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근에 살고 있는 지인 쌍둥이들 부모들 끼리 모여
조촐하게 심야 주점을 열었습니다.
다들 아이들이 비슷한 터울이라 고생도 비슷, 생각도 비슷하죠.
새벽 3시에 가까워질 때까지 이야기 꽃이 피어났고
모임 의도와는 달리 부부상담과 자기고백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리를 자주 가질수록 아이들 육아와 부부관계에 좋겠더군요.
아이들 키우며 겪었던 고생, 그리고 각자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 등을 이야기 하다가
문득 '왜 이런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라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걸 미리 알았다면, 아이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도 오갔지요.
네 그만큼 상상과는 다르고
예측과도 다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펼쳐진 것이 바로 육아였습니다.
하물며 쌍둥이는 더하죠...
(다른 부부들은 저희 부부를 대단하다는 눈으로 자주 바라봤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부부들은 조부모나, 시터의 도움을 받고 있었거든요..
저희는 오롯이 저희 부부만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얼마전 유퀴즈에 출연한
산과 명의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몰라야 아이를 갖고 낳는다' 라는 말 말입니다.
알고는 할 수 없는게 임신과 출산이라는 말 말이죠..
웃픈건 육아는 임신과 출산을 뛰어넘는 난도이니...
그래서 요즘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이 모든 정보를 미리 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출산과 육아는 몰라야 약입니다.
여담
그날 모임을 영상으로 남길껄... 하는 후회가 있었습니다.
육아에 피가되고 살이되는 이야기가 오가는 최고의 토크쇼였거든요 ㅎㅎ
사실 육아를 시작하면 본인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내려 놔야한다는 사실은 겪어보기 전까지는 체감하기 어렵죠 ㅋ, 그래서 많은 주 양육자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거고요
(없을거 같지만 본인이 관찰한걸로 엄청난 경험치 마냥 이야기하는)
참 같잖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마다 화장실 가고...초기엔 입덧으로 고생해서 깜빡하고 입덧약 안먹으면 토를 하고...온몸이 돌아가면서 아프고...알면 못하죠;;
둘째 셋째...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ㅋㅋㅋㅋ
옆에서 겪어봤는데 육아공포증이 생겼습니다.
3월달에 아기가 나오는데 집사람은 모르니까 그런가보다 하는데 저는 솔직히 무섭습니다ㅠㅠ 잘 버티고 잘 할 수 있을지..ㅠㅠ
본인이 주 양육자가 아니면 뭐.... 사실 주 양육자가 정말 괴로운거라
근데 이 괴로운건 꼭 몸에만 국한된게 아닙니다. 사실 해보면 몸 피곤한건 견딜만 해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문제지
정말 웃음 한번 지으면 힘듦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
그렇게 아이의 예쁜짓으로 스트레스가 경감되는 수준까지 약 20개월이 필요하다고 봐요
아이들이 의사표시를 직접적으로 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말이죠.
그리고 이건 제 편협한 경험의 결과입니다만,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은 대게 '부 양육자'더군요. '주 양육자'는 "예뻐요.. 예쁘기는 한데.."라고 말들 하시고..ㅜㅜ
육아하는 동안은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스톱'된다는 스트레스.. 즉 정신적인 어려움이 제일 컸어요.
저희 쌍둥이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은..."애 하나면 일도 아니지"라고들...ㅋㅋㅋ
사랑과 큰 희생, 책임감없이는 정말 힘들어요. 부모가 된다는건요.. ㅠㅠ
전 세계적으로 다 동일한데 출가하고 나서야 회복이 되더군요.
그리고 어릴 때 힘들다고 하지만 조금 크고 나서에 비하면 그건 애들 장난이라는...
애를 낳으면 3년에서 6년은 통잠을 못자는 구나, 한 아이당 7년은 애기 똥냄새 맡아줘야 혼자 화장실 다니는구나.
아이가 숟가락들고 밥을 먹기 전까지 여러 단계가 있구나.
선배와 친척들의 육아를 엄청 유심히 지켜보고 아이를 낳은 결과 이렇게 힘든게 보통이고 모든 아이들이 다 이렇게 자라고있다는 걸 이해하면서 견뎌낼 수가 있더라구요.
진짜 그냥 입닥치고 하라는대로 해야할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