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설치미술쪽 일 할때
저는 설치작가의
하나뿐인 어시스턴트였고
작품 디테일풀기부터 제작,
현장설치 자체도 제가 다 했던
인생하드코어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건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언제나 작품설치 일정은 촉박하게 돌아가는데
그 전시도 그랬습니다.
현장에서 렌탈이라 불리는 기계가 있는데
그 기계에 하루종일 올라가있어야 했고
주말까지 밤을 샌것도 몇일이나 되고
절단기 해머드릴 같은거 붙들고있는것도
예삿일이고..무거운 짐 양중하고
와이어로 천장 기어들어가서 구조물 매달고
노가다도 그런 노가다가 없는데
현장에서 디테일까지 풀면서 하다보니
돌아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제가 혼자선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꾼이 정말 꼭 필요해서
작가에게 상의후 제 재량으로
일용직사무실에서 젊은 분을 좀
써야겠다 보고해서 인력시장 통해서
한 명이 제 보조로 왔습니다.
저보다 한 3~4살 쯤 많은 분이었는데
제 지시대로 일을 참 잘 도와줘서
기적처럼 오픈날 새벽까지 해서
딱 설치를 마쳤어요. 그 2주간
둘이서 힘든일을 같이하니
정도 좀 쌓이고 같이 먹은 밥만
40끼니도 넘겠네요.
그렇게 으쌰으쌰 일을 잘 마무리했어요.
그 분은 공사현장같은곳만 다니다가
갤러리에서 이런일을 처음하다보니
저한테나 이게 지옥같은 환경이지
그 분한테는 평소에 일하는 삭막하고
훨씬 빡새게 일하는 공사장보다
일이 많이편하고 재밌다고 좋아하더군요.
저랑 관계를 유지하면 계속
불러줄거라 생각한것같아요.
전시설치를 마무리하고 뒷풀이겸
둘이서 한 잔 했을때도
자기 조카얘기 하면서 사진도 보여주고
기분좋게 먹고 마시고
딱 1차만 깔끔하게 했는데
그 분이 고맙다고 형이
산다며 굳이 사셨습니다.
2주간 정말 오래붙어있어서
이야기도 많이하고 친해졌거든요.
그리고 몇 일 뒤에 갤러리에 보수할게 생겨서
다시 만났는데, 그때 제가 작가의
갑질에 도저히 더는 못해먹겠어서
저는 곧 회사를 그만두려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 이후에 평일에
그 분이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자기가 어디 지방현장을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비도 밥값도 하나도 없다고
10만원만 좀 바로 보내줄수있냐더군요
쎄했지만 피싱같은게 아니고
그 형인거 확인하고선 보내줬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돈은 못받았습니다.
간을 좀 본것도 아니고
그냥 그 날 이후로 카톡 저 차단박고
문자 전화 차단박고 잠수타더라구요ㅋㅋ
나는 나름대로 참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고작 10만원짜리
인연이었다니 많이 씁쓸했지만
그건 돈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안돌려줄것 같았는데 준거였고…
일할때 만큼은 진짜 잘 따라주고 고마웠던
사람이라 그거 생각하면 돈 좀 얹어줬다
생각하면 돈 자체가 아깝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그 사람을 좋은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돈 얘기 꺼냈을때 이미 아닌거 알면서도
한 번 믿어보려 노력했던
그 사실이 제가 좀 씁쓸했고.
나랑 관계를 유지하는것보다
10만원이 더 가치있구나 하는것에
좀 많이 허무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는 그 사람도
인간적으로 참 불쌍했습니다.
아마도 저한테 계속 일 불러달라는
투자개념으로 사준 술값이
제가 퇴사할거라 하니
아까웠던 모양이었나보다
그 생각이 나중에 들더라구요.
생판 모를 남인데 2주 같이 지냈다고
어설픈 정을 붙이고 좋은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런 타인에 대한 순수했던 믿음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나 깨달았구요
10만원이면 이런 수업료로는 정말 쌌죠.
아주 젊었던 시절 이야기네요. ㅋㅋ
대문에 걸려있던
토사구팽 지인이야기 보다가
갑자기 옛날생각이나서 그냥 써봤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지요.
사람향기네요.
yo /윤석열탄핵
그런 사람을 일찍 손절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아닐까. 하지만 기분은 엄청 더러우셨을거같아요.. ㅠㅠ
생각보다 사회에 다양한의미에서 거지들이 많더라구요
뭐 그래야 돈버는건지...
저는 이제 굳이 사람을 믿으려하지않고 선의로 도움줄때는 돌아오는 것이 전혀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만 합니다
관계는 실체가 존재하고 10만원이 아니라 1000원어치라 할지라도 일단 나에게 득이고 현명한거지민, 어설픈 정은 그냥 자기 자신이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일 뿐입니다.
물론 살면서 조금 더 사람들을 겪다보면 금방 고쳐질거니 걱정 안하셔도 되긴 하겠네요. 이렇게 글을 쓰셨으니 이미 고치신 걸수도 있겠구요.
당장 작년에도 하나 있었네요.. 그냥 그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살랩니다. 다 내가 감내 할 수 있으면 그냥 하고 뒷통수 맞음에 화가나고 못견디겠으면 이 성정을 바꿔야죠.
진짜 10원도 손해 안보려고 하고
그렇게 절대 손해 안보고 본인이 다 챙긴걸 사회생활 잘하는거라 생각하더라구요
본인만 챙기면서도 항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
평판은 대체로 비슷하게 나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