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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부모님이 너무너무 싫을때... 연을 끊고 싶을때...txt 9

3
2022-10-13 15:52:46 125.♡.95.122
카브리노

부모님 뿐 만 아니라 와이프, 자식.. 좀더 확대하면 딱 형제나 손주까지, 법적으로 직계 존속까지 해당되는데

저는 우선 부모님을 한정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우 개인적인 철학과 사유의 결과를 담았으므로 양해를 구하며 씁니다)


1.나를 이 땅에 있게 해주신 (낳아주신)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

 저 같은 경우, 저도 이제 나이가 50이 넘었고, 살만큼 살았고 자식이 아니라 부모로서도 20년을 훨씬 넘게 살아왔습니다.

저는 저의 딸들이 저에게 가끔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오히려 딸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아니다, 아빠가 오히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사실 크게 잘 살지도 못하는 가정에서 랜덤으로 태어난게 내 자식들이고 아빠만 봐도 뭐 그리 훌륭하지도 못한데 자식들이 가끔 그런 말을 할 때면 매우 부끄럽고 들어야 할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앞서네요. 그냥 상투적인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민감해 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게 (민감히 반응하는 걸 자제하는 게...) 잘 안됩니다.


애들을 그리 부족하게 키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험난한 자본주의 세상에 재벌2세나 3세가 아닌 범부의 자식으로 덩그러니 낳아 놓은 자체가 매우 미안하고 안스럽습니다. 자식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말...

사실 고리타분한 주입식 세뇌 같습니다. 

오히려 '낳아서 미안하다.'  '그래서 아빠가 힘 닿는한 잘 키워줄께... 아무쪼록 너희들도 이왕 태어났으니 스스로 잘 자라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게 저의 생각이고 평소에 자식들에게 하는 말인데, 처음엔 애들이 기괴(?)하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이해합니다.


3.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어찌보면 저의 의견은 일종의 방어막 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잘못할 수 있고 자식들에게 노출되면 쪽팔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타개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부모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저역시 '부모님은 너를 낳아 주신 존재이니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이다..' 라는 주입식 세뇌를 받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덜떨어져서 그런지 부모님에게 약간의 도덕적 결함이라도 보이면 크게 실망하게 되더군요.


누구나 가산을 탕진할 수 있고, 실직, 누구나 이혼, 부모 형제간의 불화, 사회적 파행 등등을 겪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부모라면... 오히려 자식의 충격과 믿음의 가치가 무너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제가 말씀드린 방어막 정도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4. 그래서인지 저희 딸들은 저를 그냥 그런 놈으로 보는것 같습니다ㅋㅋㅠㅠ;;

그래서 아주 편하고 딸들도 자신들이 어쩌다 아빠의 자식들이 되었고, 아빠 역시 어쩌다 부모가 되었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어쩔땐 오히려 저를 동정하는데... 이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아빠를 그냥 곁에있는 사람, 이웃으로 보는 시선에 너무 흡족합니다.

아빠가 병에 걸리거나 죽으면 슬퍼하겠지만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은 큰 슬픔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어려워 저도 그냥 이웃이 어려워지면 돕듯이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5. 문제는 '나' 자신...

그러다가 문득 저는 저의 여식들을 그렇게 가르치고 키웠지만...

저는 변한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부끄럽고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부모님이 거룩한(?) 존재이고 믿음이 흔들림없이 지속되어야 할 신성한 존재로 여기고...  그것들이 가끔 금이 갈때마다 크게 실망하고 분개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얍삽한 저는 어릴적 부터 우리 부모님께 '부모님은 너를 낳아주신 고마운 존재다' 라는 주입식 세뇌를 받아 그런거다...하고 저 자신과 타협하고 있긴 하지만요...ㅎㅎ;;


6. 부모님이 싫어질 때, 부모님에게 진짜로 정나미 떨어질때는 이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 부모님이 나 어릴적 나에게 잘해 주셨을 때를 상상함, 그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를 상상함 -->그저 그렇다면 중증, 생각만 해도 눈물이 콸콸 쏟아진다면 아무 문제 없음.

 - 위의 상황을 상상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 때 --> 이럴때는 진짜 중증입니다.


7. 결론 : 내가 인생을 살아가며 눈을 감을때 까지 무조건 헌신해야 할 대상을 한정하자. 

저 같은 경우 직계존속으로 한정했는데 피붙이가 한없이 미워질 때... 의외로 효과가 큽니다. 

저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와이프 조차도(?) 내편을 드는 삐진 여동생에게 기프티콘을 보내고 화해를 요청하여 지금은 관계가 좋아졌고, 가끔 사악해 보이는 자식새X들도ㅋㅋ 그냥 어루만져 줍니다.


혼자서 조용히 부끄럽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같은 아들을 낳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혼자만 하는 생각..;;)

부모님 돌아가실 때 까지 진짜로 헌신하고 잘해드릴 다짐을 클리앙 여러분 앞에 확약 합니다.^^


PS : 무조건 헌신한다는 대상에 당연히 와이프도 들어가는데, 이게 이혼방지 효과도 클 뿐 더러 부부금실 유지보수에도 상당히 효과적 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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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리노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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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9]
wakatan
IP 118.♡.7.188
10-13 2022-10-13 15:55:04 / 수정일: 2022-10-13 15:57:03
·
맞습니다.
번식은 그저 본능일 뿐이죠
고귀한것도 무엇도 아닌
카브리노
IP 125.♡.95.122
10-13 2022-10-13 16:01:00
·
@wakatan님 앗! 저는 주저리 주저리 써놧는데ㅋㅋ;; 딱 짧게 요약해 주셨습니다^^
나무공원
IP 106.♡.72.158
10-13 2022-10-13 15:59:23 / 수정일: 2022-10-13 16:00:41
·
정상 범주에서 싫을 때 이야기라,
정신병 수준의 정말 싸이코같은 부모를 만났을 때는 이야기가 또 달라지죠.
저희 어머니가 그랬어요. 조현병이 있었는데, 왜 조현병 가족들이 결국 와해되는지 저는 절실히 통감합니다.
결국 연을 끊었고, 그 덕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내 와이프, 내 자식까지 희생해서 케어해 줄 자신이 없으면 결국은 이런 상황에선 연을 끊는게 맞더라구요.
카브리노
IP 125.♡.95.122
10-13 2022-10-13 16:02:31
·
@나무공원님 그런 정신적 질환(치매 포함)은 사실 제 글의 내용에서 빠져있습니다. 그런 문제에 관해서도 좀 생각해 봐야겠네요. 의견 존중합니다.
밥스뚜끼
IP 202.♡.109.108
10-13 2022-10-13 16:03:34 / 수정일: 2022-10-13 16:22:16
·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저도 첫 아이 태어났을때 정말 정말 정말 행복하다라는 감정과 요녀석 이 세상을 어케 살아가나 하는 미안함이 교차하더라고요. 그 감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ㅠㅠ 저 살때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더 어려운 세상 살아갈 것임은 분명한거 같아요. 죽기전까지 열심히 벌어놓는 수밖에요...
카브리노
IP 125.♡.95.122
10-13 2022-10-13 16:08:05
·
@찬란하게님 ㅎㅎ반갑네요. 첫아이 태어났을때 제가 말을 거니까 저를 쳐다보는데 처음 눈빛이 마주치며 든 생각이 바로 말씀하신 생각입니다...
달꿈유메
IP 106.♡.64.237
10-13 2022-10-13 16:14:48
·
제 가족도 그닥 저를 존중하지 않았고 (오죽하면 면전에서 존재 부정 발언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그런 건에 사과 안 하더랍니다, 부모는.),
주변에는 어릴 때부터 가스라이팅 해가며 애 뭐 할 때마다 기죽이다 이젠 성인 됐으니까 돈 벌어다 바치란 소리 듣는 사람을 보고 느낍니다...

부모란 그저 어쩌다 생긴 관계와 그로 인한 의존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에게 정말 한없이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고...
그 부모가 미숙하기만하다면 언젠가 이해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대놓고 쓰레기 같은 마인드를 가져도 대항할 수단이 전무한게 문제겠네요...
개인적으로 정상 가정이나 부모에 대한 존중 같은걸 볼 때마다 여전히 약간의 씁쓸함이 도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카브리노
IP 125.♡.95.122
10-13 2022-10-13 16:25:40
·
@달꿈유메님 그래서 요즘 세상엔 부모관이 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과 저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본겁니다. 솔직하지 못해 일일이 다 쓰긴 뭐하지만 저 역시 요즘 부모님께 적잖이 실망 많이 했고 이게 부모님이 나이가 들수록 더해갑니다... 저도 이러다간 어쩔지 몰라서ㅋㅋ;; 다짐하며 쓴 글이기도 합니다. 님이나 저나 우리 부모님들 문제.. 잘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삭제 되었습니다.
카브리노
IP 125.♡.95.122
10-13 2022-10-13 16:50:41
·
@신나는노라조님 떨치셨다는 말이..부모님과 절교를 하셨다는 말씀이신지, 보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떨치셨다는 건지 모르겠으나..어쨌거나 잘 극복되셔서 다행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상처받지 않고 후회남지 않게 살기 위한 방편일 뿐 입니다. 사람은 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 입니다. 저 같은 경우 저렇게 살게되면 그냥 저의 능력 한도에서 베풀고 케어하는게 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질척한 느낌도 들지 않고 심플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육체적 고됨 그리고 적지 않은 금전적인 부분.. 까지도 제 마음 속에 별다른 앙금, 후회없이 부모님을 위해 진행될 다짐과 약속을 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라 부분 부분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다짐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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