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승소까지의 기사만 본 기억이어서 더 찾아봤더니 그 다음해, 애플이 민사소송의 항소를 포기하여 오원국씨의 승소가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승소액은 제품가격 포함 고작 152만원. 1년이상에 걸친 법정 싸움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금액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원국씨에게 경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느낀 점은 "애플은 자사와 자기 제품 구매자 사이의 관계를 다른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기아자동차의 K5 한 대를 구입하였다고하면, 이 K5 차량은 저의 소유입니다. 저는 기아자동차 K5 모델의 사용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고유한 차대넘버를 가진 특정 차량의 소유권을 가져온 것입니다. 이 차에 문제가 있어서 사업소에 수리를 의뢰하였을 때, 차에 어떤 문제가 있든, 차를 어떻게 관리했든, 수리가 가능하든 아니든, 기아자동차에는 이 차량의 처분 권한이 없습니다.
만약 기아자동차가 저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는 당신에게 K5 모델의 사용권을 제공한 겁니다. 우리에게 수리들어온 차량을 어떤 식으로 처분하든 우리의 마음입니다. 부품을 각개하여 전용하든, 차대번호가 바뀌든 말든 우리 마음입니다. 차량의 추가 액세서리나 글로브박스의 물품들, 사용자의 손길이 닿은 각종 요소들은 필요없으므로 폐기했습니다. 작동에 문제가 없는 동일 옵션 동일 색상의 K5를 당신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내드리기만하면 문제 없습니다."
저는 당연히 법적 소송에 들어갈 것이고, 정말로 '원래의 그 차'를 돌려받지 못한다면, 그 순간부터 영원히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그룹 전체의 불매에 들어갈 것이고, 가능한 선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에 불이익을 주기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제가 아이폰을 쓰지 않는 이유가 대락 그러합니다.
간혹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 제품을 쓸 때마다, 애플 디바이스들을 데스크탑에 연결할 때마다 비슷하게 불쾌하고 답답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 제품의 원천적인 통제권은 어디까지나 바다 건너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모 회사에 있고, 나는 이 제품의 깊숙한 부분을 건드릴 수 없고, 시스템의 세부정보를 확인할 수 없고, 파일 시스템에 내가 원하는 대로 접근할 수 없고, 제조사가 제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 결국 나는 제한적인 사용권을 허락받았을 뿐인거고.
애플의 사업모델이 그러하다면 처음부터 리스나 렌트 형식으로 팔았어야죠. 웅O코OO 정수기처럼 말입니다. 정수기 수리 맡겼더니 리퍼된 다른 제품으로 바뀌었다고 화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 제품 값 전체를 받고 판매한 다음 구매자를 리스 사용자 취급할까요. 저는 그런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글은 '통화녹음만 되면 아이폰 안 쓸 이유가 없지?' 라는 글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찾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