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가기 두렵다는 글을 보고.. 제 두려움을 이기며 글을 써 봅니다.
혹시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계기
가을, 겨울이 되면 생기는 계절성 우울이 몇 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여러 방법으로 (운동, 한약 등)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던 중에
가을에 제대로 된 운동 PT를 시작하면서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봄이 되어도 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무기력에 더 잠식되어서 하루 종일 누워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
드디어 병원 방문을 결심하게 됩니다.
2. 첫 진료
주변에 이미 정신과를 다니는 분에게 좀 괜찮은 병원을 소개 받고
예약해서 진료받기까지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진료때 제 상황을 들으시고는 그동안 충분히 노력했다...
일도 줄이고, 운동도 하고, 규칙적으로 살려고 하고.. 개인의 노력은 최대치다.
나아지지 않으니 이젠 약이라는 도움을 받자. 약이 나쁜게 아니라 상황과 싸울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하자.
는 말에 정말 울컥.... (헸지만 울지는 않았습니다) 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약을 올리면서 약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3. 약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저는 의욕과 관련한 약을 먹었습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관련한 약이었는데, 최저치 정도라고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먹은 최대 용량이 가장 기본 용량...? 이라는 얘기였어요.
다행히 상황이 나아져서 다른 약은 추가되지 않았고, 저는 수면은 문제가 없었기에 더 약이 늘지는 않았네요.
4. 약의 효과
- 감정의 진폭이 줄어든다.
부정적인 감정이 확 줄어듭니다. 예전같으면 폭발할 상황인데 화가 잘 안 나요.
좀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제 예전 상황이 확실히 문제가 있었구나.. 를 인식하게 됩니다.
- 의욕이 올라갑니다.
5. 약의 부작용
- 긍정적인 감정의 진폭도 줄어든다.
의사쌤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셨는데, 저에게는 좀 마이너스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학생들 말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제 직업 상 예전보다 수업의 활기가 줄어든 느낌?
매년 읽으면서 감동받았던 책도 감동의 폭이 줄어드는 경험을 합니다.
- 의욕이 올라가며 식욕도 증가 ㅠㅠ
절대 약 때문에 살이 찌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ㅠㅠㅠㅠㅠ 무려 10킬로그램이 증량 ㅠㅠ
현재도 몸무게 조절로 힘겨워하는 중입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 뭔가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깁니다.
- 당장의 어려움을 해쳐 나가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여유도 생기게 됩니다.
- 아이들에게 좀더 여유있게 대할 수 있게 됩니다.
- 좀 심심해졌습니다. 이건 되게 좋은 신호라고 하더라구요.
7. 약 이외에 도움이 되었던 것
- <우울할 땐 뇌과학>
책이 100%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상승 곡선과 하강 나선만 이해해도 된다고 의사쌤이 격려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 상황에 아.. 이건 나를 갉아먹는 하강 나선이야.. 라고 인지하고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 운동
책에서 본 건데 운동하면 도파민이 나옵니다. 약도 먹지만 "도파민 충전" 하러 가자!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PT도 잠시 멈추고 혼자 하다가 몸무게 조절에 어려움이 생겨서
다시 PT 중입니다.
- 배우자의 지지
저보다 힘들었던 20-30대를 겪었던 남편님의 지지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 먹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프면 복용이 가능한 거다.. 너의 상황이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
너의 상황이 빨리 나아지지 않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
이런 남편님의 느긋한 마음이 저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지지가 되었습니다.
8. 주변엔 알렸는가?
이것은 되게 고민이 되었는데 우선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오픈을 했습니다.
제 감정적 상황이 들쑥날쑥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려서 혹시나 상처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싶었거든요.
직장에는 알릴까 고민했지만 직장에서 힘든 상황이 생겨서 제 윗선 관리자급에게는 알렸습니다.
다행히 많이 이해해주셨는데.. 이게 잘할 선택인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은 회피했는데 추후에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할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서네요.
9. 마치며
혹시나 여러 어려움으로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우선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약물의 효과도 엄청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이것때문에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서서히 약물의 효과도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건강한 상태가 아니였었구나에 대한 깨달음이 큽니다.
무엇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인지 알게 됩니다.
여러 노력 + 계절의 도움으로 ^^;
이번달 드디어 약을 절반 용량으로 줄였습니다.
언젠가는 약의 도움 없이도 이렇게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힘드신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건강한 한 해 되시길..
저도 수면제를 늘 복용하고 종종 우울증약을 복욕하는데 우울증 약은 그냥 감기 걸리면 먹는 약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감기가 끝나면 복용도 끝나는 것처럼 우울증 약도 상태가 나아지면 언제든지 복용을 끊을 수 있으니까요!
행복한 돼지가 좋아요~ ㅎㅎ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감기처럼 저절로 낫지 않기때문에 그런 표현은 전혀 적절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와 주변의 관심으로 케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병과 좋은 일은 널리 알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투브 보면 단약할 때 겪는 어려움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의사는 뭐 거의 복약 지도사 정도 였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2015년에 맞는 약 조합을 찾았을 때.. 그때 저는 또 마침(우울증 중에도 성당에 가고 싶었어서) 과학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개인 신앙체험+맞는 약 찾음의 시너지가 폭발;;;해서 의사 선생님이 놀라실 정도로 금방 회복됐었거든요. 하지만 지병 때문에 오래 앓아서 눕다보면 옛날의 그 무기력이 다시 나오는 기미가 보이고 해서 저는 지금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항상 보고 있습니다. (저는 지병이 있기 때문에 그냥 우울증만 있는 분들과는 상황이 또 다른 것 같아요)
우울증이 치료가 되고 약도 줄이신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고요. 그래도 한번 아프신 적이 있으니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 지금처럼 하시면 건강도 더 회복하실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아는지 -- 피검사를 하는지요?
쾌차 기원합니다.
원글님께서 말씀하신 약 복용후 긍적적인 진폭도 줄어든다가 지난 10년간 제 상황인데.. 이걸 더 좋게 하는 방법은 없을 까요?
우울증이 좋아지면 내가 왜 그랬는지 서서히 알게 되는데, 책 내용과 연결 지으면 이해가 빠르고 증상이 다시 생겨도 좀 더 편안하게 극복할수있습니다
인상깊었던 내용은 배우자가 힘들어 할때 잦은 포웅으로 안정감을 준다 였습니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으신 분들 많이 안아주세요 책에는 잠자리도 도파민 생성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횟수(?)에 제한이 있으니까 포웅으로...
병원에 내딛은 발걸음, 클량에 올려주신 용기, 이미 극복하신게 아닐까 싶습니다.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댓글에도 있지만 남성에겐 사정 지연효과도 있어서 조루증 치료에도 쓰인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