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회사일을 하다가 어쩌다 팔자에도 없는 현장 공사 같은 걸 주도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났던 저보다 나이 많고 몸을 쓰시는 일을 하는 아저씨랑 밥과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시골 분이셨는데 주로 물고기 잡는 법과 멧돼지 같은 산짐승을 잡는 법을 얘기하셨습니다.
몸을 쓰시는 일의 그 파트에서 워낙 실력이 출중하시고 거의 날아다니시며 일을 하셨습니다.
그 아저씨가 얘기하시길 시골에 자기 친구가 멧돼지 잡는 기술이 가장 뛰어나고 잡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
실상 멧돼지를 잘 잡지를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왜냐고 묻자 살기(殺氣)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은 살기가 많아서 물고기건 멧돼지건 많이 잡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전문 낚시꾼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물고기를 잘 잡거든요.
예를 들면 처가집에서 또랑으로 놀러가면 처남은 비싼 릴낚시를 가지고와서 죽치고 앉아있고
동서들도 무슨 파리낚시채 같은걸 가지고와서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몸부림 치지만
가장 먼저 성과를 내어 처가집 식구들의 환호를 받고 와이프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는건 저였습니다.
예를 들면 파리 낚시채를 들고 멍청하게 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지 않고...
잘 관찰하고 머리를 굴려서 고기가 많이 모이는 조용한 곳에 낚시채를 꽂아서 돌로 고정 시켜 놓았더니
한번에 커다란 물고기 세마리가 물어서 낚시채에 파닥거리는 물고기 세마리를 어깨에 걸치고
처가집 식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갔더니 아주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 더군요.
그리고...
총쏘는 게임 있잖습니까?
1인칭 슈팅게임(FPS) 게임이라고, 실전처럼 은신도 하고 매복도 하고 옆으로 돌아치기, 뒤로 가서 급습하기도 하고....
과거에 이런 게임에 빠지게 되면 결국 고수들이 모두 모인 데스매치(가장 많이 죽이는 걸로 승부를 결정하는 게임방식)
에서도 1등을 하는 기염을 토하곤 합니다.
함께 한창 게임을 하던 회사 동료가 그러더라구요.
저와 전쟁터에서 실전으로 만나면 자기는 그냥 뒤도 안 돌아 보고 바로 도망가겠다고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옛날에 그 아저씨가 말한 살기(殺氣)가 있는 것 같다...
이런 확신을 하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살기라는 말의 뜻을 좀 찾아 보았더니...
아주 무섭게만 기술되어 있더라고요. 예컨데 '살인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이라거나
나무위키 에서는 '누군가가 사람을 죽이려 할때 나오는 기척..' 이라고 아주 무섭게 기술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 무서운 표현 말고 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의미에서의 살기(殺氣)란 무엇인가...더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승부 근성 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그것과 가장 일치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승부 근성 이라는 말을 찾아보았는데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승부 근성이 영어로 Killer instinct 이더라고여...ㄷㄷ;;
이게 운동선수에게 꼭 필요한 승부 근성을 뜻하는 스포츠심리학 용어라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풀이해보면 살해 본능 이잖아요)
오케이, 여기까지 생각하고 검색해 보니
살기(殺氣)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풀어보면 승부 근성이요, 승부욕 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승부 근성이 있어서 이렇구나..'
물고기도 제일 많이 잡고 싶고, 게임을 할 때도 가장 많은 적군을 죽이고 싶고..
근데 그 승부 근성(살기)의 더 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한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뻔한 결말이지만
그건 자존심(지고 싶지 않은 마음) 인것 같았습니다.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어릴적부터 아버지 따라서 복싱을 보면서 자랐는데
어린 눈에도 보면 꼭 상대방을 어떻게든 한대라도 더 때려주고 이기고 싶어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가 있는 반면에
수비 위주로 혹은 상대쪽에서 나오는거 보고 반응하는 선수가 눈에 구분이 되더라고요.
(단지 인파이팅, 아웃복서의 차이는 아님...)
심지어는 나는 이미 졌다.. 이런 심리 상태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있더라고요.
로또를 사더라도 나는 꼭 당첨 될려고 산다.. 이런 마음으로 사야 할것 같고
회사를 다니면 어떻게든 좋은 위치에 올라가고 연봉을 올리기 위해 다녀야 하고
연애를 하는데 이 여자가 좋으면 난 이 여자랑 결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만나고 노력해야 할 것 같고
정치 하시는 분들도 어느 정도 이 살기가 있는 분이 좀더 끌리는 매력이 있고 일도 잘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하여간 뭐든 승부욕을 불태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 되네요.
살기(殺氣)라는 말이...
근데 조심하지 않으면 나쁜 부분도 있겠네요.
직장에선 포식자가 되어 남을 딛고 올라가려는 사람 중 이런 사람이 태반이고
불통이고 독선적인 가장이나 남편이 되어 이혼하고 집안 파탄 내기도 하고
살기가 있는 사람이 도박도 좀 더 잘하고
뭐든 불타는 내면의 승부 근성을 억누르지 못해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죠.
내가 그런 것 같고 나에게는 좀 무서운 말이어서 그런지
아주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정 반대의 사람의 경우 공감능력이 높다고 하지 않나 싶은데,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fps해도 닥돌만 하거나 생각없이 하는 저는 중간 이상 못 올라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