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찰풍선을 왜 굳이 F22 랩터가 출동해서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는가에 대해 여기 클리앙 뿐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추측이 많이 나오더군요.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풍선의 고도가 18km나 되어서, 5km 이내의 작전 한계 고도를 갖는 헬기나 프로펠러 비행기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F22 랩터가 거의 유일한 옵션이었던 것도, F22가 미국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전투기보다도 작전 가능한 한계고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F22의 비행한계고도는 65,000피트, 즉 19,500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전설의 정찰기 SR-71은 75,000피트까지도 비행가능하다고 합니다만...
F15도 실용상승고도가 19km 정도이긴 하나 안정적으로 비행가능한 고도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F15의 최대 비행 고도는 98,500m 정도까지도 올라간 기록이 있기는 하나, 이는 기록갱신을 위해 특별히 개조한 기체이다.)
실질적으로 F22가 풍선의 고도 18km에서 풍선의 위 아래, 옆을 부딛치지 않고 지나면서, 풍선의 외형 및 구조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F22만 가능하다는 것이지, F22로 쉽게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도 15km 이상에서 F22로 공중전 특수 훈련을 해봤던 베테랑 조종사들에 따르면
"오프로드에서 람보르기니로 시속20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랠리 레이스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네요.
한편 미국이 중국스파이풍선 격추를 위해 검토한 대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F22의 공대공미사일 AIM-9X로 격추 : 이번에 격추에 사용된 옵션이기도 합니다.
이 옵션의 위험성은 다음 몇가지입니다.
(1) 풍선의 레이더 및 열단면적이 너무 작습니다. 중국 정찰 풍선 자체는 버스3대 크기로 겉보기에는 엄청 커보이지만, 방향제어를 위한 엔진(=열추적을 위한 발열부)가 없으며, 기계장치부 또한 고도 18km의 극저온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풍선부 역시 단단한 외형을 갖고 있지 않아 레이더 반사 단면적도, 참새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풍선의 이동속도 역시 너무 느리기 때문에 (벛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 전투기 및 미사일을 위한 현대식 도플러 레이더에서 탐지하는 물체의 이동속도 한계치 이하로, 무시하라고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필터링 아웃). 레이더는 물체의 이동속도에 따른 도플러 효과를 감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풍선같이 표류하는 물체는 감지가 불가능하거나 작전에 방해를 줄 수 있으므로 자동으로 필터링 아웃되는 것입니다.
또한 미사일을 발사할 때 풍선 표면이 미사일이 감지할 정도로 저항을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공대공 미사일은 일반 총알처럼 날아가는 운동에너지로 목표물을 파괴하는게 아닙니다. 목표물에 부딛치는 충격, 혹은 목표물 근접 센서에서 충분히 가까와지면 알아서 신관이 폭발해서 그 충격으로 목표물을 파괴합니다. 그런데 풍선은 공대공미사일과 부딛칠 때 충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관통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버스3대 크기의 풍선에 미사일 크기의 구멍 2개만 나고, 미사일은 정처없이 퇴근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굳이 본토가 아닌 해상위까지 날아가길 기다렸다가 작전을 한 것이기도 합니다.)
(2) 풍선을 명확히 조준하기 위해서 2대의 F22를 동원, 1대가 레이저태그를 하고 다른 한대가 미사일을 발사해서 격추하는 방법
탑건2 매버릭에서 이용된 방법과 비슷합니다만.. 고도 18km에서 거의 정지되어 있는 풍선을 향해서 F22한대가 정확히 레이저태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통상적인 전투기의 작전 고도인 9km~10km 정도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고도 18km라면 이미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아주 안정된 전투기 조종은 힘듭니다.
2. F22의 엔진 플레어로 풍선 터뜨리기
F22 엔진에서 배출되는 열만으로도 풍선을 터뜨릴 수 있다는 가설도 검토되었으나, F22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풍선은 상대적으로 정지되어 있기때문에, 이렇게 조종할 경우 풍선에 닿을 수 있는 열과 접촉 시간이 극히 짧은 순간 밖에 없어, 버스3대 크기의 풍선이 바로 추락할만큼의 큰 구멍을 내기는 힘들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풍선에 구멍이 난 후에는 풍선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마치 풍선을 분 다음에 그냥 손에서 놓아 버리면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그 다음에 F22가 풍선에 접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정찰기구에 사용된 가스가 인화성 가스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안전을 위해 당연히 불활성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이번 정찰풍선에 군사적 목적이 있다면 증거인멸을 위해, 어느정도 이하로 고도가 떨어지거나 기구내 기압이 떨어져 추락이 불가피하면 자동으로 폭발, 산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보고가 이번 건 이전부터 경고되어 왔습니다. 이 경우 F22가 근접작전을 하거나, 기구가 원하지 않는 장소로 추락할 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투기 엔진의 열에 기구의 기계장치 부분이 닿아서 토스트되어 버릴 위험성도 있어, 이 안은 기각되었습니다.
3.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하기
이 역시 1-(1)과 마찬가지로 레이더로 표적을 감지해서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너무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풍선이 날아가고 있는 지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 포대가 없고, 기존 다른 기지에 있는 포대를 이동시켜, 세팅하고 설정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이미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벗어나버린다는 한계도 있어서, 쓰레기통으로..
4. F22에 장착된 20mm M61 벌컨포로 격추시키는 방법
클리앙에서도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방법인데,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어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1) 기총 사격을 하는 F22와 풍선과의 상대적 포지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고도 18km가 전투기의 안정적인 비행을 하기 힘들만큼 산소가 희박한 고도라는 점입니다.
이걸 탐 크루즈 형님 정도의 강한 정신력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사격 포지션은 전투기 조종사가 풍선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사격하는 것입니다. 즉 풍선 아래를 날면서, 위로 사격하는 자세인데, 이 경우 기관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하다가 떨어지는 기관포탄의 낙하 지점이 너무 넓게 퍼지고 제어 불가능하게 됩니다. 즉 지상이나 해상 어딘가에 있는 뭔가가 날벼락을 맞을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풍선 위에서 아래로 사격을 한다면, 포탄 낙하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만, 고고도에서의 전투기 기동성때문에 작전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2) 기총사격의 파괴력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F22내장 20mm M61 벌컨포 탄환도 목표물에 부딛칠 때의 충격으로 폭발해서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풍선 표면은 신관을 트리거할 수 있을만큼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뚫고 들어가 반대쪽으로 관통해 나오고, 실제 포탄은 지상 혹은 해상에 부딛칠 때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100%입니다.
그리고 F22의 기관총은 기본적으로 산탄총과 같이 특정 범위를 파괴하는 무기입니다. 그리고 한발 한발 발사되는 것도 아니라, 분당 6,600발, 1초만 눌러도 최소 100발이 한꺼번에 나가면서 주위를 벌집으로 만듭니다. 즉, 풍선에는 구멍만 뚫리며, 오히려 풍선에 달린 기계장치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파괴 후 추락 궤적
정찰용 혹은 기후관측을 위한 기구나 비행선은 기구내의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사소한 펑크 등을 고려해서 풍선내 기압이 설정치보다 낮아지면 가스를 넣어주고,
또 너무 높아져서 설정고도를 넘어가면 가스를 살짝 빼주는 등의 압력조절 밸브가 달려 있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것 같은 기상관측풍선은 그냥 올라갔다가 점점 부풀어 터지는 거지만
더 비싼 기구들은 압력조절 자동밸브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기구에 구멍이 어느정도 뚫리더라도 그걸 상쇄해서 버티도록 설계되어 있고,
중국정찰풍선도 그렇게 되어 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래서, 벌컨포 사격 정도로는 기구를 쉽게 추락시킬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풍선을 전투기의 기총사격으로 격추시키려는 시도가 엄청난 실패로 이어진 선례가 있습니다.
1998년 캐나다에서 오존층 측정을 위해 보낸 기상관측용 무인 비행선이 고장으로 표류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기구의 크기는 25층 빌딩 크기만했고 높이 8km~11km의 고도로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공군 소속 CF18전투기 2대가 출동해서, 이 비행선에 1천발 이상의 기관포를 발사하였지만, 구멍이 뚫린 후 오히려 불규칙하게 천천히 떨어지면서, 캐나다와 대서양 사이의 해안선 위를 며칠동안 비행하여, 그 지역을 지나는 민항기 등 비행기 운항에 엄청난 차질을 빚었습니다. 즉 기총 사격이 잘 된다고 해도, 기구가 떨어지는데는 며칠이 걸리며, 오히려 낙하 궤적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해집니다.
캐나다 공군의 당시 판단은 위험성이 별로 없는 기상관측용 기구 정도를 수십만달러씩 하는 미사일로 격추한다면,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미사일 격추가 실패한다면 훨씬 더 큰 비난을 받을테니, 싸게 기관포로 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욕은 더 얻어먹었지만요..
캐나다 기상관측비행선의 경우에는 그 구조나 기구에 차 있는 가스 조성 등을 캐나다에서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과가 나왔는데, 중국정찰기구는 알려진 바가 없어, 더욱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각.
5. 차세대 레이저 무기 혹은 레일건의 활용
레이저나 HPM (High Power Microwave) 무기 혹은 레일건 등으로 격추시키는 방법도 검토되었으나, 다음 몇가지 이유 때문에 기각되었습니다.
첫째, 중국정찰기구에 뭐가 장착되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세대 비밀무기에 대한 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
둘째, F22 등 비행체에 그같은 고에너지 무기를 장착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는 무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보통 그런 무기들은 상시 장착한 후 테스트를 하는게 아니라, 보안을 위해 아주 짧은 시간 장착해서 테스트하고, 바로 해체하기 때문에, 현재 가용자원이 없다.
셋째, 지상발사 레이저 무기나 레일건의 경우 중국정찰기구가 너무 높은 고도에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파괴력을 유지하며 발사할 수 있는 무기의 기술이 아직 실용적이지 않고,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이유로 2~5안까지의 옵션이 전부 나가리 되고,
다시 1안으로 돌아가서 작전을 하게 됩니다.
표적의 록온 문제는, AIM9X에 장착된 목표 형태 식별기능을 이번 작전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목표형태 식별 기능은 열추적 미사일을 더 강한 열원 (플레어) 등으로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 목표를 정할 때, 목표의 시각적인 형태를 기억해 놓고, 그 형태를 추적하는 기술입니다. 그걸로 중국정찰기구의 형태를 기억해 놓고, 그걸 추적해서 정확히 기구 부분 (기계장치는 놔두고)을 타격하는 형태로 작전이 수행되었습니다. 물론 기계장치부가 18km동안 자유낙하해서 바다에 부딛칠 때 그 충격으로 남아나는게 있겠느냐는 이슈도 있기는 합니다. (로켓의 경우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는데, 중국정찰기구에 그런 기능이 있을 걸로 기대하기가 힘들죠..)
대충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내가 왜 이걸 쓰고 있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자세한 기술적인 내용은 클량 군사, 항공 전문가분들께서 해주실거라고 믿고 저는 20000.
...
설마요.. 1뱍만달러 이하로 했을 겁니다.
...
대부분의 나라는 저런 형태의 정찰은 무방비겠네요.
근데 F22에 들어가는 발칸탄은 기본적으로 공대공 세팅이라, 죄다 자폭탄 들어가지 않나요?
지상까지 가기 전에 스스로 터질텐데.. 물론 파편은 흩날리겠죠.
그렇기는 한데 그냥 공중에 날아가다가 (특히 고고도에서 발사해서 결국 자유낙하하는 경우) 어디서 터질지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풍선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구멍만 내는 특성상, 이후 폭주하는 풍선 궤도 예측 문제가 가장 커서 그런 것 같네요.
(톰크루즈 말구요~^^)
영화보면 매버릭 락온 되면 표적형태를 실시간으로 끝까지 추적해서 박살내버리던데..
아파치헬기로 기구 아래쪽 근처에서 호버링하며 천천히 락온시켜 쏘아올려보낸다던가 하는식으로~^^
아파치헬기 작전 고도는 5000m 선입니다..
아무리 공대공 미사일이라고 해도 거의 수직방향으로 13km를 날아올라가서 맞춘다...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예. 이번 작전을 위해 긴급히 미사일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쌔빠지게 설명해도 이런 댓글이 달리면 워쩌유..
이건 잘 모르는 부분이긴 하나 상당히 의외네요
기존의 무기체계가 정해진 용도로 극대화 시키다보니 다양한 변수에 즉각 대처하기 힘든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싶네요.
근데 풍선 속에 뭐가 들었을지도 고민이되네요.
정말 선넘는다고 가정하면 세균전일수도 있을텐데요.
전직 전투기 조종사세요?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시나요?ㅎ
글 보니 풍선 하나로 엄청난 고민을 하게 만든 중국도 어찌보면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썼네요
종사하고 계신 업종이 궁금해지네요 ㅋ
가는 이유네요. 좋음 정보 감사합니다
앞으로 중국은 몇번이나 더 반복할 수도 있겠군요..
항모착륙 가능한 전투기들 (FA18, F35 등)은 한계상승고도가 15,000m 밖에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