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끄저께 동생을 인천공항까지 배웅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물으시더군요.
"이번 대선 누굴 뽑지?"
전 제 생각을 강요하기 싫은데다 어머니께서 현재 시국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엄만 누굴 찍고 싶은데요?"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요약하면...
- 이재명과 윤석열 그놈이 그놈같았는데, 얼마 전 TV 토론 보니 윤석열은 아는게 없더라.
- 이재명은 토론을 잘 하던데 지난 대선때 너무 밉상이라 손이 안 간다.
- 안철수가 왜 또 나왔나 싶었는데 토론에서 보니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더라. 말 조리있게 잘 하던데.
- 그래서 아직 고민중이다. (심상정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으심)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윤석열은 지난 대선때의 이재명 처럼 아직 공부가 덜 된 상태다.
- 이재명은 지난 대선때 크게 깨달은 바가 있는지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번에는 밉상이 아니지 않느냐.
- 이재명 경기도지사시절 유명계곡 불법가게들 다 때려치운거 볼 때 실행력은 최고다. 대통령 되면 공무원들 곡소리 날거다.
- 안철수도 이재명처럼 공부 많이 한 티가 난다. 얼굴부터 전과는 달리 많이 달라지지 않았냐.
그러니 어머니도 동의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내 주변 사람들은 문재인 죽일놈이라며 윤석열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그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 문재인 아니었으면 코로나19 이렇게 못 막는다.
- 윤석열은 사람이 어벙벙하더라.
- 이재명은 확실히 썩어빠진 공무원들 잘 때려잡을 것 같다. (당신께서 전두라때 공무원을 해보셔서 잘 아심)
- 안철수는 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제가 이렇게 대답하며 반문했습니다.
- 방역 뿐만 아니라 한국이 UN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올라선게 문재인때다. 게다가 작년 수출 최고실적 찍었다.
- 윤석열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니 이번엔 절대 아니다. 게다가 어머니 주변 사람들이 윤 찍으라는거, 그거 분명 어딘가의 세력에 선동당한 것이다. 정치 카톡글이 어머니 세대에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더라. 그 중에 가짜뉴스도 섞여있으니 조심하시라. 적어도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비교해보며 믿으시라.
- 이재명과 윤석열 주변사람 비교해보면, 이재명은 딱히 털리는게 없는데 윤석열은 아내가 무당집 다닌다던데 아시는지.
어머니의 대답은 가관이었습니다.(좋은 의미로)
- 그렇잖아도 주변 사람들이 윤 찍으라며 문재인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럴 때마다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대꾸를 안 한다.
- 지난번 너가 MBC 스트레이트 녹취록 보라 한거 봤다. 윤석열 아내 말투가 "싸가지가 바가지(*당신께서 직접 쓰신 표현임)"인데다 완전 최순실 판박이다. 윤이 대통령 되면 최순실보다 더 해먹을 것 같다. (당시 MBC 스트레이트 본방송 나올 때 전화 걸어서 보시라고 말씀드림)
전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 최순실은 비선이라 걸려서 감옥갔지만 대통령 영부인은 비선이 아니라 감옥도 안 간다.
- 그러니 이번에 누굴 뽑을지는 어머니께서 잘 생각하시라.
어머니의 대답은 명료했고, 그 이후 최순실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박통 팬이심)
- 내 생각에 윤석열은 절대 아니고 안철수는 아직 부족하다.
- 이재명 찍으면 너한테 이득인가? 그럼 그렇게 하겠다.
- (삼천포 시작) 지금 우리나라가 선진국 된건 노무현 문재인이 잘 한거다. 이명박은 쥐새끼처럼 빼다먹기만 하고, 박근혜는 최순실이 뒤에서 조종해서 멍청하게 바뀌었다. 그런데 선진국 토대는 박정희부터 만들어진 거다. 경부고속도로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그거 드러누워 반대하던게 김대중 김영삼 아니더냐.
전 어머니 말씀에 딱히 반박하지 않고 김대중 김영삼이 대통령 돼서 한 일들을 나열하며 대통령 되기 전과 후에 접하는 정보 차이 때문에 보이는게 달라서 그랬을 거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어머니는 현재 상태를 제대로 보고 계신 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어머니께 카톡 오는거 가짜뉴스 많으니 믿지 말고 TV 뉴스에 나오는걸 보라고 강조하거든요.
후에 관련 말씀이 나오면 그건 이렇게 흘러갔다... 언론도 일부러 후속보도 안하는게 많다... 하고 정정해 드리고 있습니다.
감정이 상하기 시작하면 대화가 안 돼요. (즉 밭갈기 실패)
개인적이 경험으로, 물 흐르듯이 대척되는 정보를 부어버리는게 훨신 낫더군요.
저도 권사님(어머니)께 밭갈면서 처음으로 머리란 걸 쓰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되도 않되게 가슴으로만 버럭버럭.....
누구를 지지하고를 떠나서 정말
정치 대화에서 중간중간 대척점이 나와도 부드럽게 잘 돌려치면 따라와 주시더라고요.
제가 아는 어떤분들은
똑같이 누구 뽑을거냐 물어보면서
속뒤집힐 소리만 하네요
쌍욕까지 하면서요
"그래서 손에 王자 그린 사람은 정상이고?"
이러면 바로 주제를 돌려버리더란.
제가 중간중간 대화를 안 했으면 주변 사람들에 동화되어 문재인이 코로나19 방역 엉망으로 했다고 말씀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저 부럽습니다...)
그래야 생각의 차이가 줄어드니까요.
지난번 MBC 스트레이트 때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리얼타임으로 전화드려서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