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미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도 한마디 보태보면
1. 원작자에 대한 예의도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각본가
최종화에서 (그나마 이성민의 카리스마로 얄팍하게 유지되던) 각종 서사와 개연성이
한방에 날아갔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구요.
덤으로 원작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어떻게든 원작보다 나은 결말로 내가 인정받겠어라는
느낌이 사실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음이 원작자의 차기작을 통해서도 드러나 버렸죠.
심지어 연출도 엄청나게 안이합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를 복선으로 깔아둔 건 좋아요. 근데 트럭을 두 번이나?
참고로 작가가 주장하고 싶었던 복선의 좋은 예가 영화 데스티네이션입니다.
어차피 죽기는 죽죠. 근데 놀이동산에서 안 죽었다고 또 놀이동산에 보내면 그게 이야기가
되나요? 그럴 바에야 같은 장면 계속 재방송만 하면 되죠.
뭐 원작자든 각본가든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열망은 있을테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는 있죠. 그런데 제가 진짜 불편한 점은 주인공 윤현우입니다.
2. 진짜 소시오패스는 윤현우
드라마를 보면서 대체 어느 지점이 불편하고 이상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제일
불편한 캐릭터가 바로 윤현우더라고요.
일주일 간의 꿈이었든 어쨌든 간에 윤현우는 (아무리 40살의 정신을 가지고 갔더라도)
초등학교떄부터 무려 17년이나 진도준으로 살아간 거잖아요?
근데 병실에서 눈을 뜨고 자신이 윤현우임을 자각하자마자 너무나 쉽게 진도준을 잊어버립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진도준과 '분리'됩니다.
마치 17년 간 살아온 세월이 한 달 동안 재미있게 시청한 드라마나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윤현우로 돌아온 윤현우는 '자신이었던' 진도준을 죽였던 순양가 사람들에 대한 분노도
그렇다고 '자신이 죽였던' 진도준에 대한 죄책감도 딱히 없습니다.
아 죄책감이 있기는 있는데 그냥 거울 보고 세수 한 번 하면 씻겨지는 딱 그 정도의 죄책감이죠.
자신 때문에 죽은 사람은 기억도 안 나지만 어쨌든 2G폰으로 음성녹음은 남겼고 20년 전에
숨긴 USB가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는 개연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요.
그가 하는 참회의 결과는 어떤가요? 진양철 회장과 나눴던 그 거창한 '꿈'은 꼴랑 순양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는 걸로 끝났네요. 한 2~3년 정도 지나면 다들 돌아오지 않을까요?
게다가 본인은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의 정직원으로 아주 잘 나가는군요.
그리고 제일 불편한 점은 서민영 검사와의 로맨스인데요.
이미 진도준과는 분리된 지 오래고 그냥 꿈꾼 것 밖에 없는 주제에 서민영 검사를 꼬시려고
하네요? 이거 완전 NTR 아닙니까?
최소한 진도준인지 윤현우인지 정체성 혼란이라도 겪거나 진도준 죽음에 지분이라도 없으면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때문에 죽은 사람 여친을 죽은 사람 기억을 가지고 사귀겠다구요?
님 진짜 소시오패스세요?
사실 저는 원작 다 보지는 않았고 앞 부분만 좀 읽다가 말았는데 드라마를 원작대로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압니다. 그래도 각본가 본인의 욕망이 작품을 망치면 그만큼 욕 먹는 것도
어쩔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