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군림천하란 작품을 접하게 됐네요
이제 겨우 신무협 몇 편 접한 무린이인데 좀 더 재미있는 작품 좀 찾아보겠다고 하다가 한국무협 대작이라는 말에 홀라당 넘어간 제가 등신이지요
10년 전쯤 접했으면 나름 수작이라고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 시점에서는 글쎄요…
군림천하 보내 내내 왠지 미드 ‘로스트’와 웹툰 ‘덴마’가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두 작품 모두 끝이 좋지 못 했던 걸 생각해보면 군림천하가 완결이 되더라도 ‘용두니미’가 될 것같은 것은 저만의 기우일까요?
장기연재의 독인지 거대한 스토리에 짖눌려버린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1부는 명작 2부는 수작 3부는 망작 4부는 아직 진행 중이라 평가는 보류지만 점점 평가가 낮아지는 작품입니다. 저는 그나마 최근에 접해서 그 동안의 연재중단에 따른 괴로움은 겪지 않았는데 20년 전부터 접한 분들의 고난에는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작가의 말로는 실제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3부라고 하고 3부를 쓰기 위해서 1부와 2부를 집필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 치곤 3부의 완성도가…쩝…
현재까지 나온 걸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 작가는 4부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니 지금까지 뿌린 떡밥을 어떻게 회수할지 감도 안 잡히네요. 현재는 19년부터 연재중단 상태라 결말이 기약이 없긴 합니다. 작가 코멘트로는 결말은 정해놨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막혀서 중단이라고는 하는데 남은 분량으로 다 풀어낼 수 있을지…
용대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전혀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군림천하만 놓고 봤을 때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참신함이나 완성도보다는 떡밥 던져놓고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독자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스타일이랄까요….그렇다고 떡밥 회수 능력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제일 먼저 실망한 게 구궁보에서 임영옥 구출시킨 스토리인데 1부 끝부터 4부 초반까지 장장 17권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 동안 독자들을 기대하게 했는데 막상 구궁보에서 임영옥은 아무 제지 없이 너무 쉽게 나옵니다. 연적인 모용공자와의 어떤 충돌도 없었고요. 모용공자가 최종보스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산월이 넘어야 할 언덕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심지어 임영옥과 모용공자는 특수한 상황으로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울만한 관계라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떡밥을 던지더니 결말은 모용공자가 남자구실을 못 하는 걸로 밝혀지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결말이 나옵니다..
두번째는 군림천하에 대한 내용인데 종남파는 진산월을 포함해서 전부 군림천하무새입니다.
속으로 맨날 ‘군림천하’, ’군림천하’ 하는데 정작 군림천하를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군림천하’는 정도의 길을 걷는 세력이라면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내용입니다.
과거 화산파의 제일인이 군림천하하려다가 그 후환으로 십 년이나 봉문해야 했으니까요.
제목이 군림천하인 만큼 종남파가 군림천하하는 전개가 나오긴 할 것 같은데 절대 과거의 방법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이제 결말까지 몇 권 남지도 않았는데…
현재 상황은 어느 정도 밝혀진 강호의 숨은 세력들과 싸움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그것만으로도 분량이 벅찰 것 같은데 설마 최종 보스 쓰러트리고 마지막에 ‘종남파는 이후 군림천하했다’…설마 이렇게 마무리를? 아니면 5부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세번째는 캐릭터 설정 및 붕괴인데요
특히 주인공인 진산월이 좀 더 매력적이면 좋을 텐데요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
진산월은 성장형 캐릭터인데요 무협소설답게 기연을 겪으면서 무공은 천하제일이 되고 인격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해진 모습도 보이지만 결말에 다가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문점이 드는 인물입니다.
교우관계를 보면 진산월은 친구가 천하에 세 명뿐인데요
친구 1번이 ‘일검혈견휴’ 마검 조일평이고 친구 2번이 이존휘 친구 3번이 손검당입니다.
조일평은 마검이라 불리는 자답게 손속이 매섭고 살인청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는 인물입니다. 이존휘는 취미사 혈겁을 일으킨 살인마이자 진산월에게 누명을 씌워 제거하려 했던 인물이고 손검당은 여자에 홀려 살인마가 된 인물로 낙양에서 열 몇을 죽인 인물입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주인공 친구들이 다들 이 모양이라..이에 대한 해명 같은 것도 없고요..
그리고 진산월은 리더로서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상대방을 믿어야지 상대방도 기대에 부응하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너무 심합니다. 믿음 바탕에 치밀하면서 생각이 있는 듯 서술되는데 이야기 진행되는 걸 보면 그냥 믿음만 주고 무대책입니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의 경우 작가의 편의나 향후 이야기 진행에 따라서 캐릭터가 붕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임영옥과 이정문입니다. 이정문은 무공실력은 없는 대신 엄청 똑똑한 인물로 평가되는데 이 똑똑함이 더 똑똑한 인물을 만나거나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똑똑함이 깨지는 게 아니고 작가의 다음 스토리나 상황을 위해서 깨져버립니다.
네번째는 작가의 감당 못 할 설정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종남파는 장문인이 20대에 문하제자도 열명이 안됩니다. 여기에 임영옥만 1류 고수 수준이고 나머지는 2류 수준이죠. 그런데 종남파도 부흥시켜야 하고 군림천하도 이뤄야 하니 무리수가 남발됩니다. 종남파에 실망해서 떠났던 인물들이 돌아오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노해광은 정말 이해 안 되는 합류이고, 더불어 진산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니 어이없는 성장이 이유 없이 이뤄집니다. 대표적으로 소지산이죠. 아마 신 종남오선을 만들어서 군림천하를 하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럼 진산월, 낙일방, 소지산, 임영옥 외에 전흠까지 절정고수가 되어야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또 어떤 무리수를 둘 지 기대되네요.
뭐 이 외에도 여러 문제점들이 많지만 아직 결말이 안 난 작품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평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모든 떡밥을 회수하고 독자들을 경천동지하게 만드는 결말이 나온다면 한국무협소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를 포함해 군림천하의 결말을 기다리는 독자 분들의 건승을 바라면서 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은...흠 ㅠㅠ
한백무림서시리즈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최근 작인 천잠비룡포도 연중에서 다시 연재 시작했다는 말이 들리던데
어찌될지요..ㅎㅎ
근데 이것도 처음에는 흡입력이 엄청난데 나중엔 뭔가 로그스케일로 변해버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한백림작가의 천잠비룡포는 어떻게든지 완결이 났고 연중 후 완결까지 내용 진행은
제 개인적으론 호불호가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좋았습니다.
군림은 정말 작가가 이야길 키우다 그냥 망해버린 케이스라 봅니다.
1부까진 정말 최고였는데 말이죠.
/Vollago
만화버전들도 봤는데 하나같이 망작이더라고요..드래곤라자 만화급...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