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에 라오어2의 테마와 엔딩에 대한 한 유저의 분석글이 올라왔는데,
의미있는 글 같아서 요약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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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은 최근에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임이 의도한 바를 잘 이해할 수 없었고,
그간의 비평들이 더 합리적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엔딩의 조엘 회상씬을 본 후, 게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조엘의 죽음이 스토리 상 의미가 있다면, 나는 그의 죽음에 큰 불만이 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그의 죽음은 엘리에게 복수에 대한 정당성만 주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처럼 느껴졌고,
복수와 관련된 흔한 액션영화들처럼 진부하게 느껴졌고, 크게 실망했다.
그동안 너티독이 보여준 깊이 있는 스토리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라오어2의 엔딩을 다음과 같이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엘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가득찬 엘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애비를 죽이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애비와 애비 자신이 지키려는 아이를 보면서 조엘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안에 있던 마지막 인류애를 지키고, 복수는 나쁘다는 것을 유저에게 느끼게끔 한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숱한 살인을 저지른 앨리가 마지막 순간에 조엘을...
분명히 나쁜짓을 많이 저지른 조엘을 생각하며 애비를 죽이지 않음으로서,
유저에게 복수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에 나는 동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엔딩의 마지막 조엘 회상씬 이후 게임에 대한 나의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
게임 초반부에 엘리가 디나에게, 엘리 자신은 오늘 조엘과 영화를 볼 계획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때문에 나는 엘리와 조엘의 사이가 이미 회복되었던 상황이라고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회상씬을 통해, 엘리와 조엘은 사건 전날에 겨우 다시 말을 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회상씬을 통해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복수가 아니라,
죄와 용서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가 애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조엘을 용서할 수 있을 때 용서하지 못한 바로 엘리 자신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고,
애비에 대한 연민 때문에 애비를 살려준 것이 아니라,
때를 놓쳐 조엘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 진정 자신을 화나게 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애비를 죽이지 않은게 아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복수에 관한 주제를 다룬 매체들에서 감동을 느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게 된,
언젠가는 끝나버릴 지금 이 순간들과 지금의 이 관계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다룬 매체들은 나를 감동시킬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