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간단히 쓸께요..
2번남이란 용어의 가치와 신박함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그 신박함에 어제 한나절은 즐거웠던것 같아요.
그래도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시겠지만...조금 첨언해보고 싶어서 씁니다.
''2번남"의 가치는 그 표현의 중립성에 있습니다. 딱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2번 후보 찍은 남자'라는 의미 외에 비하적 의미를 찾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이 굴레 갇히는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원인은, 그간 2번 후보의 선거전략이 '대혐오 갈라치기'의 결정체였기 때문입니다.
2번남과 1번남을 도식한 그림에서도 보듯... 소위 2번남(일베와 그 후신이죠..)들은 계층,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혐오적인 단어로 네이밍하고 낄낄거리는 것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이 정체성에 동승한 소위 '2번녀'(이들은 2번후보를 찍을지 모르겠네요..사실 메갈워마드죠)들의 남성들에 대한 혐오행위에 주류 여성계가 '미러링'이라며 우쭈쭈를 해주면서 우리 사회의 혐오는 걷잡을 수 없게 올라갔습니다. 평범한 젊은 남성들의 페미와 진보진영에 대한 극단적 거부는 여기에 기원한다고 봅니다.
이걸 부동산으로 개인의 욕망을 부추기고, 빨갱이라는 이념으로 노년층과 교계를 끌어오던 국힘등 기득권은 일베의 언어를 슬슬 정치에 들여오더니 지난 보궐을 거쳐 이번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세대간 남녀간 혐오정치를 '이대남'이라는 네이밍으로 공식화 했습니다.
2번남은 이에 대한 발칙한 카운터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번남에 혐오의 의미를 담는 순간, 우리는 집니다. 이번 선거가 아니라 대혐오의 시대에 집니다. 이번 선거에서 2번남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2번남 밈은 이미 시작되었고 유불리에 따라 돌릴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롱의 언어에 빠져드는 순간 결국 대 혐오의 시대는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도 상대를 잘 조롱한다고 해서 대선승리에 유리해질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2번남은 철저히 조심해서 사용되어야 합니다. 2번이 혐오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2번을 찍은 사실이 부끄러워진다...는 기본적인 의미에만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2번남을 자꾸 어떤 존재료 묘사하며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미소지니가 여혐으로 번역되어 남자들은 혐오행위를 하는 존재로 만들고, 아무데서나 맨스플레인을 외치며 타인의 입을 막는 일부 멍텅구리 같은 사람들처럼 되어선 안됩니다.
세상을 혐오와 조롱으로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2번남은 혐오와 조롱으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2번 세력의 본질을 느끼게 만드는 훌륭한 네이밍입니다. 괴물을 상대하며 괴물이 되어선 안되듯, 혐오에 대항하던 우리가 혐오와 조롱의 늪에 빠져들고 있지 않는지 자나깨나 조심해야 합니다.
세상을 이끄는 길이 '혐오'와 '조롱'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세상이 천하제일조롱대회나 천하제일혐오대회가 아니니까요.
이런게 걱정되는겁니다.. 누군가를 진따로 만드는 세상이 좋은 세상입니까.
김치녀, ㅍㅅㄱ,한녀, 도태한남충,인셀,줄쓰큰
이런 단어가 쌓이면서 계속 자존감 떨어지고 혐오의 냉전이 지속되는 것 같아서 맘 아픕니다
일베가 남성층에서 주로 생겼다고 남성에 책임을 지울 수 있나요..? 글쎄요. 뭐 가부장제의 권력적 우위 속에서 잠재적으로 쉽게 그랬다고.. 생각하실 수는 있겠지만.. 뭐 그 정도라면 제가 부동의 할 이유도 없구요.
제가 혐오까지 없애거나 숨기지는 못한 것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제 수준에선 '혐오표현'과 '조롱'을 멈추고 그걸 특히 "정당화하지 않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번남이 여성쪽에서 자정의 의미로 나왔다는 것까지는 동의하지 않지만.. 참 잘 나온 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여성 전체를 욕할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제 이야기가 보편적 정의는 아니겠지요. 저는 함무라비식 동태보복론(미러링을 아주 예쁘게 해석해도 이정도 수준이라고 보입니다)으로 사회가 발전할 수 없고, 하물며 그 행위가 혐오와 조롱을 방법으로 해선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보편성여부까진 모르겠어요. 님의 첫댓글의 '표현'이 정확히 제가 걱정하는 '표현'과 궤를 같이 해서... 괜히 욱해서 다른 글 올렸다가 한나절이 날아갔군요..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남성의 여성에 대한 조롱과 혐오, 아니면 '미소지니' 같은 걸 옹호하진 않습니다. 물론 제 물리적 한계(40대남) 내에서의 이해겠습니다만.. 뭐 그런 입장에서 댓 다신 것 같으로 생각하면 오해가 아닐수도.
하여튼 혐오와 조롱이 저질 네티즌 수준에 그치는 것과, 여성의 동행위는 저질 네티즌이 아닌 '미러링'으로 정당화 되어, 세상에서 사용되어도 된다고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옳다구나 혐오와 조롱을 행하는 사람들 속에 상처받는 일부 사람들(+다수는 진성 2번남이겠죠..)을 부추겨 이대남으로 묶어 정치에 도입한 2번은... 아 답답하군요. 제발 선거로 심판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세상에 혐오의 총량을 높이는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입니다. 제 이해가 편향적이라고 느끼실수는 있겠으나,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가는 여성들끼리도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남녀문제가 아니라고 보구요.
불행히도 중립적 단어를 조롱의 언어로 바꾼 경험이 있는 세력은 이 단어도 조롱과 혐오의 단어로 바꿔 대혐오의 시대를 지키는데 쓰지 않을까 싶구요.
좀 명확히 말하면.. 여초에서 기원한 표현이라고도 하는데(표현 자체는 아아아무런 문제 없고, 여초커뮤니티 또한 어떤 문제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진 일부 여초가 세상을 이상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서 조심하자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