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었을 겁니다.
그 때 저는 놀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대기" 모드였죠.
원래 그 해 3월에 출발해야 할 미국연수가 미뤄지고 미뤄져서 1년을 대기상태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을날 한강불꽃축제를 보러 갔습니다. 할 일도 없는데 시간이나 죽이자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 때 한 미국인을 만났습니다.
여의도 63빌딩 바로 앞 버스정류장이었는데, 어느 미국인 여성이 저에게 "이 버스 000 가요?" 라고 한국말로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노선표 보고 예/아니오 로 대답해 줬는데, 그 다음부터는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사내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국어를 하는지 알아봤는데, 초급 수준은 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까 저에게 한 표현은 어떤 책에 나온 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듣고 적었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고 받아 적었대요.
그러면서 수첩을 보여주는데
"Ee bus ( ) gayo?" 라는 식으로 알파벳으로 적혀 있더군요. 한글도 쓸 줄 모르고 있던 겁니다.
아니 한글도 모르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뭐? 그 상황에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적어두고 비슷한 상황에서 써먹으면 되지? 라는 겁니다.
아 ...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언어는 이렇게 배워야 하는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표현/설명하는 말과 문장을 딱! 느끼고 연결시켜야 머릿 속에 입력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입시영어 때문에 우리가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기 힘들게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시스템: 찾을 수 없는 URI 입니다.
그냥 영어 알파벳으로 위처럼 토를 달아서 대화를 구성해놓은 괴작들도 있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Where Are you going?
Eo-di-ro Gayoh(Gashimnigga)?
한글표기 무....
철저히 급한 쓰임을 위해 만들어진 거 같은...
예를 들어,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안녕히 가세요 라는 표현은 good bye는 한번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항상 have a nice day입니다. 그 인사에 대한 화답은 한국에서는 You, too라고 가르치며 이것도 사용하지만 you do the same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엿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현지 화자의 표현을 듣고 취사선택함으로서 현지인에 가깝게 언어를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외국인에게 "커피 드시러 가실래요?"했더니 외국인이 네 대신에 "당근이죠" 라고 말하면 한국인이 급 친근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상황을 이해해라. 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말을 가르치기 전에 문법부터 가르치니.. 6년이상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도 전혀 늘지를 않는거죠
전치사, 부사, 관사, 동사, 형용사, 접속사, 명사…SVCO 등등!!!
이게 다 뭔 개솔인가 싶죠.
한글 배울때도 안배웠던것을 영어를 통해 배우니…
영어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거죠.
실용 언어를 배우는 것은 나이트라님이 말씀하신 방법이 효과적이지만, 그 방법은 문법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금방 벽에 부딪쳐서 더 이상 발전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벽에 부딪친 상태의 영어를 여기 교포 사회에서는 "세탁소 영어"라고 부릅니다. 한국인들이 꽉 잡고 있는 세탁소 업계에서, 고객 카운터를 보는 아저씨나 아줌마가 사용하는 제한된 어휘, 제한된 표현, 그리고 문법에 딱 맞지는 않지만 의미는 전달할 수 있는 영어를 그렇게 부릅니다.
그런 세탁소 영어는 의미를 전달하고 돈도 벌 수 있지만 더 높은 수준의 사고와 미묘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등한 자리 (예를 들어 회사에서 고객과의 회의, 팀장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하는 업무 회의, 직원 업무 평가 면담)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문법을 이해해야만 식당, 회사 등등 여기저기서 들은 표현을 상황에 맞게 올바른 문법을 적용해서 변화, 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가정법 과거, 가정법 과거완료는 미묘한 의미를 전달하는데 유용하지만, 한국에서 오신 분들 중에서 그 가정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시는 분은 극히 적습니다. 세탁소 말고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들 중에도요.
그래서 현지에서 배울때 쑥쑥 느는것이고...
전 영->한 또는 반대의 해석을 안합니다. 해석하는 순간 다 꼬여요.
영어를 언어(대화나 말)로 배워야하는데 공부(글과 지문)으로 배워서 그런거 같습니다.
그래서 자꾸 머리로 번역이나 해석을 하려고 하죠..
그냥 상황에 맞게 문장을 사용하고 사용할때에는 머리로 단어가 그려지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나올수 있게 하면 되는데 말이죠..
제가 중국어 배울때 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어로 쓸줄은 모르지만 상황에 맞게 말만 하면 되는거니까요..
ㅎ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하이개그를 치더란..ㅎㅎ
중학교 들어가 처음 팝송이라는 걸 듣고 그 팝송 가사를 한글로 받아 써서 따라 부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