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내려올 때 아이들 교육에 관한 걱정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해서 알잖습니까?
좋은 대학 나와봐야 졸업 후 처음 몇 해나 유리하지, 시간 지나면 똑같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지금은 중국 유학생으로 연명하는 지방 사립대입니다), 사회 생활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온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욕망의 크기와 일터에서의 퍼포먼스가 훨씬 중요하죠.
그리고 그때는 애들이 어려서 대학이니 뭐니는 나중 문제였습니다. 10년 뒤에 해결할 일이었죠.
저는 그래서 느슨한 수능과 복지 확대, 지역 격차 해소, 노동 차별 해소를 강조하는 정권을 원합니다.
아무튼 초등학생 시절 사교육을 하나도 시키지 않았고, 학교 방과후는 무료였습니다(소득이 적은 덕도 있습니다).
육지에선 방과후 수업도 경쟁률이 세서 (비용도 들고) 듣기도 만만치 않다던데, 학생수가 적으니(전교생 80명 내외)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들이 싫어해서 문제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혜택이 도시 학교보다 많습니다. 이런저런 일에 참여할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각종 대회 참가나 이런저런 프로그램 등 도시학교에서는 유난한 몇몇 가정의 학생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사교육은 동네 피아노학원(할머니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오래된 피아노 학원이 있습니다)과 큰아이가 중학교 들어간 뒤 온라인 강의 사이트 가입해서 들은 게 다입니다. 물론 아내가 아이들 공부를 잘 봐주었고, 저도 저 나름대로 뭘 한다고는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큰아이 중3 올라가면서는 EBS와 강남인강으로 바꾸려, 아니 방학 때부터 바꾸었습니다. 따로 뭘 해주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공부를 잘해주니 다행이기도 합니다. 물론 학교가 작아서(전교생 30명 내외) 행여 도시 학교 기준으로는 한참 못 미치겠죠.
고등학교도 옆 읍에 보내려고 합니다. 지들도 시내 학교를 원하지는 않더군요. 읍의 고등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비벼볼 만해 보입니다. 그래서 수시가 줄어드는 것에 불만이 많습니다.
애들 공부를 좀 강조하기는 합니다. 제가 땅이 있어 농사를 짓거나 따로 물려줄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물려줄 땅도 없고 기술도 없고, 땅 얼마를 떼어 팔아서 가게를 차려줄 수도 없으니 기댈 곳이라곤 공부뿐이죠. 그래도 가끔 텔레비전에 도시 애들 공부하는 거 나오면 저도 아이들도 기겁합니다.
지금 행복한 게 중요합니다. 지금 행복하게 살아야 미래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입시 때문에 청소년 시기를 불행하게 보내면 행여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불행합니다.
저도 아이들이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기를 원합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가면 시내까지 학원 다니는 아이도 많다고 합니다. 지금 촌 중학교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있고, 더러 육지에서 내려온 고학력 이주민들에게 개인 과외를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넉넉하게 산다고 해도(하지만 따지고 보면 살면서 가장 큰 대출을 안고 있습니다만) 도시 학생들처럼 사교육시킨다면 삶의 질이 확 떨어질 겁니다.
아, 시간이... 일해야 합니다.
좌우간 이래서 제가 지역균형인재선발이나 수시를 중요시합니다.
그리고 물론 수능 자격고사화나 절대평가화, 변별력 약화를 골자로 하는 이재명 후보의 교육 공약을 지지합니다.
흠... 결론이 갑자기 나를 위해 이재명이군요.
질문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아이들에게 대답을 강요합니다. 아이들이 부모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으면 부모는 아이의 꿈을 평가합니다. 성에 차지 않으면 꿈을 더 크게 가지라고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답을 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들이 아는 직업의 폭도 그리 넓지 않니습니다. 게다가 지금 직업도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사라질 직업이 대부분이라고도 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를 물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성향에 따라서 조용히 유유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큰 도시에서 멋지게 딱 정장 갖춰입고 일하는 걸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음 편히 헤드폰으로 헤비메탈 들으면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다 필요 없고 고양이만 키우면 된다는 사람도 있고, 레고 작업방을 갖는 게 꿈인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의도적으로라도, 훈련해야 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니?"
어릴 때부터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함께 자주 보았습니다.
지금은 ... 하이큐와 암살교실, 귀멸, 비트겐슈타인이 왕자들 과외하는 거, 카케쿠루이(?) 등등을 좋아하네요...
저도 글쓴님과 같은 성향인데
제 의견은 반영이 안됩니다. ㅋ
그렇다고 뭐 애들이 불행한건 아닌데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쓰럽네요.
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눈은 보기엔 좋지만, 오고 나면 길도 엉망진창이고 불편하지만,
비는 올때는 불편하지만 오고 나면 세상 모든것이 씼겨 나간다고, 그렇게 자라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6살때쯤 이야기 한거라 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냥 시골학교입니다. 더러 좌천됐다 생각해 대충 임하는 선생님도 계시고 촌애들 귀엽다고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초등학교는 전교생(한 학년이 아니라 1~6학년 전체)이 80명 언저리고, 중학교는 30명(한 학년이 아니라 1~3학년 전체) 안팎입니다. 그러니 초등학교-중학교를 그대로 다니면 9년 동안 한 반에서 지내는 셈이죠. 동네 출신 젊은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중학교까지 같이 나오면 나중에 하는 일, 사는 형편 다 달라도 모두 무척 친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마냥 이상적인 건 아닙니다. 한 반에 열명 간신히 넘는 정도인데도 그 안에서 왕따도 있고 그럽니다. 아빠들이 다 동네 사람(친구, 선후배)이고 엄마들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학년은 덜하고, 전학생이 좀 섞이고 부모들 간에 교류가 적은 학년은 확실히 좀 있는 편입니다.
시골 동네다 보니 이 적은 학생수 중에서도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많고, 한부모 가정도 많고, 조손 가정도 많고, 직업이 낭만인 부유한 이주민 가정도 있습니다. 동네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많습니다. 동네 수퍼에는 외국 식품도 많이 팝니다. 함께 지내면서 편견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무작정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은 되지 않겠구나, 세계인의 마음을 지닐 수 있겠구나,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