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사전투표해야지라고 토,일 구분없이 생각했다가 오늘이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것을 새벽에 일어나서야 인지하고 사무실로 출근하기전에 서둘러 투표하고 왔습니다.
이전까지 선거에서 본 투표일에만 선거를 했었고 투표 당일에 일 있는 사람들만 사전투표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간절함과 불안감이 커서 그런지 본투표일까지 못 참고 사전투표를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소식에 저와 같은 분들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의 투표소를 확인하고 길을 나서는데 한쪽 방향에서 사람들이 띄엄띄엄 오는 것을 보니 투표소에 다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니편 내편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저 분들이 저랑 생각을 같이하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면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투표소에 도착하고, 신분확인을 하고, 투표용지에 기표도장을 찍고, 투표함에 넣기까지 묘하게 뿌듯했습니다. 그 동안 말로만 떠들었던 것들을 이제야 행동으로 옮기는 기분을 느꼈죠. 그 마음은 큰데 투표용지의 기표란은 왜 그렇게 작은지 혹여나 칸을 벗어날까봐(칸을 벗어나도 다른 후보 칸에 닿지만 않으면 된답니다) 양손으로 도장을 찍고, 용지를 반으로 접는데 혹여나 인주가 번질까봐(투표용지는 잘 안번지는 종이를 쓴다고 하죠) 접은듯 만듯 애매하게 접고, 그 작은 기표소안에서 아둥바둥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나라의 미래이자 저의 미래, 가족의 미래, 친구들의 미래, 세상의 미래, 온갖 긍정적인 미래들을 투표함에 넣고 후련함과 묘한 아쉬움을 안고 투표소를 나왔습니다.
투표소를 오면서 봤던 사람들의 작은 행렬과 마찬가지로 투표소로 향하는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로 인해 다가오는 수요일에 오늘의 작은 행동의 옳은 결과를 보게 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제발.
덧붙임.
간만에 시간이 되고 지금의 생각을 기억하고자 근 10년차 유령회원인 제가 10년간 꼿꼿하게 굳어있던 손가락을 풀며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이전에 쓴 글에 대한 부끄러움과 후회 속에 클리앙에 올때마다 불편해지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글을 아래로 묻어버리자는 마음에 겸사겸사 글을 남깁니다. 측은지심을 가질 상대가 따로 있는데 나이 먹고 똥, 된장도 구분 못했다니 참으로 부끄럽지만 저런 생각을 했던 모지리도 저인지라 어쩔수 없죠ㅠ
혹시나 이 글을 보시고 과거의 모지리의 글을 보실까봐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제가 선천적 선비병을 가지고 있고(자가진단결과 그런거 같습니다ㅠ) 주변에서 정치/사회 관련 이슈를 나누는 상대가 보수쪽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수라는 집단에 아주 미약한 요구와 기대(그래도 죄다 ㅂㅅ은 아니겠지... 언젠간 상식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생기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당시 상황에 안타까움을 먼저 느껴버리고 똥을 된장이라 착각하게 되니 저런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망각과 착각이 이레 위헙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10년차 눈팅회원의 변명이자 반성을 사전투표 후기라는 이름속에 조용히 묻고 앞으로 조금씩 손가락을 풀고 유령에서 벗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저 모지리를 빨리 잊을수 있겠죠ㅠㅠ
님 투표는 당연한건데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감사합니다 ㅎ
님 화이팅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