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있어서 연휴동안 수술하고 입원 중입니다.
보호자없이 입원기간 동안 조무사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호통합병동으로 했고, 6인실입니다.
정말 누워만 계시는 할아버지 1분과
상대적으로 거동이 자유로운 2명의 5060세대
40대로 추정되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손가락 접합 환자 1명.
무릎 연골판 접합시술을 한 저. 이렇게 5명이 같이 있습니다.
1. 나의 늙음의 인식.
제가 너무 회사만 왔다갔다하고, 이너서클 사람들과만 교류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어느 순간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젊은이들 입니다. 주치의 교수도 생각보다 젊어보이고, 동사무소를 가도 직원들이 젊어보이고, 식당을 가도 젊은이들이고...(실제로도 그렇겠죠) 제가 늙은 거겠죠. ㅎㅎ
각설하고, 사회가 돌아가고 유지되고 발전되는데는 젊은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십분 공감합니다.
그래서 결혼기피, 순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인구 감소를 심각한 우리사회의 해결과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게 감사, 지원, 배려 해주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2. 휼륭한 병원서비스
물론, 간호통합병동이 일반병동보다 일 병원비를 더 지불합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의 역할을 하는 조무사님들이 계속 다니시면서 불편한게 있는지 확인해 줍니다.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다리가 불편하다보니...옆에 있는 창문도 열어 환기도 부탁하고, 물도 떠다달라고 하고, 소변통도 계속 갈아주시고, 심지어는 병원 생활하느라 머리가 떡져 있으니까 머리도 감겨줍니다. 머리 감겨드릴까요? 물어보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누워만 계시는 할아버지는 소변,대변을 못 가리시니 계속 기저귀를 갈아주시고, 사고(?)가 나면 시트도 교체하고, 환복도 시켜주고, 밤낮없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시는데 사무적이긴 하지만, 달래는 말을 하시면서 계속 도와주십니다. 조무사님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3.기성세대
5060세대로 추정되는 환자분들의 모습.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불편합니다.
환자1. 기저질환으로 당뇨를 가지고 있는 환자인데, 수술 때문에 병원에서 금식을 시킵니다. 금식 때문에 저혈당 우려해서 당체크를 계속 합니다. 배는 고픈데, 당체크를 계속 하니까 환자는 엄청 짜증을 냅니다. 짜증이 폭발하여 치료 거부를 합니다. 애궂은 간호사들에게 계속 뭐라뭐라 하는데,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의사납시었습니다.
그래도 이 환자는 경어체를 씁니다. 비록 큰소리지만..
환자2. 통합병동을 전에도 이용해본 환자 같습니다. 옆 병상의 동년배 아저씨랑 얘기하면서 통합병동이 더 비싼돈을 지불하니 당당히 요구하라는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근데, 그 정도가 심합니다. 시트 갈아달라. 왜 빨리 안해주냐. 등등
기본적으로 반말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서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생각합니다.
-나이가 든 것이지 전문가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지위를 존중해주세요.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니 불평 대상을 정확하게 특정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진상입니다.
-나이가 든 것이지 부모는 아닙니다. 반말을 하지 말아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종 다루듯이 하면 되겠습니까? 이런 것을 천민자본주의라고 합니다.
-나이가 든 것이지 독심술사는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내가 맞고 네가 틀린 건 아닙니다.
마치며..
퇴원이 임박하기도 했고, 새벽에 잠이 깨서 지내는 동안의 여기서의 감정을 좀 쏟아내야 했기에 적어봤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얼른 회복하셔서 건강히 퇴원 하세요~!
첫번째로 느낀건 저엏게 늙지 말아야지… 두번째 느낀건 저런 노친네들 대부분 tv조선을 끼고 산다는거… 즉 대부분 2찍들(국가와 내인생에 전혀 도움 안되는 것들)이라는 거죠
서구권에서 간호사 임금이 비싼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가족들이 하는 케어를 간호사들이 하다보니 고임금이고 일자체도 많이 힘든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민받는 나라들중에 이민하기 쉬운직업군중에 간호사도 있고요
쉽다고해도 의료분야라 어학 점수가 높아야하는 허들이 있긴하죠
6인실이었음에도 신경쓰이게 하는 분들이 없었던 건 다행이었습니다. 다들 조용하시더라구요. 코도 별로 안 고시고.
다만 웬일인지 둘쨋날 밤인가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서 긴급 환자가 들어오시는라 새벽 4시엔가 소란스러웠던 거 하나가 기억에 남네요.
(저~기 어디 한적한 시골병원 아니고... 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인데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1명이 태극기였나봐요. 첫날부터 종편 채널들을 자기 스맛폰으로 보면서 볼륨을 크게 키워놓고 보더군요.
다행히(?) 저랑 나이대가 비슷한 것 같길래, "거 너무 시끄러운데 이어폰 없으세요?"하니까 볼륨을 조금 줄이더군요.
밤이 되어 저녁먹고 나서도 그 상태로 계속 보길래,
"뭘 그렇게 열심히 보시는지 몰라도, 이제 자야되니까 끄시든지 이어폰끼고 듣든지 하시죠?"하고 좋게 얘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흔한 2찍들하고는 좀 다른게, 간호사나 의사들하고는 말도 점잖게하고, 상당히 원만하게 잘 지내는 것 같더군요.
얘기하는 걸 가만 들어보니, 꽤 장기입원하면서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는 것 같던데, 어디가 아픈 뭐하는 환자인지는 끝내 모르겠던...(겉보기는 저보다도 훨씬 멀쩡......)
저도 나름 병원 밥 꽤나 먹어봤다고 생각하는데, 입원 할 때마다 다양한 사람을 다양하게 겪어봅니다.
대부분은 괜찮아요.
좀 맘에 안드는게 있어도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도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겠지."생각하면서 넘어가고,
좀 심하다 싶으면 대화로 풀면 또 대부분 풀리고, 이도 저도 안되면 병실 옮겨달라고 하면 대부분 들어주고......
근데 장기가 아파도, 팔 다리가 아파도 정신과 질환이 발현되는 기이한 환자들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병동 나누는 방식을 달리 고려해 봐야해요.
소화기병동, 정형외과병동 이런식이 아니라 홧병병동, 안하무인병동, 헛똑똑이병동…
맞춤형으로 회진도 수월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
돈을 줬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천박하고 수직적인 관계인식을 하고 있어서 그럴겁니다.
감정을 쏟아내야 하기에..
대목에서 역시 몸도 중요하지만 감정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발뼈가 부러져 2주간 꼼짝 못하고 있는데 되려 병원에서 입원할 정도 아니라며 입원을 안시켜줘서 집에 임ㅅ는 중이예요. 이래저래 불편하네요
제가 있던 병실에 환자 한명은 그분 아내분이 그 병원 간호사였던 경우인데 그렇게 병동 간호사들에게 하대하고 불평불만이 많더군요. 자기 아내 오면 간호사들이 싸가지 없다느니 기본이 안되어 있다느니 험담이나 늘어놓고 제 기준으로는 간호사 분들 정말 친절하고 잘해 주셨거든요. 이해가 안되는 양반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십분 공감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