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애들이 사기치고 떠난 후
빈 매장 앞에 덩그러니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가 왔어요
그 안에서는 중국에서 온 냉장고들과 주방기구들
여기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걸 왜 중국에서 직접 주문까지 했을까 의아했습니다.
사장님 말로는 중국애들이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어찌어찌 텅빈 매장이 식당처럼 꾸며짐.
다시 임대하기로 마음을 바꾸셨더라고요
하루는 한국 아주머니가, 어떤 날은 중국 남자, 일본 남자, 베트남 여자도 매장을 둘러 보고 갔습니다.
그렇게 매장이 한중일을 거쳐 동남아까지 떠돌더군요. .
그때마다 전 모른척하고
사장님한테 식당 언제 오픈 하냐고 항상 물어봤는데
어떤 날은 한식당이라하고, 어떤 날은 중식당, 또는 베트남 식당으로 오락가락 했음. ㅎㅎ
결과적으로 아무도 계약은 안했네요.
어느 날
한국말을 더듬더듬하는 젋은 남자가 나타났어요
외모가 좀 젋을 뿐이지 사장님과 똑같이 생겨서 말을 안해도 알았습니다.
예전에 사모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는
블리쟈드 다니는 아들!
갑자기 어떻게 나타났지? 블리쟈드 관뒀나?
아들이 나타나자 사장님이 말하셨어요.
이제 건물 관리는 아들이 할 것이니
임대료도 아들한테 내고 무슨 문제 있으면 아들에게 말해라 하심.
사장님은 괴팍 하지만 오랜 시간 보아왔기 때문에 대충 예상이 가능한데
아들은 ….?
아들 캐릭터 파악하게 된 사건은 곧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또 임대차 계약서가 문제인데….
사실, 계약서에 부칙으로 매년 5% 자동인상 조건도 있었음. 사장님이 그걸 발견하고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 그래요. 사장님. 까짓거 얼마나 된다고 올리세요’ 가 목까지 올라왔지만
현실은 돈없는 소상공인 인지라… 사장님한테 무릅꿇고 읍소했음…
그거 애 한달 학원비 정도는 되는 금액이라 물러서기 힘들었죠.
한 삼십여분 사정 했더니 더이상 거절은 안하고 아들하고 이야기 하라 더군요.
다음날 아들을 찾았는데
영업하지 않는 그 식당 매장에 앉아 있었죠.
아들은 아이폰을 들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직 블리쟈드 직원은 어떤 모바일 게임을 할까 궁금 했어요.
디아블로 이모탈이 나온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모르게 아이폰 화면을 보고 있는데, 황급히 끄더라구요.
무슨 중국산 양산형 야겜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들이 왜 못 올려주는지 근거를 달라고 해서,
지난 3개년 손익계산서 요약해서 보여줬어요.
어차피 회계감사 받는 자료도 아니니까 최대한 비관적으로 만듬.
제가 원래 모그룹 기획부서 출신이에요.
그러더니 오케이 하더라고요.
다행히 말이 안 통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은 이혼하고 축 쳐져서 돌아다니셨는데
아들이 나타나고는 갑자기 운동을 한다며 골프채를 들고
밤낮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어떤 손님이 저에게
요즘에 이 동네에 어떤 미친 할아버지가 밤에 골프채를 휘두르고 다니니 조심하라 길래…
어.. 그거 우리 건물주야라고 했더니..
손님이 저를 되게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갔어요.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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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조회수가 3만이 넘어서 놀랐어요.. 헐… 댓글과 공감 주신 분들 감사해요.. ^^
다음 편이 완결이에요. 이거 올리고 쓰기 시작합니다!
기획 부서여서 이신지 흡입력이 장난 아니군요
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전 그냥 미국인인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