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강사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서 공무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고서 발표를 잘 하고 싶다거나, 미팅을 잘 진행하고 싶다거나, 민원인과 원만하게 일 처리를 하고 싶다거나 등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나 보면 스피치 방법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구조적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사자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요. 20대 중 후반인 그들은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다 눈물을 쏟기도 합니다. 침울한 표정과 함께 말이지요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라도 해보려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복지 공무원이거나 민원인을 상대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최근에 모 공조직의 승진자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Z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에 끼어버린 X세대와 M세대 분들이었습니다. 위에서는 강압적으로 찍어 누르고 아래에서는 권리를 찾으려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주제였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도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역량에만 기대 해결하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오송 참사는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제 이목을 붙잡았습니다. 현재 공조직에서 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 대상 1호라고 합니다. 주말 출근에, 야근은 일상인데 수당은 이를 감안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열심히 일하면 본전 사고 나면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운 부서라 합니다. 그래서 기피하는 부서고 결과적으로 신규 공무원이 발령받게 된다고 합니다. 신규 발령자에 대해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나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사기업의 그것을 기대하긴 어렵고 매뉴얼에만 의지해 일하니 실수가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주변 동료에게 물어봐도 그들 역시 알지 못하는 구조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걸 감안하고 열심히 일해서 사고를 막아도 쏟아지는 민원에 정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휴직이나 퇴사 혹은 극단적 선택 등을 한다고 합니다. 제 친구가 유관 부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보니 가볍게 보이질 않았습니다.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는 실무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맡은 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또 한 명의 선생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들리는 정황에 의하면 학부모를 통한 극도의 갑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갑질은 처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미 해당 반에 선생님이 견디지 못해 여러 번 바뀔 정도였다고 합니다. 학생을 통제할 권한도 없고 제도적 장치도 없고 학부모의 갑질 민원에 대항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은 도대체 누가 구제해 주고 도와줄 수 있을까요? 구조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그 이상의 리더가 책임지는 모습도 없는 공조직에 과연 미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조직의 책임자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이런 문제 해결하라고 있습니다. 제발 행동하는 리더가 나왔으면 합니다.
돌아가신 선생님은 00년생, 올해 스물셋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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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을 강요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유시민 작가님 말 처럼 structure(구조)를 못바꾸면 process(절차)라도 할 수 있는 한 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좋게 말해 역량이지 각자도생)하게 된 사회가 좋다고 생각안합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면 대한민국 망하는건 시간문제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