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의 대결에서 한쪽이 졌을 때 패자가 많은 걸 잃는 게 일반적입니다. 흔한 예로 소송에서, 사업에서, 도박에서 진다면 알거지를 면치 못합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쪽 진영에 서서 선거에 참여하여 패배한 경우는 다릅니다.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배신자, 날건달이 집권하였을 때, 민주당 정치인이나 민주당 쪽에서 정치하려는 지망생들이야 암울하겠지만 그런 일은 흔히 있어 온 일입니다. 일반 국민에게는 민주 진영 지지자이든, 보수 진영 지지자이든 열렬한 지지자였든, 아니었든 윤석열 정부의 도래로 인해 대한민국이 잘못 굴러간다면, 다 같이 피해를 봅니다. 나나 우리만 손해 보는 게 절대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도 계층이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따라 좀 더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재묭, 김범수, 방상훈 같은 0.0001%의 국민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할 겁니다. 또, 저 개인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대다수의 장삼이사의 유권자보다 제가 덜 손해를 보고, 어쩌면 좀더 이익을 볼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기에 저는 크게 슬퍼하지 않습니다.
저는 인간 사회가 이렇게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권력자, 기득권 세력에 의해 정부 형태나 사회 체제가 구성되고 그에 따라 인간 사회가 영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민초들의 고통에 극에 달했을 때 민란이 일어나고 인간 개개인에게 좀 더 유리한 체제로 변화합니다. 피를 흘려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것과 상통합니다. 그러나 또다시 기득권 세력에 영향받으며 인간 개개인의 삶이 곤궁해져갑니다. 이런 게 반복되는 것이 인간 사회의 본 모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권이 보수 진영으로 넘어간 것도 인간 사회에서 매우 흔한 흐름의 하나일 뿐입니다.
이런 말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클리앙 이용자분들 중에 제 스탠스를 의심하는 분이 계신 듯하여 말씀드립니다. 이재명 후보의 미흡한 선거 전략, TV토론에서 일반 국민에게 어필되지 못한 부분을 말한 이유는 그러한 사항들이 선거 캠프에 전달되고, 개선되기를 바라는 바람에서였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경합 열세 내지 박빙 열세인 상황에서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이 승리가 확정된 양 박장대소하는 언행을 보며,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열세이고 아주 분발하지 않으면 패배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을 전달하려 하였습니다.
또, 구글 빅데이터라는 사이비 과학까지 설쳐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자체는 하나의 학문으로서 인정하지만, 그것으로 대선의 득표율, 승리 전망을 예측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점쟁이 수준의 사이비 과학으로 봅니다. ) 구글 빅데이터로 이긴다는 글이 올라오면 그건 어쩌면 패배하는 쪽의 언어이고, 지표라고 인식합니다. 그걸 우려하는 글도 몇 꼭지 올렸습니다.
제 표현법이 직설적이고 세련되지 못하여서인지 제 의도와 달리 저애 대한 적대감만 키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제 의견이 선거 캠프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참고가 되었다면 이런저런 공격에 따른 아픔은 감내하고자 합니다.
확증 편향이란 게 있습니다. 민주, 진보 진영에 있으면서 딴지 게시판이나 클리앙에 죽치며, 진보 진영 오피니언 리더나 진보 유튜버들의 담론만 접하면, 이재명 후보가 이긴다는 정보, 첩보만 접하여 확신하게 되고, 패배할 수 있다는 정보, 첩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어떤 이용자가 이재명 후보나 민주, 진보 진영에 불리한 정보를 언급하면, 그것이 설사 객관적이고 유용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보 제공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배척합니다. 딴지에서 그런 글을 해우소로 보내고, 여기서는 신고 차단을 하여 삭제시켜려 하고, 민주당 갤러리에서는 운영자가 30일 차단 먹이고...
맹목적 지지자 집단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그들이 열렬한 밭갈이 부대이고, 선거 운동의 최전방 소총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정치 커뮤니티가 편협한 신념, 판단에 매몰되어 비이성적으로 나아간다면, 그 이용자들이 대중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대중과 논리로 싸우는 전사가 되기 어렵습니다. 전사기 되기는커녕, 소속한 진영의 커뮤니티에서 찌질한 완장질이나 하는 데 머무르기 십상입니다. 뭔가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 커뮤니티 운영자 내지 사업자가 고민할 사항입니다. 확증 편향을 가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정치 신념과 투쟁성이 강한 이용자 집단 만들기.
이용자 개개인이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반대의 정치 커뮤니티에도 많이 접속하고 논쟁해볼 것을 권합니다. 저도 그런 편입니다. 그렇게 상대 진영 커뮤니티에 오래 머무르면, 상대 진영 정치인, 국민이 민주, 진보 진영에 대해 어떻게 비판하고 어떻게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최소한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을 전부 구독 취소 하였습니다. 이 나라 정치가 좀 더 바르게 나아갔으면 하는 것, 우리 사회가 잘 되는 문제는 저보다 젊은 분들이 담당해야 할 과제로 보고, 그들에게 맡기고, 나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세계 테마 기행이나 즐겨 보고, 21세기 한국과 무관한 동서고금의 인문학 관련한 주제의 유튜브나 시청하며 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