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이직 제의를 받고 면접을 봐요.
첫 면접에 이사 3명이 들어와요.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면접은 나를 검증받는 자리지만 반대로 내가 회사를 검증하는 자리도 돼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물어요.
모른데요.
왜 모르냐니까 자기 부서가 아니래요.
그래도 면접관이면 알고는 있을 것 아닌가 싶어서 다시 물어요.
사실은 처음 만드는 자리라 앞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자리라고해요.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왜 두 번 묻게 해요.
1년 넘게 뽑고있던데 나가서 그런건지 안뽑힌건지 물어요.
안뽑혔데요.
앞으로 할 일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인데, 아무나 안뽑는데요.
뭐 그래 그런가보다 해요.
얼마 뒤, 연락이 와요.
사장 면접을 보래요.
이번엔 회사로 오래요.
판교라는 21세기 도시라고 해요.
평소에 전혀 입지 않는 정갈한 옷차림으로 가요.
아주 후리한 사장님이세요.
이것저것 질의응답이 아니라 토론이 벌어져요.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하면 자기 생각을 한참 말해요.
니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뭘 안다고 씨부리나 몰라요.
내가 여기 오면 뭘 해야 하냐고 똑같이 물어봐요.
채용 설명에 있지 않냐고 되물어요.
그걸 보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뻥쳐봤다 금방 뽀록날텐데 면접에서 부풀리거나 허세부리면 안돼요. 건희누나, 알아들어?
설명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누구랑 일하는데요 라고 물으니까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른데요.
그럼 설명한 일을 하는게 맞기는 맞냐고 물으니 그럴 것 같은데 와서 세팅하고 업무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데요.
일본과 대만에 팀이 있는데 거기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대요.
그럼 그들과 동급으로 일하는 거냐니까, 그건 입사하고나서 위일지 동급일지 생각해보겠데요.
나름 이름있는 회사에서 분사한 역시 이름있는 회사의 사장님이신데 너무 후리해요.
서로 주제가 다 떨어져요.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야기 끝났으면 그만 가보래요.
아 ㅅㅂ 시간 아깝게 괜히 왔네 저런 반응이면 아닌거지 뭐 하고 집으로 와요.
지난 주에 메일이 하나 와요.
합격했다면서 서류를 달래요.
이것저것 달라고 해요.
줘요.
그리고 한 주가 흘러요.
밤에 메일이 와요.
조건을 제시해요.
자기네 회사는 학력, 경력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능력과 가능성만 보고 평가한데요.
그럼 왜 경력 소개랑 학력증명서랑 연봉계약서를 달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요.
제시받은 액수가 적어요.
그냥 마음에 안들게 적어요.
지금도 그거보다 많이 받거든요.
답변을 보내요.
시작은 정중하게 해요.
보내주신 제안 잘 받았어요.
귀사의 절차와 규칙에 따른 제안이라 신중하게 검토하고 말씀드려요.
지금 나 떠보는 건희, 아니면 우습게 보는 건희. 지금도 그거보다 더 받고 노는데 덜받고 일하라는 건희.
니들 제안을 승락하려면 맨정신에는 안될 것 같아서 정신이 나갈 때 까지 시간을 좀 줘야겠어.
답변이 오던말던이예요.
확실한건 갼이님을 담을수 있는 회사가 아닌거 같아요^^
"정신 차려"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건데요
연봉 네고는 못 참죠!
0이 많아서 좋아했는데 0뿐이라 실망했어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재주가 없는데 물경력에 성격도 나빠서 힘들 거예요
자신들이 기준으로 책정했는데 바꾸면 기준이 엉망이란 거잖아요
확정 급여 전체를 보면 더 낮아요.
급여 외 짤짤이까지 해도 그래요.
잘못보셨어요.
저 그런 사람 아니예요
오며가며 시간이 아깝네요
오가는 시간 참 아깝더라고요.
앞으로 면접은 면접관이 직접 오면 좋겠어요.
연봉 책정을 하기엔 미비한 게 많다...
차라리 그 전에 제안받았던 건희아들네 나 외국 회사로 갈껄 그랬나봐요.
지능은 돌고래랑 비슷하고
기억력은 침팬치보다 못한걸요.
좋은 조건이라도 받으면 기분이라도 좋았을텐데요
합격했다고 연봉 제시하고 거기에 맞으면 입사 날짜 정하고 아니면 말고 같습니다.
머슴살이도 양반집에서 해야 해요.
여기 양반집같은데 짜요.
신생업무는 아니예요.
주력 제품의 특정 분야 총괄 자리인데 그 총괄이 뭘 해야 하는지는 와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신선했어요.
말씀대로 안뽑은게 아니라 아무도 안간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일하는 회사가 한국에 없거든요.
아마 그렇게 일해본 사람도 별로 없을 거고요.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게 그 회사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생각보다.... 훠어어어어얼씬 많더군요.
갑갑해요...
다음편을 기대해 보아요~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해볼까 해요.
총괄이 뭐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희박한게 문제예요.
생각해보니 말씀대로 희박한 정의때문에 날아갈 수 있는 자리같기도 해요.
맨날 회의하면서 야근해야겠다는 생각....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7시 30분에 면접이 끝나요.
직원들이 회사에 있더라고요.
저보고 방에서 나가라는 걸 보면 사장도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계속 일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하는 맛이 꿀맛인 회사같았어요.
저는 일이 재미있고 바쁜 회사가 좋아요. (휴먼굴림체)
거기서 일하면 그 빌딩에서 일한다고 지원금도 준다는데요?
왜죠?
음성지원은 덤이고.. 라임도 찰집니다.
마지막 회신 메일은.. 백미입니다!
퇴고 없이 한 번에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일 뿐이예요.
제 의식이 그저 공감되는 것일 뿐 글은 형편없어요.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