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기후위기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유럽과 북미, 중국의 가뭄과 폭염. 매일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죠. 양쯔강, 라인강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강들, 미서부 콜로라도강이 말라붙은 사진을 보면 정말 두렵습니다.
큰 강들이 이정도면 지류는 더할겁니다. 중국은 66개의 강이 말라붙었다고 합니다. 유럽도, 미국도 비슷하겠죠. 특히 미서부는 1200년만의 가뭄이라 하더군요. 빙하도 심각합니다. 알프스 빙하가 녹는 속도는 빙하학자도 예측하지 못했다고하죠.
제주도도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올해 비가 정말 너무 안왔습니다. 4567월 통틀어 열흘도 안왔습니다. 와도 너무 적게오고요. 한여름에 마당 잔디와 나무들에게 물을 준다는게 작년만해도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어요. 실제로 몇년을 버틴 관목 하나도 말라 죽었습니다. 낙동강 녹조가 올해 유난히 심한것도 남부지방 가뭄이 거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수해는더 말할것도 없습니다.
사실 상황은 심각하다고 봅니다. 기후위기 관련 글이 올라올때마다 틈틈히 잡스럽게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풀었는데, 그나마 이성적인 토론이 가능한 클리앙에서조차도 현실 인식이 너무 안되어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냉소 가득한 비관론도 지양해야겠지만, 터무니없는 낙관론도 지켜보기 힘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보는 시야를 공유해보고 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간단하게 그래프를 몇개 보여드리고 싶네요.
어렵지 않습니다. 구글에 climate crisis graph 라고 검색하면 여기저기 뜹니다. 대충 다 비슷한거 보여줍니다.
첫번째 그래프를 볼까요?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실린 그래프입니다. 2019년까지 표기된 거니 코로나는 아직 적용 안된그래프입니다.
그냥 딱 봐도 느낌이 옵니다.
2000년 이후, 중국의 CO2 배출량이 그야말로 폭증합니다. 1990년대 이후 감소하는 유럽과 미국의 배출량을 중국이 전부 흡수한뒤 뻥튀기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아태, 인도, 중동, 남미의 배출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도는 급부상하는 배출원이죠.
그럼 중국이 원흉인가요? 그럴리가요.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미국 유럽에서도 소비합니다. 만든놈이 문젤까요? 쓴놈이문제일까요? 참고로 옛날엔 만든놈한테 몰빵시키다가, 최근의 추세는 쓰기위해 만들라고 시킨놈한테 책임을 묻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놈이 그놈인거 같긴한데요.
참고로 산업혁명 이후 1975년에 이르기까지 북미와 유럽이 거의 모든 탄소를 배출했습니다. 1975년-2000년 사이에유럽은 뭐 거의 마왕급이네요. 누구에게 기후위기의 원초적인 책임이 있는가? 따지면 이 둘이 원죄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죠.
아무튼 토탈 배출량은 계속 증가합니다. 2019년까지 얄짤없이요.
그럼 중간중간에 배출량이 꺾이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코로나로 많이 감소 했다던데?! 2019년 이후는?
두번째 그래프를 봅시다.
출처는 한겨레 기삽니다.
보니까 꺾일만한 곳에서 꺾였습니다. 근데 재밌는건 교토의정서 채택이나 파리기후협약은 추세를 꺾지도 못했습니다. 오로지 전세계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는 경우에만 꺾였습니다. 꺾인 정도를 보면, 코로나 락다운이 얼마나 강력한 경제적 타격이었는지 알수 있지요.
그러니까, 위기다 모여라 협약하자 어쩌고 하는게 인류의 욕망을 억누르는데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협약엔 더구나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지금도 탄소는 "각자 줄이자" 가 대원칙입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중국과 미국의 담판이 틀어지면서 지금껏 변한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기후위기로 촉발된 코로나 펜데믹 이후 세계는 달라졌을까요??
자 그럼 세번째 그래프를 봅시다.
네이처 논문에 나온 겁니다.
코로나로 CO2 배출량이 5.7% 쯤 꺾였습니다. (좌상단 박스) 2019-2020년 사이에 말이죠. 근데 2020-2021년 4.8% 증가하며 추세를 회복합니다. 재밌는건 2018-2019년 증가는 1.2% 입니다. 한마디로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걸 회복하기 위해 엄청나게 탄소를 배출했다 이거죠. 3~4년치를 1년만에 배출합니다. 그래도 0.9% 떨어졌으니 의미있는 걸까요?
그럼 2022년 전망은 어떨까요?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는 최근 발표한 ‘2022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연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202021143001
"지난 6개월간 세계는 기후위기 해결 노력에서 크게 뒷걸음쳤다. 러시아는 206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입장과 약속을 뒤집은 뒤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화석연료 접근에 대한 공황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3월 대선에서 그린뉴딜정부를 끝내고,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지닌 새 대통령을뽑았다. "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더욱 우려스럽다.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5월에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1ppm으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5569.html
그다지 밝지 않군요. 특히 아래 기사는 무려 어제자 기사입니다.
세번째 그래프를 보면, 2022년 이후에는 우리가 2050년까지 1.5도 상승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매년 탄소 8% 감축을 해야합니다. (녹색 점선) 좀더 나이브하게, 2도로 막고 살아보자 해도 4% 입니다. (보라색 점선)
2030년까지 2도 억제 후 다시 1.5도로 떨어뜨리는 전략도 있긴합니다만, 그것도 현상 유지하거나 매년 1-2% 감축을해야합니다. 이것도 2030년 이후엔 8% 수준의 감소율을 실현해야합니다. 2도까지 올린후에 다시 1.5도로 낮추는게 가능은 한일인지는 둘째치고요.
그렇지 않고 지금수준으로 배출하게되면 2028년경에 1.5도 저지선이 뚫립니다. 그리고 2045년 경에 2도 저지선도 뚫립니다. "지금수준"입니다. 매년 증가하면 더 빠르게 뚫립니다.
매년입니다. 매년.
매년 미국 유럽 중국이 코로나 최대 유행기에 준하는 락다운보다 더 강력한 억제책을 써야만 합니다. 조치가 늦어질수록, 일년일년 억제해야 하는 탄소배출량은 더 커집니다.
저는 잘 상상이 안가요. 이게 코로나 처럼 극단적인 락다운 없이도, 인류의 모든 영역에서 일정 부분씩 줄여나가서 매년 8% 씩 감축이 가능할지 말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극우화하는 세계정치 속에 정말 가능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누군가 달리다 뒤쳐지면 밟고 지나갈지언정 우리 다 같이 느리게 뒤로 달리자는게 현재 가능한 일입니까?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일입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단가가 석탄발전단가보다 낮아지는 것도 분명 고무적인 일이죠.
그런데 불과 얼마전 통과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을 보면, 4300억 달러 예산 중 3690억 달러가 기후변화 대응 예산입니다. 물론 초기 설정 예산보다 1/10 만큼 깎인겁니다.
더 웃긴게 이 법안에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지으려면 매년 최대 6천만 에이커의 공공수역을 화석발전을 위해 제공해야 하며, 현재 받고 있는 화석연료 보조금 150억달러 이외에 향후 10년간 수십억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합니다. 즉, "태양광 발전 더 늘리고 싶으면, 그만큼 화석연료도 태워!" 라는 거지요. 그런데 이 법안조차 50:51로 간신히 통과되었습니다. (이송희일 페북 발췌)
이게 현실입니다. 세계의 기득권은 아직 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 같은거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미국이 안하는데 중국은 해야합니까? 시진핑 3기 신임이 곧 다가오는데 말이죠. 미국이 하는 만큼만 중국도 할겁니다.
급격한 경제 구조 변화는 기득권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는 신흥 세력의 등장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이들을 견제하면서자신들의 자산이 저탄소 경제체제에 맞게 변경될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겠다는 거지요. 근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대충 2030년 까지는 그래도 사람같이 살수는 있을것 같은데, 이후엔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식량난, 끝나지 않는 펜데믹, 주거영토 감소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어 전쟁이 패시브인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물론 이 사태를 막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훌륭한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뿐이지요. 결국 인간의지나친 욕망이 근본 원인이니까요.
이쯤되면 희망따윈 없는것 같습니다만, 일단 상황부터 주의깊게 보아야겠지요. 인생지사 새옹지마이기도 하고요.
제가 다 맞는 말만 한건 아닐겁니다. 특히 극복 노력에 대한 잠재력이라든지, 앞으로 10년 내에 이루어질 대전환에 대한이야기라든지 알고 계신분들 가감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듯 싶습니다. 궁금한게 있으신 분들은 아는 내에선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근데 저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 알지 못하니 셀프 구글링이 더 나을수 있습니다.
Ps. 위에 그래프들 다 못믿겠다 하시는 분들은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국가간 협의체 (IPCC) 홈피 가셔서 워킹 그룹 3 보고서 다운받아 보시면 됩니다. 누구나 쉽게 다운 가능합니다. 여기가 그래도 가장 공신력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요. 나름 문제해결 방향 등도 잘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키는게 문제죠.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요약본 (SPM) 그림들만 보셔도 대충 감이 오실겁니다.
지구가 불타 죽는거라 생각해요.
너무나 이상적 입니다
인간에게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공산주의가 망했죠
현재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심은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모든 액션을 무력화 시킵니다. 사람은 모두가 망할지언정 본인의 욕심을 포기못하거든요. 이대로 가다가 망하는거죠. 그냥 과학자들의 예상이 틀려서 멸망이 늦게오기만을 바랄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술개발할때까지 인류가 멸종하지 않도록 노력하는거죠.
근데 저는 그냥 그것보단 단지 제 딸이 큰 고통 없이 살았으면 좋겠네요.
인류는 멸종하겠죠.
근데 그 멸종하는걸 내세대에서 보는건 피하겠다는 겁니다.
어쨋든 멸종시간을 보는게 지금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환경학자들이 2~30년안에 위기를 맞이한다고 하니 . 큰일입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놀랍습니다만, 배출의 절대량 자체가 너무 커서 과연 다 대체할수 있을까 싶더군요.
우리나라도 겪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피부에 안와닿아서 못느낄뿐이죠
강원도의 산불현장만 가봐도.... 이래서 되겠나 싶습니다.
매해 산불은 더 심하게 나고 있죠
IPCC도 이번 보고서야 나름 급진적이라고 해도 이전까진 너무 보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저 예측치들도 그래요... 전 더 빠르게 진행될거라 봅니다.
친환경 에너지가 현재 화석연료보다 싸지는 시점이 변곡점이 될 거라 보는데...
화석연류 고갈로 화석연료가 비싸지던가,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서 친환경 에너지가 현재 화석연료보다 더 싸지던지...
여하간, 오래 걸리겠죠
전쟁도 안 끝날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마 인류는 답을 찾지 못할겁니다.
영구동토층이 품고있던 탄소가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배출된다니까요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파산으로 죽는다고 했죠.
탄소문제도 마찬가지 진통을 겪을 거에요.
져죽을 지 파산할 지 선택하라고 할꺼에요.
100년동안 1.1도 상승했는데, 1.5도(0.4도 상승) 상승을 2025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상승 속도가 선형이 아니라 지수형입니다.
1.5도로 보면 보수적으로는 2028년, 예상보다 빠르면 2025-6년 정도에 도달하겠죠.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지요..
그게 더 싸거든요.
그렇게 온도만 낮춰서 버티다 핵융합 상용화 하면 인류는 계속 살아가는거고, 아님 망하겠쥬
핵융합이라... 우리나라가 그래도 나름 선도하는 분야인데.. 실사용까지는 멀고도 먼... ㅠㅜ 게다가 이야기 들어보면 만능에너지는 또 아니라더군요.
이미 그 영구동토층이 녹고있고 같이 있던 매탄도 같이 분출중이죠.. 끝났다고 봐야..
인구수 자체가 줄어들고 경제 규모도 줄어드는 게 정답일텐데
그게 이러다 정말 다 죽는다고 멸망이 현실적으로 체감이 되기 전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알고보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다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류의 절반을 없애는 일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까 갑자기 무서워지네요.
후보가 너무 많아요. ㅋㅋ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해서 지구 평균 온도를 1.2도 낮춰서 전세계적인 기근을 일으킨 전래가 있어서요....문제는 언제 그런 화산이 폭발해주며(인류가 확인한 화산폭발중에서 5위급이라고 하니...) 그정도 화산이 사망자는 얼마나 낼것인지
또 바다에 철분을 투여해서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던데...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확증을 못해서 쉽게 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본 적 있습니다...
바다 철분 투여는 처음 듣는군요. 넓디넓은 바다에... 말씀하신대로 쉽지 않아보입니다. ㅠㅜ
그런데 그 플랑크톤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그냥 바닥에 쌓이는지 아니면 분해되어 다시 탄소를 배출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