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1월, 퇴사한다는 글에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일 년을 잘 놀았습니다. 새벽 네시에 자고 열두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며 밥도 먹고 싶을 때 먹고 운동도 하고 평일 낮에 거리를 다니며 행복해하고..
딱 일 년 만 놀고 일해야지 했지만, 이십 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경력이랄 것도 없이 살아서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근근이 알바나 하면서 살아야겠구나 했는데, 뜻밖의 곳에서 자리를 제안해 주셔서 지난 직장보다 조금이나마 월급을 올려 출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면 팀장님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는데 젊은 선배님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다시 회사라는 조직에 적응해서 누가 되지 않게 일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8시 출근이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가끔 늦잠이라도 자면 어쩌나 걱정되고..
그래도 나이가 좀 더 들었다고.. 해보고 안되면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래도 안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일어나고.. 그러면 되겠지 싶기도 합니다.
내내 같이 있다가 혼자 있게 될 메미도 걱정입니다. 올해 23살.. 화장실에서 볼 일 보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져 앉기도 하고 세 번에 한 번은 쉬야도 밖에다 하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털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은 귀도 눈도 목청도 괜찮아요. 낯선 눈으로 울며 방 안을 배회하지만, 만져주면 그릉그릉 모터를 돌리는 걸로 봐선 저도 아직 잊지 않았어요.
여러 면에서 변화가 많아져 적응하기가 쉽진 않지만 어떻게든 또 살아진다는 거 아니까, 열심히 놀아본 만큼 성실히 살아보려 합니다.
그래고 백수탈출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 위로 드립니다. ㅋㅋ
잘 적응하시고 노묘도 건강하길 바랍니다!
집사는 돈 벌어 와야죠.
"피할수 없을땐 즐겨라"
건투 하세요
즐거운일 가득하시기 바래요
메미 너무이쁜데 ㅠ 심심해지겠네요 ㅎㅎ
재취업 한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