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전에 이거 할만하냐고 여쭤어 봤었는데.. GOG에서 7천원에 세일 중이길래
그냥 커피한잔 사먹는다 치고 사봤습니다.
엄... 제가 80년대 언저리 생인데 분명히 던전&드래곤 룰북도 팔았었고.. 심지어
매직 더 게더링같은 카드 게임은 반에서 꽤 유행했었거든요?
근데 TRPG는 룰북까지 사놓고도 이거 할 줄 아는 애들도 거의 없고 재미없어해서
한번도 진행을 못해봤습니다. (디아블로를 짱박아 두고 굳이..책으로..)
제가 그 비스무리 한 걸 드듸어 해본 것 같습니다. 주사위와 질문의 선택으로
게임 전반이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근데 외국 전공 서적 번역 해 놓은 듯한 말투랑
거의 전과 2권 분량 정도 되는 엄청난 텍스트 양 때문에 이거 절대 대중적인 성공은
어렵겠다 싶긴했어요 ^^;;
정치 외교학과나 사회학 공부하신 문과 형아들은 환장할 만한 게임같더라구요.
질문을 선택하고 주사위 굴리고 요롷게 게임을 진행한다니까 굉장히 수동적이고
지루할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 물론 이 사회파 서적같은 퍽퍽하고 건조한 문체와 긴 텍스트를 견딜 수 있다면
하루에 소설 몇 장 읽는 샘치고 조금씩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오징어 씹듯이 진국이
우러나오는 좋은 게임입니다.
액션 게임과 RPG가 굉장히 혼동되는 세상인데 아, 이게 진짜 롤-플레잉이구나
나의 선택과 우발적인 우연(주사위)이 합쳐져 진행 전반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끊임 없이 구불구불 달려가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화 페인트로 슥슥 그린 듯 한 그래픽이 상당히 운치있기도 하구요.
(요약은 아래로..)
좋은 점
1. 이것이 진정한 롤-플레잉이다 이 것 들아!
2. 액션 하나 없이 너무나 역동적인 게임성
3. 회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그래픽
4. 다회차 전혀 지루하질 않을 수많은 선택지
그치만 짜증나는 점.
1. 그놈의 선택이 지랄나면 큰일납니다. 죽기도 합니다. 세이브로드 엄청 자주합니다.
2. 이 미친 분량 번역 해준게 어디냐 싶긴 한데 그래도 가끔 문장이 좀...?
3. 수사물이기도 하건만 떨어지는 개연성. 개고생에 비해 다소 으잉? 스러운 엔딩....
4. 전공 서적을 방불케하는 관념적 문어체 대사와 엄청난 텍스트량!
5. 게임인데 기 빨려서 피곤함..
다만 PC용 TRPG 게임은 유저의 선택이라는 부분이 남아 있어서 긴장감은 더 있을 것 같네요.
저한텐 너무 불친절하고 어렵더군요. 딱 한 번 엔딩 보고 봉인...
다만 무척 특이하고 생소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근데 게임에서까지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다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