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운의 주인공, 잠수함 U-1206 의 함장 카를 아돌프 슐리트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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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든 잠수함들의 구조적인 문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잠수 중에 배설물을 바다에 버리려다가는 수압 때문에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옵니다. 그래서 배설물을 요강에 보관하거나, 배설물 탱크에 모아놨다가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서 버려야 했습니다. 잠수 기간의 한계, 냄새, 무게, 부피 어느 것도 손쉬운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독일 최신식 U보트에서는 최첨단 설비의 화장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볼일을 본 후 용변은 밀폐실로 보내지고 압축공기를 이용해 어뢰처럼 바다로 분출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굉장히 복잡했기 때문에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수병이 모든 잠수함에 따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945년 4월 14일, 유럽에서의 2차대전 종전 24일을 앞두고 U-1206 에서 사건이 터집니다.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U보트 전사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함장이 화장실 담당 수병을 산책 보내고 혼자서 볼일을 보았다. 그런데 일을 다 보고 나서야 처리의 복잡함을 깨닫고 화장실 전문 엔지니어를 호출했는데, 엔지니어가 상황을 잘못 판단해 그만 밸브를 반대로 돌렸다.
그 결과 용변과 함께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왔고 화장실 아래층에 있던 배터리가 침수되어 유독한 염소가스가 발생해 온 잠수함으로 퍼져나갔다. 잠수함은 어뢰등을 모두 발사해버리고 신속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바로 영국 순찰기에 발각되어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사망한다.
결국 함장은 잠수함 포기를 결정하고 모든 기밀자료를 파기한 후 밸브를 열어 잠수함을 침몰시키고 수병들과 함께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수병 3명이 익사하고 함장을 포함해 46명은 영국군에 체포당했다.'
한편 함장 슐리트 소령은 자신의 용변으로 인해 잠수함이 침몰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보고를 받았을 때 자신은 엔진룸에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기에 아직도 U-1206 화장실 역류의 진상은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U-1206 의 침몰 소식을 들은 영국 언론들은 이 사건을 기술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는데, 아직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비운의 당사자인 슐리트 소령은 3년 뒤인 1948년에야 영국에서 풀려났으며 이후 법률을 전공하고 지역 관리와 선출직 등을 거쳐 일간지 편집자로 활동하다 2009년 4월 7일에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