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초기에 짝이 된 애가 있었어요.
동그랗고 큰 눈에 작은 키에 혀짧은 말을 하는 게 너무 너무 귀여워서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죠.
한 두 달이 지나서 짝이 바뀌었지만 그 친구의 새 짝에게 가서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고 ㅋ
또 짝이 되었구요. 물론 그 친구는 엄청 싫어했지만 그렇게 1년을 내내 옆에 붙어서 귀여워하고 괴롭히고 했습니다.
제 평생 동성에게 그렇게 집착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첫 회사에 들어갔는데
동그랗고 큰 눈에 작은 키에 말을 어눌하게 하는 동료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은근 괴롭혔죠;
직장이니 만큼 학교 다닐 때처럼 대놓고 괴롭히진 못하고...
아, 이 괴롭힘은 때리거나 모욕주는 게 아니라 혀짧은 소리 따라하면 주변 친구들은 웃고 그 친구는 새침하게 쳐다보는 그 정도였어요.
대학교 와서는 그 친구가 '너의 욕이 그립다' 라고 전화 올 정도로 좋은 사이였구요.
한동안 잊고 살다가 얼마전 친구와 동성애 얘기가 나와서 이 두 케이스를 얘기 했죠.
한 발만 더 나갔으면 아마 양성애자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결론이 났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친구들에게 전혀 성애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 친구들도 그랬죠.
그런데 고3때 그 친구가 저에게 성애적인 접근을 해왔으면 과연 뿌리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제가 그 친구를 너무 귀여워 했었거든요.
게다가 귀여움을 느낀 동성의 외모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보면 제 동성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40이 넘어가는 동안 동성애는 저와 아주아주아주아주 거리가 먼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딴 나라가 아니라 딴 은하계 소식 정도로?
여지껏 여자에게 연애 감정은 단 한 톨도 느끼지 못했고 당연하게 남자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돌이켜 생각하면 고3때 그 친구가 저에게 약간의 이성적 호감을 내비쳤으면 제 인생은 아주 달라졌을 겁니다.
동성애 DNA는 있고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현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제 경우에 아주 딱 들어맞더라구요.
동물들의 10%가 동성애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에 속한 인간이 동성을 좋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동성애 관련 댓글 보고 경악스러웠던 하루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이유 있나요.
이런 글 하나로 혐오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돌릴 순 없겠죠.
그저 저처럼 동성애가 어느 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나와 내 주위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성욕은 크나, 애정이 섞인 인간 관계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상대를 통해 마치 나의 단점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연애는 결국 상대라는 거울을 통해 나의 선함, 악함, 뛰어남, 그리고 쪽팔릴만큼 부족한 내면을 맞닦드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뻘소리 죄송합니다.
동성애가 이상한 게 없습니다.
간단하게 뱃 속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덜 노출되면, 남자도 성기는 남자여도, 뇌는 여자와 비슷하게 될 수 있고, 그러면 당연히 동성인 남자를 좋아하게 됩니다. 뇌, 즉 자아가 여자니까요.
마찬가지로 동성애도 여러 분류가 있으나 상당수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선척적인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성이 생겨났고, 돌연변이든 뇌에 다름이 있든,
동성애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다름이 대체로 생존에 불리하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그 다름으로 인해 종이 살아남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미인, 미남은 결국 뻐에 붙은 살갗 두께 차이이고, 그래서 성형외과가 번성 중이죠.
그러나 유전자 레벨에서 뭐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손가락이 여섯 개든 네 개든 어떤 경우엔 그게 종의 보전에 필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 미추(잘 생긴과 못 생김), 이성애 동성애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든, 짝을 찾지 못하든...
다 종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잘못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가 고귀합니다.
새로운 종의 출현이나 종의 멸종을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의 욕구 중 성공, 애정, 인정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애정이 대부분에게 큽니다만,
그 강도와 형태가 똑같지가 않고 다릅니다.
마치 사람에 따라 같은 빨간색을 봐도 그 강도를 다르게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식각 세포가 감지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성도 크게 몇 가지로 나뉠 뿐, 같은 유형 안에서도 그 정도, 성향은 다 다릅니다.
동성애든 무성애든 이성애든 그냥 다 사람이니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가 빨리 오기를 바랇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그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게끔 발전하고 성숙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흐름에 거스르면 본인만 도태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어릴적부터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하구요.
예전에는 질병으로 분류되었는데, PC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의학의 발전인건지는 몰라도, 지금은 질병은 아니죠.
그런데 유전자 공학이 훨씬 발전한 미래의 세상에서,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를 비롯하여 동성애 유무까지 안전하게 컨트롤 가능한 세상이 오게 된다면, 과연 그때는 부모들이 동성애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긴 합니다. (태아 단계에서 조작 가능하다고 칩시다. 사실은 잘 몰라요. 어차피 지금 기술로는 택도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아이를 낳는다는 행위 자체는 분명히 동성애가 아닌 이성애자들이라는 것일텐데, 이성애자들에게 동성애 가능한 아이 선택권을 줬을때 무엇을 선택할지..
아니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도, 법으로 막게 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처럼 출산율이 낮아진 세상이면, 동성애 유전자는 다시 질병으로 분류하고 이성애자로 고쳐서 낳게 하는 세상이 와서 결국은 사람에 한정해서는 동성애는 멸종에 가깝게 사라지는 세상이 오게 될지.. 궁금해지긴 하네요.
제가 그게 가능한 세상을 볼 것 같지는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