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참 힘들었던 선거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초박빙의 결과까지 이어졌고, 새벽까지 마음을 졸이며 개표를 지켜봤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염원이 뜻대로 이뤄지진 않았으나 이번이 끝은 아니기에 실망만 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든게 끝난 것은 아니지만 선거가 끝으로 가고 있으니 이제 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은 이번 선거가 '부동산때문에 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부동산 때문에 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동산의 무엇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했을까요?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주택 가구, 그러니까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의 비중은 56.1%입니다. 최근에 1인 가구가 늘어나서 모수가 꽤 많이 늘어났는데도 여전히 이 비율이 55%를 웃돕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도 2명중에 한 명 이상은 주택을 가지고 있거나, 자가 가구에 거주하고 계시다는 뜻입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이나 재산의 가치가 올라가면 기분이 나쁠까요? 아닙니다. 기분 좋은 일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 가계에서 부동산은 언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가치는 올랐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그런데 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가릴 것 없이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고 이야기할까요?
이 의문을 풀어줄 설문 조사가 있습니다. 작년(2021년) 가을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조사한 부동산 인식 조사인데,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입니다. 무주택자는 당연히 싫다는 의견이 압도적(95.4%)였는데, 자산 가격이 올라서 수혜를 본 유주택자도 집값 상승이 싫다고 말한 사람이 무려 81.5%나 됐습니다.
저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가치는 올랐으나 있는 자와 없는 자 모두 패배자로 만든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값이 올라면 기분이 좋아야 정상이지만, 실제론 내 집값만 오른 건 아니니까 실제로는 어디론가 옮겨갈 수는 없습니다. 옮기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반대로 보유세 현실화라는 미명 하에 매년 내야할 세금 고지서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종부세는 실제론 1가구 중에서도 20%가 되지 않는 세대만 납부하는 세금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언제든 그 무거운 세금의 다음 타겟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그 세금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일처럼 생각하고 싫어했습니다.
그렇다고 최후의 수단으로 내 집을 내어놓고 더 열악한 환경으로 주택을 옮기려고 해도, 역시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함께 엄해진주택임대차 보호법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물론 집이 있는 사람은 무주택자보다야 상황이 낫지만, 결국 유주택자도 집값 상승으로 수혜를 본 것이 아니라 패배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내 집을 팔기도 어렵고, 팔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어렵고, 가지고 있자니 세금 부담은 매섭게 높아졌으며, 세를 주기도 힘들어졌으니까 그렇습니다.
특히나 '부동산 보유자도 패배자로 만든 정책'은 직장에서 퇴사했거나 자영업자 세대가 해당되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세대를 더 강력히 타격했습니다. 작년 6월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중에는 부동산 보유가 주가 되는 재산 부과 보험료의 비중이 무려 44.87%나 됩니다. 그런데 부동산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바람에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주택 재산세의 경우 연간 인상률에 상한선이라도 있지만, 건보료 인상에는 그런 상한선조차 없으니 체감되는 상승액은 더 커졌을 껍니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의심의 여지 없이 무주택자를 더 강하게 괴롭히고,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할 관료들은 무주택자를 두텁게 보호하지도 못했고 유주택자를 즐겁게 만들지도 못했습니다. 부동산 실패는 이런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뛰어야 합니다. 6월,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선거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무능한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고, 무능으로부터 국가를 지켜내야할 책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졌지만 잘 싸운 것만 기억하지 말고 왜 패배했는지 더 곱씹어서 다음 선거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웃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당에는 국민이 주어준 172석의 권한이 있습니다. 믿고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진짜 두렵습니다
부동산 문제가 아닌이상 180석 까지 확보했었는데 질 수가 없는선거죠.
의도는 좋았으나 말씀하신대로 결과가 무주택자, 유주택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봐요. 정책의도가 집값안정화 였는데 집값이 올라버렸으니 아무것도 안한것 보다 못했던거죠.
결국 정의, 대의, 미래 다 중요하지만 정권재창출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당선을 보는 느낌이고, 부동산 때문에 질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503때보단 내상이 덜하긴 하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