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침대에 뒹굴고 있는데
엄마랑 잤던 첫째(9살 딸내미)가 제 침대로 쏙 들어와서 조잘조잘 대더라구요
쳐다보며 댓거리 해주는데 순간적으로
아이에게서 저희 어머니 모습이 보이는겁니다
뭐 사실 유전이라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건데
그간 큰 애한테서는 주로 제 모습이나 아버지 모습이 보였고 어머니 모습은 태어나던 순간 외에는 잘 안 보였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어머니 모습이 보이니까 이런 생각이 들대요
아 우리 어머니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면 내가 우리 딸 보면서 엄마 떠올리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저도 나이를 먹고 하필 올해 제 친구들 중에 부모님 상 치른 친구가 하반기에만 셋이나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부재를 상상하게 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면
아이들 보면서, 또 혹은 제 모습 거울로 보면서 그 두 분을 추억하게 되겠구나 하니 맘이 좀 짠하고 그래지더라고요
유전과 유전자의 힘이란 참 새삼 대단하다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가을에 남산골 한옥 마을 가서 찍은 첫째와 접니다 ㅎ)
아가티를 벗고 어린이 테가 날 무렵에
저...저...저걸 어디서 봤는데 분명히???
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는데
어느날 문득 아부지가 그러시더군요
"졔 우리 엄마 닯았다"
생각 해 보니 그렇더군요
실제로 얼굴 한번 뵌적 없는
차례상 또는 제사상에서 사진으로만 뵈었던 친할머니
얼굴이더라요
솔로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군요.
아내될 여친 없지 딸 아들 없지 꿈 속의 일입니다.
저는 친 할어버지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친 할머니 2년 슨에 돌아가시고 친 아버지 1년 전 돌아가시고 친 엄마 한 분만 있어요.
나중에 고독사나 준비하려고요.
"아빠랑 얼굴이 똑같은걸 어쩌겠냐 공부나 열심히해야지...."
딸도 수긍합니다...
(대충 미안하다 짤)
솔직히 저는 못찾았었는데,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다가 누나들이 할아버지랑 판박이래서 유심히 보니 보이더라구요.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는데, 다들 신기해 했습니다.
아빠의 유전자 반(XY중 X염색체)은 친할머니에게서 왔고
딸의 유전자 반(XX중 X)은 아빠로부터 간거니...
남편 얼굴에서 언뜻 시어머니 얼굴이 보이고, 저는 외삼촌을 닮았다고 다들 그럽니다.
아버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 분들도 애들이 거의 다 크면 본인모습이 선친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쩌구 하는 시가 떠오르는 글이군요