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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실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합니다. 17

49
2023-02-17 13:53:04 220.♡.123.16
토끼양

어린 시절 기억하는 저희 부모님 모습은

늘 싸우는 모습 뿐이었어요.

어릴 땐 아빠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되짚어보면 엄마도 항상 아빠를 쥐잡듯이 잡았던 기억이 더 많네요.

아빠는 결국 다른 분과 바람이 났고 그분과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제가 중2때였을때부터니까 거의 20년 가까이가 되었어요.

그렇다고 우리를 아예 버린 건 아니고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소득이 들쭉날쭉했지만 몇번씩 돈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저희에게는, 아빠가 다른사람과 살게 된 것이 맞고, 그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되어 

그 사람에게 돈을 갚아줄 수 있을때까지 그 여자분이 놔주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아빠랑 왕래하고 살지를 않아서 거의 남처럼 지내고 있구요.

제가 먼저 연락해서 전화를 받으셔도 금방 몇마디 안하고 끊어버리곤 하셨어요.


제가 중학교 때 부터 저희를 돌보고 키우신 건 엄마였지만

엄마도 여러 상처가 많은 분이신지라 큰 딸인 제가 항상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고스란히 감내해 왔더랬죠.

저도 결혼하고 아이낳고 사는 입장에서,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마음에 생채기 가득한 사춘기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아빠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을 제가 그대로 고스란히 받고 자라다 보니

나중에는, 바람나서 집나간 아빠가 나쁜건지, 아빠를 손톱 밑 비접 파내려가듯 쪼아대던 엄마가 나쁜건지 

분간도 안가더라구요.

결국 저는 직장을 잡자마자 독립해버리고

결혼도 제가 알아서 해버리고 속편히 살고는 있는데

오늘 소식을 들었네요.

아빠가 대장암에 폐암 말기시라고요. 


항상 담배와 술을 달고 사시는 분이라

언제 그런 병이 걸려도 이상할 것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년을 보내시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참 씁쓸합니다.

아빠가 절 사랑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있는데

결국은 저쪽 가정에서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도대체 나는 아빠한테 무슨 의미였을까 싶어요.


엄마는 뭐 유산이든 뭐든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 저쪽집안에 홀랑 빼앗기는거 아니냐 하시는데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엄마는 변호사를 찾아가 보신다고 합니다.


진짜, 절대로, 나는 내 가정만큼은 아름답게 지켜내서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끼양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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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
트랜드세타
IP 211.♡.39.227
02-17 2023-02-17 13:55:59
·
아이고 ㅠㅠ 마음이 안좋으시겠네요... ㅠㅠ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4:08:00
·
@트랜드세타님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되었습니다.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4:08:56
·
@50억만노라조님 제 글을 기억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많이 가벼워지네요.
fiat
IP 106.♡.192.125
02-17 2023-02-17 13:57:49 / 수정일: 2023-02-17 13:59:17
·
아마 아버지가 집 나가고 양육비를 포함해 글쓴분 형제자매 양육자체를 어머님이 떠맡으신 모양인데 금전 얘기를 꺼내시는 어머님 심정도 이해가 가고

글쓴분도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감정은 덜 소모하시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4:09:51
·
@fiat님 이해도 가면서 동시에.. 그냥 갈사람은 편하게 보내주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만약에 내 남편이 저에게 그랬으면 저는 깔끔하게 이혼을 하고 보란듯이 잘 살았을텐데 엄마는 그렇게 하시질 못했죠ㅠㅠ
다이여트
IP 221.♡.27.193
02-17 2023-02-17 14:00:26 / 수정일: 2023-02-17 14:00:40
·
어머니는 이혼하면 남이라서 상속받을게 없지만 님은 자식이라 상속 대상이 되는데... 아버님 사업하셨고 어떻게 사셨는지 잘 모르시면 알지 못하는 빚이 같이 넘어올 수 있으니 동생들 있으시면 함께 상속포기 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4:12:12
·
@다이여트님 엄마는 이혼은 안하셨어요. 그냥 별거로만 되어 있어요~
호적에는 같이 올라가 있어서 엄마가 혹시나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가 먼저 찾아와서 이래저래 되었으니 나는 저쪽집이랑 조용히 장례치르고 떠나겠다 말씀하시는 게
엄마 생각에는 아무래도 저쪽집에다 다 넘겨주고 떠나실 것 같은가봐요.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요.
애초에 뭐든간에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게 오는 걸 감사하고 아니면 아쉽지만 다른 것을 찾고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사람 마음이 쉽게 그리 되는게 아니겠죠ㅠㅠ
댓글 감사드립니다..
쾌나마
IP 218.♡.188.165
02-17 2023-02-17 14:16:39
·
@토끼양님 어려운 삶을 홀로 살아오신 거 같아요. 위로의 말씀 먼저 드립니다. 다이여트님 말씀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아버님 재산이 있던 없던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법적으로 "상속 포기"를 하셔야 만약 아버님 유산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혹여 빚만 있다면 "상속 포기" 안 하신 분들에게 빚이 넘어갑니다. 아버님에게 원망할 것이 더 생기지 않게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힘내시구요....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8:52:01
·
@쾌나마님 감사합니다.. 한번 확인해 봐야겠군요ㅠ 이 와중에 이런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는 사실이 참 가슴아프고 찝찝합니다. 조언과 위로 감사드립니다.
iu팬아닌척
IP 112.♡.239.171
02-17 2023-02-17 14:10:08
·
부디 강건하게 마음 잡으시고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아버님께서도 남은 시간 편히 보내시길 바라고요.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항상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4:12:28
·
@iu팬아닌척님 이렇게 위로 댓글 남겨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ㅠ
더글러스카이엔
IP 211.♡.194.230
02-17 2023-02-17 14:20:27
·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님처럼 힘들게 하신 않았는데 식사 때 밥 묵자 이 말 말고는 저에게 따뜻한 말 해준 기억이 없어 제가 성인이 되어도 관계가 좋아지질 않더라구요
힘 내시구요 상속 문제는(포기나 한정승인 포함)가급적 빨리 알아보시길 권해드려요 예측하지 못한 빚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요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8:53:07
·
@더글러스카이엔님 많은 아버지들이, 특히 우리 윗세대 아버지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대에서나 다음 대에서는 점점 더 나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빚이 더 생긴다면...어우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도치엄마
IP 183.♡.32.254
02-17 2023-02-17 14:38:34
·
상속 상황 알아보시고, 빚이 있다면 상속포기를 해야겠지만, 상속분이 있는 거라면 쿨하게 포기하지 말고 어머니를 위해 저쪽집과 법적다툼을 하더라도 받아내시기를 바랍니다. 원래 내것이 아니였던거 머리복잡하게 받느니 포기하는게 나는 편할 수 있으나 어머니에겐 원래 내 자식의 것인 유산마저 저쪽집에 뺏기는 건 가슴에 또다른 대못을 박는 것일 거에요.
토끼양
IP 220.♡.123.16
02-17 2023-02-17 18:53:26
·
@도치엄마님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뚜용
IP 222.♡.229.104
02-17 2023-02-17 18:53:59
·
어머니가 원인이 됐다고 별거인 상태로 다른가정을 이뤄 평생을 그 가정에서 사신건 어떤식으로든 용서가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얼마나 허망하고 울화가 치미실런지...

어린자녀에게 감정을 소비하셨어도

여자로서 가여운 인생을 사신것은 맞습니다

잘 살펴드리시길...
그리고
님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아 온 상처를 이참에 보듬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스탠스미스
IP 121.♡.67.91
02-17 2023-02-17 20:38:13
·
저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보니까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게 뭔자 잘 압니다
이런 공통점이 있는 줄 몰랐네요
그래도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데 우리 모두 부모 닮지 않고 잘 커서 가정도 잘 꾸리고 있으니까 다행이랄까요

이럴 때일수록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단 생각뿐입니다

근데 참 핏줄이라는 게 뭔지 그렇게 싫어하고 원망했음에도 부모는 부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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