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조업체에서 품질검사직을 맡고 있는 40대 아재입니다.
검사 해야할 샘플은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검사 끝낸 수량은 그걸 전혀 못따라가는 눈앞이 캄캄하던 와중...
신입이 들어왔습니다.
젊고 예의바른 친구더군요. 반갑지요.
근데...일을 너무 못합니다.
저랑 다른 직원들은 땀 뻘뻘 흘리며 머슴처럼 일하는데 혼자 선비처럼, 양반처럼 우아하게 느긋하게 일하더군요.
단순업무 맡겨놓고 외근다녀오면 여전히 붙잡고 있습니다.
속이 터집니다. 오히려 없는게 도움이 될 지경. 같이 일하는 직원도 답답해합니다. 근데 애는 착해요.
어쩝니까? 같이 가야죠. 여러번 지적하고 주의를 줬습니다.
결국 석달만에 본인이 팀에 도움이 안된다는걸 깨달았는지 퇴사하더군요. 그래도 붙잡았습니다. 설득이 소용없었습니다.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하고 나가더군요.
반년이 흘러 난데없이 상급자로부터 문책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인사팀에서 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는군요. 근무할때 부당한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를 물었답니다.
그 젊고 예의바르던 친구는 저를 아주 대차게 씹어댔더군요.
잔업, 특근을 강제하였고 갈굼이 심했으며, 심지어 부모까지 들먹여서 욕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양쪽말 들어봐야 한다는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참 무섭네요. 그렇게 예의바르던 친구였는데 사실은 가면을 쓴거였고 속으로는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군요.
인사팀에서는 가해(?)당사자라는 저에게 일절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그저 우리팀 상급자에게만 통보해버리네요
사기가 팍 꺾이네요. 문책당하는 와중 억울해서 상급자랑 언성높이고 싸우다가
다시 마음 추스려봅니다. 휴...
그 퇴사한 예의바른(척했던) 친구보다
인사팀의 행태에 더욱 화가 나네요.
그러면 안된다고 타이르고 충고까지 해줬습니다.
그럴리가요.
진짜 하셨군요
글 말미에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썼습니다만...
고생하십니다
무슨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만,
인사팀에서는 제게 소명기회따위는 주지 않네요.
신고가 수리되었다면 인사부는 일단 조사하고 내부 위원회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조사 단계에서 너무 흥분하거나 인사부 직원을 공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사부 직원들도 업무 절차에 따라서 조사하는거고 결론은 위원회 등에서 날거니까요.
신고는 아니고, 인사팀에서 퇴직자들에게 연락하여 설문한것입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질책뿐, 소명기회따윈 주지 않네요.
이대로라면 인사팀이 제일 이상한데요....
근데 이친구는 정체가 3번이었는데 4번인줄 알았네요.
보통 퇴사할때 굳이 인사팀에 알릴 정도면 거짓으로 지어내기가 힘든데요..
저는 선임자로서 정당하게 업무상 지시나 질책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모욕으로 느꼈을수도 있겠지요.
사람생각이 다 같을수는 없으니까요.
저 또한 부하직원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저도 바로 사과하거나 수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네 저도 부족한 사람이고, 잘못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다만 상급자와 논의해서 소명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인사팀에 정식으로 항의할 생각입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랑 다른 직원들은 땀 뻘뻘 흘리며 머슴처럼 일하는데 혼자 선비처럼, 양반처럼 우아하게 느긋하게 일하더군요.
단순업무 맡겨놓고 외근다녀오면 여전히 붙잡고 있습니다.
속이 터집니다. 오히려 없는게 도움이 될 지경."
이라고 평소에 생각하셨다면, 그 젊은 친구도 똑같이 생각했을겁니다.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에요. 가면을 써도 드러날수 밖에 없죠.
예. 잘 알겠습니다.
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