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안함을 잘 느끼며, 짜증도 잘 부리는 사람입니다.’
성격과 심리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는 지인들로부터 ‘둔감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편입니다. 꼼꼼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부족하며, 사람들의 감정 변화에 둔감한 편입니다. 관계성이 떨어지는 편이란 말입니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눈치가 없다고 해서 둔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 역시 예민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 예민함은 타인을 향하지 않고 저를 향합니다. 저와 관계된 사실에 대해서 예민하다 못해 불안과 부정 심리가 강한 편입니다. 이 부정적 마음을 표출하는 방법이 ‘짜증’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저는 관계에 둔한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을 의식하며 부정 감정을 숨기기 보다는 드러내는 편입니다. ‘저와 관계된 일이 잘 안되면 짜증을 잘 부리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더 대놓고 표현하면 어린이 처럼 ‘징징대는’사람입니다.
유식한 말로 적으면 ‘신경증적 경향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 신경증적 경향성은 질병이 아닙니다. 기질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이란 소리죠. 부모님을 보면 저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제 성장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아버지는 짜증을 잘 내던 분이었죠.
이 신경증적 경향성은 외향성 또는 내향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저처럼 외향성이 강한 면모를 가진 사람도 신경증적 경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보통은 내항인에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라지요. 다만 위에서 정리했듯이 예민해지는 기준이 자신이냐 타인이냐의 차이 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제가 평소에 짜증을 부리거나 징징대는 상황이 일관됨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세운 계획이 틀어질 때가 그것입니다.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고 상황에 맞춰 수정하면 그만인데, 저는 그런 생각을 잘 못합니다. 상황에 맞춰 수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점보다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그게 예민한 반응을 유발합니다. 마음대로 안되니 짜증 나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징징대는 거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오늘 일이 있어 슈트에 넥타이까지 했습니다. 아직 한낮은 더워서 슈트를 입을 때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몇시 부터 몇 시까지 입고, 준비해 나가는 계획입니다. 땀과 힘듦을 최소화할 계획이죠.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아이들 외출하는데 같이 가자고 합니다. 어차피 나가는 거니까 역까지 태워다 준답니다. 땀 흘리며 출근할 저를 배려한 마음이 참 곱지요. 그런데 저는 내면에서 짜증이 올라옵니다.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머리는 이미 매만졌고 옷을 입을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 씻기고 옷도 입히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땀이 흐릅니다. 셔츠를 입으니 이내 젖습니다. 땀에 젖은 상태로 지하철 탈 생각을 하니, 찝찝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래도 감정을 가다듬고 가족과 밖으로 나와 차로 향합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제가 타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재킷을 걸 곳이 없습니다. 보통 뒷좌석 손잡이에 걸지만, 아이들이 타고 있어서 안 되고, 입고 타자니, 들고 타자니 재킷이 구겨집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따로 가겠다고 이야기 하고 나옵니다. 아내의 얼굴이 구겨집니다.
일터로 나가는 내내 기분지 좋질 못합니다. 아내 기분도 상했고 제 기분도 상했고 몸은 이미 땀에 젖어 찝찝하고 말이죠. 강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는 생각을 전환하면 됩니다. 지금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화날 생각 말고 화가 줄어들 생각 말입니다. 그렇게 진정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 이러저러해서 그랬구나 싶지요.
아내와 저는 이렇게 비슷하면서 다른 사람입니다. 예민한데 예민함의 방향이 서로 다르니 다툼이 생깁니다. 다만, 돌아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를 다르게 만듭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저는 제 상황에만 집중해 감정적으로 격양이 된 것이었으니, 감정 쓰레기통 역할이 된 아내에게 미안함을 전해야 합니다.
길게 주저리 썼습니다만,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걸 다시한 번 알게 된 토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전했습니다. 오늘도 평온하게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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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191788
남은 주말도 평안히 보내시길 바래요~~~
생각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네요
글을 읽어보니 저도 비슷한 적이 있었고 역시 짜증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못나도 아주 못난 인간이었던 거죠. 요즘은 화 낼 힘도 없어서 그냥 아무런 감정 없는 듯 넘어가게 되더군요.
늙어서 그런가보다..합니다.
이렇게 잘 정리된 다른 사람의 글을 보게 되니
더욱 반성하게 되네요
마음 다스릴 때 자주 읽어봐야겠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