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때 말이죠. 대하기 껄끄러웠던 상사들은 한결같이 격노가 잦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출근하던 그들은 매번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웃음기 없고. 세상의 모든 걱정 근심을 짊어진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감정을 읽기도 어려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처럼 말투도 같으니 속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화만 잦았다면야 익숙해졌을 겁니다. 다만, 익숙해진다는 건 그 방향이 일관될 때입니다. 그러니까 싫어하는 점을 알아챌 수 있게 일관된 모습으로 화를 낸다면 익숙해지면서 제가 조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격노가 잦던 그들은 '그때그때 달라요'였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미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 맺기는 쉽지 않습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보수적인 태도로 대하기 쉽습니다. 열린 자세로 그들을 대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요. 그러니 그냥 입은 닫고 손은 멈추는 게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방법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방향이 일관되지 못한 기분파식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보수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최대한 조심 가만히, 안전하게 머물기를 원하는 셈이죠. 그래서 좋은 리더의 조건에 '감정을 조절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라'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격노가 잦은 리더 밑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는커녕 눈치만 보고 보신만 택할 테니까요.
제가 최근 기사를 보니 유독 이번 대통령에 대해서는 ‘격노했다’는 표현이 잦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서 관련자들이 물갈이 되었다는 식의 표현도 뒤따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공직자들의 어려움이 와닿습니다. 격노가 잦은 리더 밑에서 어떻게 국민을 위한 일을 펼칠까 의문도 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격노가 주로 나라 안을 향한다는 겁니다. 나라 밖으로는 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땅에 간섭을 받으면 화가 치밀어올 것이 분명한데 그런 중한 일에는 ‘격노’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 땅에 영향받을 위험 물질 살포에도 화가 나지 않나 봅니다. 신기하죠? 우리 것을 빼앗기는 일에는 화를 내지 않고, 나라 안에서 화를 부립니다. 집 안에서만 화를 내고 밖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대표를 믿고 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껏 회사 생활하면서 그런 리더와는 결별을 고했습니다. 도저히 맞춰 일할 수 없더군요.
이쯤 되니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일갈했던 YS가 떠오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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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저는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