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간 나눈 카톡들을 몇번이고 곱씹어 읽어 보고
깊은 사유와 생각들을 거친 끝에,
저희가 헤어진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녀의 결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같은 글을 읽었어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충격과 슬픈 감정에 휩싸여 판단력이 지금보다 못 했던거 같아요.
앞서의 글을 읽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에 제가 겪은 상황처럼
맘에 안드는 말이나 행동들을 꾹 담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며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별하는,
그런 여자가 현실에 종종 있는 걸 알았습니다.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다가 유형별 심리는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친구는 그런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반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단아하게 예뻐서 어딜 가도 찬사를 받고 남자들이 관심을 갖지만
실제 성격은 내향적이라 친구도 거의 없이 대인관계가 매우 좁고,
책이나 읽으며 혼자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성격이라 서로를 이해 하고 보듬으며
처음부터 서로 매우 매우 깊이 사랑해 왔습니다.
매주말마다 만나서 새로운 경험들을 나누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집에서도 눈치를 채게 되어 어쩔수 없이 저에 대해 알리니 여자 측 부모님이 이별을 종용해
며칠간은 헤어졌었으나, 서로 너무 그립고 못 잊어서 결국 다시 손을 잡았었습니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꿋꿋이 미래를 준비해나가자고요.
부모님들께 등돌리지도 말고, 언젠가 인정받자고 말이예요
(그게 한달 전입니다)
이렇게, 결혼을 굳게 약속해 장기적인 플랜을 매우 현실적으로 세워가며
몰래 잠깐씩 만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의 감시는 더욱 심해져 어디 나갈 때마다 예민하게 체크 당했지요.
그러다가
수요일 밤에 날벼락 같은 이별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고,
저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며 괴롭게 시름시름 앓던 중에
지난 금요일 밤에 또 연락이 왔었습니다.
저를 보며 맘에 안들었던 말이나 행동들에 대해 제가 처음 알게 되고 나서
내가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카톡으로 일일히 설명한것에 대해
자신이 크게 잘못 생각했다고 하며 제게 사과는 하였습니다만
그것들은 다 곁가지였습니다.
진짜 헤어진 이유는 그게 아닌 걸 아는 것이,
'사랑의 곡선'에서 초반의 뜨거운 사랑의 시기가 지나고 지금은 '편안한 사랑'의 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위 따옴표는 그녀가 직접 말한 표현입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안보이던 안맞는 부분이 보이더라는거죠.
물론 그러한 부분들은 서로 이해와 노력으로 서로 개선되어 갈 수 있는 사소한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걸 제때 도저히 얘기하지 못하고
속에 쌓이고 쌓일 때까지, 이번처럼 극한까지 속에 담아 둬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표현을 제때 못하는 자신의 성격,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그걸 나에게 상처줘가며 하고 싶지는 않고,
결혼을 꿈꾸는 자신에게 있어서 여전히 제가 소중한 이라 그렇답니다.
자신은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대인관계가 더더욱 약하다고.....
(제가 여기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과거와 배경을 지니고 있어요.
그건 제가 알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성격 결함 부분은 이번에 이렇게 알았구요.)
몰래 만나는 것에 대한 거짓말과 눈치, 이러한 것들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여유가 없고 예민해져 까칠하게 굴거나 해서 관계가 본질적으로 완전히 파탄나는 등
우리 관계에 영향이 생길 거라고 생각이 든답니다.
지금은 아무에게도 연락하기 싫을 만큼 모든 것들이 지쳐있어
우선적으로 쉬고 싶고,
좋은 마음을 가져주면 시간이 지나,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고
현재는 좋은 마음으로 각자의 삶을 응원하며 행복을 빌며 인연을 멈추길 소망한대요.
마음이 편해지고 시간이 괜찮을 때 연락한답니다.
그녀의 삶을 응원해주며,
쉬라고 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쉬진 마라고..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거나 제가 싫증났다거나 하는 그런 따위가 아니라고 순수하게 믿고,
그녀를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하고 싶어하는 자기보호 본능이 있잖아요
지금으로선 그녀도 고통을 피하고 행복으로 가려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어떤 이는,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며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합니다.
저희 가족도 그런 얘길 합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다른' 누군갈 사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소설에서도 그러했 듯이
이별의 아픔이 자기 속에서 얼마 만큼의 고통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사람과의 인연이 어떻게든 또 닿아, 반하거나 호감이 쌓이거나 해서,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그녀는 서로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여지를 서로에게 부여하긴 했으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제 자신이 용서가 안되네요. 그러기가 싫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저는 이제 평생 혼자 살아 가고자 합니다.
연애를 시작하기에 앞서 썸 타던 어느 날 밤에,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당신에 대한 진심을 저는 평생동안 증명해 나가겠다고요.
(추후에 그때를 기점으로 사귄 날짜를 카운트 했어요)
저는 어쩌면 지금도 그 증명의 과정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써 보고 싶어요.
제 인생의 마지막 연인과의
너무 소중한 추억들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요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을 솔직하게 쓴 글에 대해
내가 왜 해명글(?)을 써야 하나 싶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그래도 가만히만 있으면 가만있는다고 또 뭐라 하는 분들이 계신거 같아서 추가로 댓글을 하나만 쓰겠습니다.
저는 최근 해당 단어의 조합을 최근들어 몇번이나 듣거나 보거나 해서 쓴 넋두리였을 뿐입니다.
개개인 유저분들의 저의 정치적 시각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형성되든 저는 알바 아니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많으실 분들에 대해 첨언 드리자면
저의 10년 가까운 활동기간동안의 대략적인 글들을 제목정도라도 보시면 종합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느꼈을 짜증을 어디 하소연할데가 마땅찮아 답답한 맘에 쓴글이 다수유저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만 하는 등 되려 소모적인 파급만 낳은 점에 대해선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당 글의 댓글란에 달아두었고,
판단은 각자가 하시길 바랍니다.
해당 글은 일부러 삭제하지 않고 두었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글에 찾아와서 이러시는 건 신기하지만 저 스스로도 참고토록 하겠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갈지 어떨지.
근데 지금의 의지는 그래요
결국은 얼마전에 다시 연락이 다시 왔고, 며칠간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다가 만나서 하루종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변화된 모습과 그리움과 진심을 확인하고 결론적으로는 재회 하게 되었습니다.
관련글은 나중에 따로 올려보겠습니다.
어떤 이별이 오더라도 재회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건,
내가 조급하거나 애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연락을 먼저 하지 말아야 하는거 같아요)
열심히 잘 살아가다가 연락이 오면 부담안주면서 따스하게 얘기 잘 들어주고 그렇게 맞아주는게 좋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