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740067
제가 아끼던 식물이 한 오지라퍼에의해 모두 죽어버린 사건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정말 하찮은 풀떼기였지만 제게는 1년 반동안 회사 책상에서 참 예쁘게 잘 살아주었던 식물이라 애착이 컸었기에 저에게는 작지 않은 상실감이었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는 구라였군요. 무려 수많은 분들이 보는 클량에 떠벌렸으니 제대로 떠벌린 셈이니까요;
오프라인에서는 우선 회사 동료 몇명과 친구 몇명 정도가 알게 되었는데요, 그중 함께 분개하던 친구 한 명이 이걸 보내주었습니다.
죽어버린 풀떼기와 똑같은 식물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택배로 살아있는 생물을 처음 받아보았습니다. 박스를 열고 이걸 꺼내는데 다칠까봐 손이 다 떨리더군요(이건 시작에 불과하단 걸 이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참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별 거 아닐 수 있는 일을 공감받고 위로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땃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식물의 특성상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 많은 물을 필요로하는 풀이라서 오는동안 고생이 많았는지 상자에서 갓 나온 첫모습은 그야말로 화분 위에 삶아서 꾹 짜놓은 시래기뭉치같았습니다. 붉은빛도 잘 안보이고 한껏 웅크리고 말라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죠.
얼른 물을 흠뻑 주고 따뜻한 곳에 두자 신기할정도로 저렇게 기지개를 펴고 혈색이 돌아오더군요.
어찌나 예쁘던지요...
그런데 저 풀을 예전에 물에서만 키워봐서그런지 확실히 흙에 묻혀있으니 물을 자주 달라며 목말라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자주 주지만 제 성격상 혹시라도 제가 잘못하여 물이 부족한 상태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화분에서 마음을 못 떼고 급기야는 몸도 못 떠나겠더군요.
집착 쩌는 풀등신이 되어가는 제자신을 보다못해 회사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풀 상태보다는 지금의 제 상태가 더 걱정이라며 차라리 물꽂이(물에서 키우는)를 하라는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대신 화분에서 꺼낼 때 뿌리가 상하면 죽을 수 있을텐데 과연 풀등신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뿌리털 한올까지 살려냈는지 모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흙을 한톨한톨 털어내어 화분에서 풀을 꺼내고 물에 띄웠습니다.
그리고 만 하루를 중환풀실(...)에 입원시켜 밤새 지켜본 후 다음날 고비를 넘겨 살아난 풀들을 회사로 입성시켰습니다!
화분이었을때도 단아하고 예뻤지만 물꽂이해도 역시 예쁩니다. 그리고 저처럼 풀질 초보에겐 물꽂이가 안전한 것 같습니다. 화분은 아직...먼 길입니다.
이렇게 다시 풀떼기 새친구가 생겼습니다.
이외에도 회사 동료가 '키워! 키우라고' 하며 던져(?)주고 간 애기풀도 있고요... (아! 너무 작아서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것도 흙화분이군요. ㅋㅋㅋ)
풀떼기 테러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타부서 식물인이 놓고 간 업동이도 있습니다. 얘는 사실 뭐가 더 자랄지 안자랄지 모르신다고 합니다. 분명 살아있는 건 맞고 물꽂이 해놓으면 뭔가 새 잎이 나오기는 하는데 하도 느려터져서 어쩌면 정년퇴임할 때쯤 축하 잎사귀 하나 나올지도 모른다는....ㄷㄷㄷㄷ 갈라파고스 거북이 하나 키우는 느낌이라 나름 마음에 드네요.
한데 모아 단체샷을 찍었습니다.
장소협찬은 회사 말썽쟁이들 벌받는 생각의자 자리입니다. 저는 절대 안 가는 곳입니다. -_-)
영양가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욕보셨습니다.
저녁들 드세요.
저는 엄마가 주고 가신 이북식 콩비지를 이미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이 글을 쓰기 때문에 괜찮슴다. 음하하-
제가 그리 예뻐보이세요?
보는 눈은 있으시군요...
@JayXon님
예쁜 사랑하십쇼~~
디씨 중에 유일한 청정구역이 식물갤이듯 식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저기 소식듣고 풀등신에게 풀나눔 해주시는 분들 보니 그렇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아재님 메모가 늘어갑니다. 풀등신..
죽겠죠....?....
"키워!"
"네?"
"키우라고!!"
사무실에서도 저렇게 귀한 생명 잘 살리시는거 너무 부럽습니다 ㅠㅠ
새순도 금방 올라오고 새끼도 잘칩니다.
역시...갈라파고스 거북이답게 흙이 답이었군요. ㄷㄷㄷ 아...제가 아직 흙은 좀 두려운데요. ㅠㅠ
이야기를 들은 이상...고민모드 들어가야겠군요.
제가 가진 수많은 별명 중 하나를 회원님이 소환해버리셨습니다.
((((( 귀 펄럭 펄럭 펄럭 펄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