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10월 중순경 한 사무실에 출근했습니다.
직원은 아닌데, 사장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출근하긴 했습니다.
한국인 사장과 중국인 사장이 동업하는 그런 사업체인데, 저는 한국인 사장이랑 다시 동업비슷한 뭐 그런 관계라서
사장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긴 합니다만
출퇴근 제 맘대로 하고 (보통 오후 2시 출근, 오후 7시 퇴근)
아무도 저에게 뭐라 하지 못하는 환경이라, 뭐 편하게 일하고 있긴 합니다.
오프라인 베이스의 업체였고, 제가 출근한 이유가 온라인을 강화하기 위함 이었습니다.
소매는 아니지만, 도매쪽도 요즘은 온라인 영업이 필수라고 저는 생각했고
그 바닥 분들은 뭐 예전부터 해오던대로만 하던 뭐 그런 양반들이었죠.
그나마 온라인이라고 하면 인스타그램 정도나 할까요?
이 바닥에 제가 처음 들어와서 놀랬던건
물류 관리가 1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제품을 눈으로 외우고, 자기들만의 위치를 두고 그렇게 찾는거죠.
뭐 그게 무조건 나쁜건 아니겠죠. 물류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도, 눈으로 익은 사람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면
효율이야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다만 그런 경우 그 일을 하던 직원이 나가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죠.
따라서 저는 시스템 신봉자이긴 합니다. 일은 개인의 능력으로 하는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도록 만들어야 사람이 바뀌어도 큰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창의적인 일이나, 고하이테크 뭐 그런 일들은 다르겠죠. 제가 그런 분야가 아니라서 ㅎㅎㅎ
그래서 처음엔 이 바닥을 하나도 모르고, 영업 방법이나 운영 방법, CS 등등 아는게 하나도 없다보니
(저는 온라인 e커머스 바닥에서 20년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인데, 오프라인 도매 바닥은 아는게 1도 없었습니다)
일단 물류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고 분류한대로 바코드를 부여 하고 뭐 그런식으로 작업을 해 나가다가
온라인쪽 매출을 슬슬 보기 시작했는데 중국인 사장이 네이티브니까 중국 본토 + 대만에 영업해서 월 1500~3000 정도 매출을 내는데 국내 매출이 거의 망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상식적으로 국내 매출이 너무 적은거 같다, 그리고 사무실 매출이 매장 매출보다 낮은게 말이 안된다,
매장은 지역적인 영업이고, 사무실은 지역제한이 없는 영업인데 무조건 매장보다 매출이 높아야 된다!!! 라고 강조하며
제가 국내 세일즈 채널들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사몰도 기존에 만들어져있던거 하나씩 다 수정해서 (웹 개발자 출신이라 20년전에 개발했는데, 아직도 가능하긴 하더군요 ㅋㅋ)
자사몰에서도 제가 출근한 뒤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국내 도매 채널도 제가 출근한 뒤부터 매출이 12월이 100 이면 1월이 200, 2월은 300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올해 목표가 도매 채널 월 매출 12월이 100 이라면, 올해 연말 12월에는 800 정도? 8배 정도 늘리는게 목표입니다.
현재 3배 정도 늘었네요.
자사몰 매출은 아예 제로였는데 나오기 시작하니 도매 채널 매출이 800 수준까지 오른다면 (목표대로 된다면) 자사몰 목표 매출은 300~400 수준을 원하고 있습니다. 도매 채널의 절반정도?
그러면 아마 그때는 중국 + 대만 매출까지 합치면 매장 매출보다 높아질 것 같구요.
사실 온라인 e커머스쪽에서 2003~2015년까지 나름 잘해왔습니다.
아주 큰 성공은 아니지만 대략 중간에 소셜 커머스 한다고 깝치면서 날린 시간 1년 정도 빼고
온라인 e 커머스 대략 10년동안 누적매출 200억 넘었으니 년평균 20억이상은 찍었습니다.
근데 2015년 화장품 쇼핑몰 매각한 뒤에, 2년 놀다가 2018년 새롭게 창업했는데
그때 느꼈던게 아 이제는 내가 뒤쳐지는구나, 세월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구나, 온라인 e커머스에서 이제 난 끝물 of 끝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괴로웠던건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거기에 적응을 못하고 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는 점이 참 괴롭더군요.
물론 죽어라 노력하지도 않긴 했습니다. 이제 늙어서 그런가 죽어라 노력하는게 마음먹기도 쉽지 않고, 뭐 마음 먹는다고 될 것 같지도 않더군요.
그러다 이 바닥에 들어온건데, 여기서는 제 철지난 온라인 커머스 노하우들이 꽤 먹히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 바닥에선 기술, 최첨단, 인터넷 뭐 이런거 활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나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업체가 거의 최첨단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저의 철지난 노하우들도 쓸모가 있긴 있더군요.
요즘 그래서 무언가 2003~2004년 그때 온라인 쇼핑몰 처음 창업했던 그때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나이는 그때보다 20살 가까이 더 먹었는데, 기분은 그때와 비슷하네요.
매일 매일 무언가 하나씩 해내면서 발전해 나가는 느낌이랄까?
한국인 사장이 저에게 고마워하는게 더 기분이 좋네요.
중국인 사장이 저에게 의지하는것도 좋구요.
그냥 사는 얘기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순간 시대에 적응못해서 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내가 누구한테 뭘 알려줄 정도가 되나 싶어서 때려쳤습니다 ㅋㅋㅋ
건승하시길!
저도 제 업으로 20년인데.. 빠른 기술변화와 내 게으름때문에 뒤쳐진 게 느껴지고 그렇다고 솔직히 죽어라 다시 할 의욕도 체력도 없습니다.
그나마 센스는 있는지 오래된 기술로 일하고 있으면 결과에 대해 주변에서 잘한다고는 합니다만…
언제 짤리게 될까 그럼 스팩과 나이만 먹은 보잘것 없는 내가 일할곳이 있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만 하고 살고 있네요.
이제 온라인 창업 못하겠다, 너무 뒤쳐진다 그런 생각요. 근데 또 어떻게 어떻게 써먹을일이 있네요. 득과장님도 20년 경력이 어디 가진 않으니 분명 어디서 다시 활용될 겁니다^^ 같이 화이팅하시죠 ㅎㅎㅎ
jun911분 맞았다는게 재미있네요
동병상련 ㅜㅜ
정말 더럽게 못하더군요. 클롭도 개노답인 듯 합니다. 미들 자원 그 모양인거 3년째인데 왜 아무 조치도 안취하는지... 각포는 뭐하러 샀는지도 모르겠어요.
요.
올해, 내년엔 일단 물류 관리 시스템 + 온라인 매출 증대에 노력을 다하고
내 후년부터는 PDF 로 e 카달로그를 만들어서 유럽, 미국쪽에 뿌리면서 발주를 받아보려고 합니다. 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현재 한국, 중국, 대만이 거의 95% 이상이고, 일본/호주가 5% 정도인데 세 나라 집중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아서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
더욱더 발전하셔서 포르쉐 모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먹힌 것이 아닐까요.
아래 부분도 매우 공감합니다.
일은 개인의 능력으로 하는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도록 만들어야
사람이 바뀌어도 큰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매출 100배 가즈아 !!
바라겠다습니다~ 말씀하신 것 중에 [국내 도매 채널] 유명한 곳 몇 군데만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사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wholesale 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죠. 있어도 오프라인들이 각자 노하우로 영업하는거고, 알리바바 같은 뭐 그런 대형 도매 채널은 아직 없다고 봐야죠.
쪽지 주시면 자그마한 도움이 되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