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2번남이었습니다.
능력이 없으면 가난한 게 당연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능력을 키우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조중동 칼럼이 육하원칙에 걸맞는 명문이라며 그거 베껴쓰고, 외우라고 배웠습니다.
구한말 재미도 없는국사를 구구절절 시간끄는 선생이 꼰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커서는.
집에 돈이 없어 학자금을 캐피탈에서 21%이자로 빌려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집에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야간이나 주간이나 임금이 똑같아도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평일, 토요일, 일요일 임금이 동일한 것도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주5일제를 하면 나라가 정말로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김대중이 빨갱이라고 해서 이회창을 찍었습니다.
아버지가 노무현이 빨갱이라고 해서 이회창을 찍었습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유행어를 읊조리며 끼리끼리 키득거렸습니다.
이명박이 사기꾼이라는 걸 알았지만, 정동영이 너무 싫어서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연장근무수당 이런 거 못 받고 살았습니다.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것인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나 하나 없다고 안 굴러가는 회사에서 일하며, 월화수목금금금 일했습니다. 언젠가 보답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사장은 아파트를 3채 지르니, 4채 지르니 하고 있는데, 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보며 1억 만들기도 못하며, 아, 난 부족한가 보다를 연발했습니다.
그러다 고의 부도를 내고 튄 사장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임금 체불당한 난 사장이 먹고 튄 회사 밥값, 기름값을 내 돈으로 내면서 깨달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네, 니 능력대로, 니 노력대로는 다 사기꾼들 사탕발림이었습니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공정하다고 착각하고, 소처럼 일해 개처럼 바치는 민중이 있어야 아무 노력 없이, 아무 능력 없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기꾼들이 만든 프레임이었습니다.
조중동 칼럼은 지금 읽어보면, 한문 섞어쓴 일베식 아가리 파이팅을 명문화한 것이고.
구한말 국사란 것은 사기꾼들이 거시기한 부분을 전부 잘라낸 절름발이 역사였습니다. 전 그것들을 배우며 내가 아는 세상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헌제 사회에서 쓴 맛을 보고 나니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2번남을 계도하려 들지 마십시오.
사회의 쓴 맛을 보아야 변합니다. 나이가 먹어도 부모님 뼛골 빨아먹으며 방구석 폐인짓이나 한다면 평생 달라지지 않습니다.
뼈가 부서져라 돈을 벌고, 그걸 부당하게 빼앗겨봐야 정신 차립니다. 평생 착취란 걸 당해보지 않았고, 사기란 걸 안 당해봤습니다. 그 호사스런 짓을 서른이 넘도록 하고 있다는 자체가 인간잉여란 뜻입니다.
왜 그런 멍청이들을 동정하십니까?
진보 정치인들이 열심히 만들어 준 혜택마저 보잘 것 없다고, 적다고 투덜거리고, 자기보다 불과 10살 남짓 많은 세대에게 꿀 빨았단 조롱이나 하는 그들은 한 번 당해봐야 변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것입니다. 어디 한 번 그 앞선 세대가 간신히 부정적 인식으로 돌려놓고, 제거하려면 월화수목금금금을 처절히 당해보라고 하십시오. 밑바닥 없는 임금에 당해보라고 하십시오.
이게다 노무현 문제인 탓이다 하는것들은 피부가 와닿아야지 자기들이 무슨 ㅂㅅ짓을 햇는지 알것같아요
적어도 자정작용이 되요.
그나저나 각성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