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오늘 출국하면 또 몇 년을 한국엘 못 오게 될 터라, 어제는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하고 세운상가를 들렀습니다.
정말 어렸던 시절, 아마도 대여섯살 쯤에 명보극장 근처에 살았던 기억을 시작으로, 국딩 때는 부모님의 사업으로, 고딩 때와 학부 때는 과제물 부품 사느라 다녔던 시절이 짧지 않기에 제게는 참 많은 추억이 서린 골목들이 많이 있는 동네 입니다.
몇 년 만에 그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니 많은 건물들이 허물어지고 새 건물들이 들어섰네요. 아쉽습니다. 기름 때 쩔은 쇳밥내를 이제는 어디서고 맡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듭니다. 만약 냄새를 저장할 수 있다면 파일로 저장 해놓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금 철이 들고 그 동네를 다니면서 참 구질구질한 동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건물이고 물건이고 모든게 다 제 멋대로 자리를 잡아 어수선하기는 끝이 없고 오토바이(자전거에 어떻게 내연기관을 달았는지 모를 그런 탈것)들이 골목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통에 정신 사납기로도 손꼽힐만한 동네였기에 사람 살만한 곳은 아니다 싶었던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돌이켜보니 상가들은 파워하우스들이었고 사람들이 만나는 곳들이었네요. 한국이 발전하며 많은 것들이 정형화 되어가는 터라 이제는 그렇게 엉망진창이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들 찾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아, 지나는 길에 전태일 기념관과 노무현 시민센터도 들렀습니다. 해외 살며 꼭 한번 들러야 겠다고 벼르던 곳인데 소원 성취 했습니다. 그 두 분들이 꿈꾸던 세상이 반쯤은 이루어졌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더럽고 위험한 상가들과 공장들은 분명 없어져 가는 것 같긴한데, 아이들과 웃음소리는 어째 더더욱 찾기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제 떠날 준비는 마쳤고, 몇 년 후 다시 돌아오면 을지로의 상가들은 자취를 감췄겠죠? 아쉽기 그지 없지만 변화란게 그런 것이려니 합니다. 그냥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잘 있어라 을지로야, 다음에 또 만나자.
어릴 때는 안 잡더니 고딩 때 한번 손목 잡혔던 적 있었죠. 우물쭈물하며 부품 사러왔다고 했더니 저를 물끄러미 처다보다 놔주더라구요. 아마 어른 비디오 팔기에는 제가 너무 찐따 같아 보여서 (....) 그냥 보내준게 아닐까 싶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해외에서 잘 살아남아서 또 을지로 보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인국공 가는 길이 험난할 것 같습니다.
앗아아 전원일기의 ptsd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겜덕 성지가 되는건가요?
자연스럽게 탑골공원과 연결.....?
2005쯤에는 여기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하곤 차원이 다르게 깨끗해졌네요. 세운상가 외관은 정말 사이버펑크에 나오는 구룡성채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게 세운상가 내부인가요?? 그러고보니까 전 세운상가 근처는 많이 가봤어도 세운상가 내부에 들어가본적이 한 번도 없네요.
이게 아마 4층과 그 위쪽인가 그럴거에요. 보통은 3층 위는 약간 사무실 공간들이라 부품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올라갈 일이 없긴 하죠.
기회되면 한 번 가봐야겠네요.
대학생활을 멀지 않은곳에서 해서 종로 을지로는 엄청 다녔는데, 정작 세운상가는 그 세대(?)가 아니라 들어갈 일이 없었네요. 종로에서 을지로 가기 위해서 세운상가 옆으로 걸어가본적은 많아도...오히려 최근에 세운상가는 아니지만 세운청계상가의 실외2층에 올라가서 구경하면서 차를 마신적은 있지만요.
세운상가가 김수근 작품이라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사진 보면서 다시금 아 맞다...싶었습니다.
저 멋진 기계도 머잖아 사라지겠다고 생각하니 애석합니다.
의외로 저 기념관이 동대문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사실 종로 2가에,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죠. 크진 않지만 한번쯤 꼭 들러 배워야 할 곳이죠. 이런 곳에 지원금을 줄인다는 상황이 개탄스럽습니다.
대한극장 앞은 아크릴 가게가 많아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들이 많이 났었죠. 많이 없어졌더라구요. 단성사나 그 뒤켠은 그나마 익선동이 각광이라 아재들반 애들반이더라구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무고하지 않은 희생양들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ㅎㅎ
추억이 많아 이번엔 동경우동으로 갔습니다 ㅎㅎ
솔직히 인터넷으로 사는게 낫긴한데
가끔 마실간다는 생각으로 들러보곤 했는데
몇년만에 들러보니 예지동쪽은 드디어 싹 밀어버렸더라고요
거기 고층 빌딩이 들어오는건 매력적이진 않는거같아요
청계천쪽 재개발한 고층 빌딩을 보니
색이 없는 그냥 도시빌딩숲 이더라고요
워낙 낡아버린 구역이라 언젠가는 바뀌겠거니 싶었지만, 좀 더 도시색을 살렸으면 좋았겠다 싶긴 합니다.
90년대에 워크맨을 사러 자주 갔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세아극장은 정말 말로만 들었던 것 같아요 ㄷㄷ
세운상가 옆 아세아극장 블럭은 죄다 밀었어요
제가 간날 아세아극장 건물을 부수고 있었어요…
콘덴서,저항 사러 단던 곳인데…
@용이형님
구글링해서 외관을 보니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저는 극장이었을 때는 한번도 못 가보고 나중에 상가로 바뀌었을 때 한두번 갔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디지털에 조금 더 가까워서 광도 상가쪽 어딘가 2층에 있던 석영 브라이스톤에 자주 갔었네요.
마치 주름살처럼 아주 인이 박힌 느낌이 있죠. 그것은 거기에 있어야만 한다는 듯.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럼 아마 저보다는 형님이시겠네요 ㅎㅎ 또, 어쩌면 댁의 약국에 들렀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경우동은 여전히 바쁘고 눈치껏 먹어야 하는 것은 변함 없더군요. 요즘은 온센이라는 체인이 잘 나가던데, 맛은 온센이 낫지만 어쩐지 그리운 것은 동경 우동이었습니다.
의외로 종로에 일터를 가지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사대문 안에서 일한다는게 의외로 쉽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