8월,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제염수'에는 처리 후에도 여전히 규제 기준치를 초과하는 다른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도쿄전력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당시 환경부와 도쿄전력이 방류의 필요성과 시점에 대해 내세운 명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녹은 연료 파편을 원자로에서 꺼내면 저장 공간이 필요하고 지금 방류하지 않으면 곧 발전소의 저장 공간이 부족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연료 잔해를 제거하는 시기는 물론 실현 가능성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인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에는 잠재적으로 사용 가능한 저장 공간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계획 설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에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를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방문 후 유국희 한국 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방류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방사능) 배출 기준과 목표 수치는 국제 기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어민과 소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방류가 수산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수산물 시장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류의 방사능 모니터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의 방문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오염된' 물로 계속 묘사하고 있다고 불평하며 중국 정부에 과학에 기반한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이 계획된 방류가 안전하고 무해하다는 것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의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중국은 일본이 후쿠시마에서 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직후 일본산 모든 해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긴장이 완화될 전망은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인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폐수 처리 계획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이 분명 있습니다.
첫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 폐수 관리가 순전히 과학적,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공개적인 논쟁은 "과학에 기반한"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과학적 대화는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앨빈 와인버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과학으로 질문할 수 있지만 과학으로 답할 수 없는"(와인버그의 강조) 문제를 의미하는 "트랜스 사이언스"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계획은 이 문제에 대한 비과학적 접근과 함께 의사결정 과정 개선, 이해관계자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설득이 아닌)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둘째, 일본 정부는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선 방류를 중단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독 기관에 맡겨야 합니다. 도쿄전력의 계획에 대한 IAEA의 검토는 기껏해야 도움이 되었지만, 도쿄전력이 제공한 1차 방류 시료만 검증하고 향후 30년간 지속될 수 있는 전체 계획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기관의 "종합 보고서" 서문에서 이번 검토가 "해당 (정부) 정책을 권고하거나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전체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과 근거 데이터 및 정보 공개는 대중의 신뢰를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셋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방류 작업을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정하고, 방류가 해양 환경과 어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가 처리수 방출을 중단하고 과학계에 이러한 연구를 요청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정부는 국내외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더 효과적으로 이해되는 기술적 대안 계획을 계속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게 '일시적' 방출 중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체면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처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논리'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