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자동차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대기업 포함 십수년 정도 가까운 제품 디자이너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영역은 달라도 예상 및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디자이너들이 워낙 영역에 상관없이 바쁩니다. 티비나 영화에 나오는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하드웍인데 몇 가지 문제를 들자면,
1. 답이 없다
일단 디자인에는 답이 없다고들 하죠. 실제로 정답은 없습니다. 최대한 합리성과 예술성, 이성과 감성사이의 줄다리기를 해야하죠. 개발은 비교적 yes or no 에 가까운 정확한 목표 자체는 세울 수 있으나, 디자인의 경우 완전한 정답이 없다는 부분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에 실제로 애매하기도 하고, 이 애매함을 이용해 몇번이고 직원들을 소위 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상사들이 있죠. 가끔은 굴릴 필요가 없는데 괜히 더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2. 디렉션도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디렉션을 주는 상사가 없다는 것 입니다. 이것은 회사원으로서 더 웟사람 눈치를 보면서 책임을 아래에 전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하고, 나중에 말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 얼레벌레 말해 놓고, 결과가 안좋으면 봐봐 내가 말했잖아~~ 이런식이죠. 바꿔말하면 인하우스 디렉터들의 실력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잘하는 사람은 다 나갔..
3. 던질 때는 막던지고 빠꾸는 다 받아준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디자인은 '뽑는다' 는 표현을 쓰죠. 이야 잘뽑았네~~ 이런식으로요. 물론 비전문가는 무슨 말이던 할 수 있죠. 문제는 안에서도 이런식으로 디자인 팀을 대하고 디자인 팀에서도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소위 '뽑아내기 위해' 작업을 하다보니 끝이 없는거죠. 목업업체에 가서 밤새면서 또 수정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까요. 아트 디렉터가 본인 철학이 있고 팀원들이 이를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하게 드라이브 하는 것과, 그냥 허구헌날 다시 하라는 것은 너무 다릅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그림만 그리게 되죠.
4. 주도권이 없다.
국내 최고 전자회사 정도 되는 회사에서도 아직까지 디자인이 완전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나마 타사 등 비교 했을 때 많이 나아졌지만 디자인이 팀으로 승격 된 것도 얼마 안 되었으니까요. Ceo들이나 타 부서들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라서 안그래도 디자인팀이 명확한 철학도 없는데 일관성을 갖고 주장을 못하니 하라는 수정마다 대응만 하게되는 경우가 많아 아래 직원들은 업무가 폭발하게 되죠. 예전에 해외해서 오신 상사가 여기는 왜 다자인을 디자이너가 결정하지 않고 비전문가인 ceo가 고르냐. 내가 있던 회사에서는 디렉션은 함께 정하되 디자인은 품평이 아니라 ceo를 초대해서 디자인 오픈 파티를 했었다. 라고 했는데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품 디자인은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무리
국내 인하우스 디자인의 가장 문제는 각 회사의 철학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입니다. 말은 인간공학적 본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아무런 실체가 없습니다. 대외적으로 이야길 안하더라도 디자인 내부를 명확하게 결속시킬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고 모든 디자인을 '대응'으로 하기때문에 가지고 논쟁할 꺼리가 없고 ㄲ라면 그냥 ㄲ다보니 일이 무한히 늘죠.
우리나라가 많은 부분에서 세계적 프론티어가 되는 것은 기쁜일입니다만, 사회 구성원들을 '녹여서' 만들어낸 영광이라면 이에 대한 개선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적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료나 친구, 가족이 죽어서 이루는 그 무엇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제 열심히 달려왔으니 진정한 선진국으로, 뉴스나 드라마 보면서 말고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 진짜로 행복한 나라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나와서 야근해야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술과 사용성 고려 없는 이상한 거나 나오기도 하고
현대차 디자인의 제일 큰 문제는 패밀리룩이라면서 신차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하는거죠.
차량 세대마다 근본 디자인이 바뀌면 그게 무슨 패밀리룩인가요?
신차 출시주기가 짧은것도 아닌데 근본부터 다시하려니 갈려나가는거죠.
근데 사실 이미 우린 정답을 압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죠. 상사 머리속에는 설계가 이미 다 있어야합니다.
일정 때문에 컨펌되지 않은 디자인의 설계를 계속 반복해야해서...ㅠ
국내 회사의 대부분 오너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제품을 만들기위한 수단이기때문에
대충, 빠르게, 템플릿 써서 , 배껴서등등으로 일정을 절삭해버리죠.
그럼 디자인도 그냥 기계적으로 일하게 되기에, 그 회사만의 철학이 없이 비슷비슷한 앱과 제품이 넘쳐나는 이야기도 합니다.
일부 메니져는 너무 창의적으로 하지말고 무난하게 해주세요, 라고 합니다.
ㅋㅋㅋ
신기능 새로운 디자인 불가능합니다 ㅋㅋㅋ
새로운 기능이나 이쁜 화면 구성은 구글이나 깃헙에 소스가 올라와야 가능합니다 ㅋㅋ
ㄷㅍㅇㅅ 지시사항
입니다~ 하면서 메일 띡 돌리면
첨부터 다시 해야죠.
답은 그냥 CEO 맘에 들면 그제서야 PASS
그리고 잘 팔리면 이재용폰
망하면 고동진폰, 노태문폰, 디자인팀 탓이야~ 개발팀 탓이야~
그러면서 고급지게 해달랍니다.
윗선의 한 마디에 빠꾸 먹습니다.
반복 ..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젤.....최악의 갑님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알아서 해달라....
하.....알아서하라더니 오케이 안해주심 ㅜㅜ
뭔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렸다 지웠다 해서 나와야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 중에서 두개만 고를 수 있는게 디자인(개발 용역 포함) 같은 것인데
갑들이나 보스는 3개를 모두 원하죠
많이 비슷한듯 다릅니다.
특히 2번은 정말 총체적 난국인데,
수평적 기능적 조직임에도 방향성이 난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켓팅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줘도요.
그럼 가야할 산을 바다건너강건너 어디어디 갔다가…
그 사이에 디자이너들은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거죠…
저도 회사생활하던시절
디자인 비스끄므래한 업무를 했기에
깊이공감합니다.
회사대표가 디자이너를
공장 기계다루듯
무한 리테이크가 반복하는것을 옆에서 보니,
정말 답답터지죠.
경영자가 디자이너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디자인 철학을 가진자가
리더가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울 나라는 확실히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문제지만 이해는 더한 것 같아요.
창작품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아주지 않아요.
그래서 시간이나 돈을 지불하는 것에 있어서도 인색합니다.
매번 마감에 쫒겨서 쉬지도 못하고 몸과 맘이 망가지고요.
(당시 12시간 넘게 일하고, 집까지 일을 가져와야 했습니다.)
겨우 하나 끝내고 돌아오는 월급은 쥐꼬리에요.
몇년 일하고 몸과 맘이 망가져서 일 그만 두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저도 그 중에 하나라 현대차 디자이너분 사건이 참 맘이 아팠어요.
아이브 이전에는
잡스가 전권을가지고 콘트롤한것으로 알고있습니다.
1개의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개의 목업과 10,000개의 렌더링과 1,000,000 개의 스케치가 필요하다 라던...걸로 기억...
담당부터 임원까지 오케이 떨어져도, 마지막 한분이 뒤집어라 하면 그게 답이라..
많은 분들이 말하시는게 맞아요. 시키는 놈도 지가 뭘 원하는지 몰라요.
돈주는 놈도 돈은 100원주고, 1억가치의 예술품과 현실적 조화가 어우러진걸 원하는 곳이라..
그래서 가끔 드는 생각이 애플 회사에서는 개발자 못지않게 디자이너가 엄청나게 많을텐데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그리고 개발자도 비슷합니다.
오픈소스로 공유되는 개발소스 정도를 개발해 내는 개발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죠.
난 디자이너다. 난 개발자다.
그런데, 상용 템플릿보다 못하다. 오픈 소스 수준의 프로그램을 구현 못한다.
템플릿보다만 좀 좋으면 괜찮은데...
라고 하지만, 그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과연 몇 %나 될런지..
그러다보니 자동차 디자인은 잘나가는 회사 제품 디자인을 키메라처럼 뜯어다 붙이고,
웹사이트 디자인도 유행따라 잘나가는 회사 따라 흉내내고..
욕 먹지 않으려고 내놓는 결과물...
디자인만 그렇지 않아요.
개발도 똑같습니다.
그냥 오픈 소스 쓰거나... 상용소스 쓰거나... 훔쳐 쓰거나...
- 정답이 없지만 마감은 있다. (그때까지 굴린다)
- 클라이언트 PM이 없다 (대리 컨펌, 과장컨펌, 부장컨펌했다가도 이사가 리젝트 하면 리셋)
-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이 모호하다 (좀 더 고급스런 분위기로 해주세요. 좀 더 참신한 거 없나요? 등등)
- 그러다보니 영업에선 시키는대로 좌로 굴러 우로 굴러가 차라리 편한데, 디자이너가 납품이 아니라 작품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밖으로 피곤해진다.
결정권은 없는데 책임만 전가되는 이상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이 죽어나간다고 봅니다.
'클래식하면서 모던하게'라는 말을 옆에서 들은적이 있는데... 정말 디자이너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특히 [ ceo를 초대해서 디자인 오픈 파티 ]
이거 정말 좋네요~
대표(또는 클라리언트) 본인도 종잡을 수 없는 대표의 머릿속 생각을 파헤치고 그 생각을 짐작하여 거기에 맞게 디자인을 맞춰가다보면 디자인은 산으로 가고 있고 디자이너 스스로 내게 디자인 철학이 있었나 하고 자괴감도 오죠.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점쟁이급이에요. 상대방 얼굴 보고 점 쳐서 상대방이 맞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맞다고 하면 실력없는 점쟁이 되는거에요.. ㅠ
힘들어 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